하늘 낮은 날!
오랜만에 언니, 동생들이 가득 모여 걷습니다.
순례 다녀온 7,8학년 동무들도 건강하고 밝은 모습으로 함께 하였네요.
앓이를 계속하는 민혁, 엄마 마중간 유화가 보이지 않아 조금 섭섭합니다.
민혁이에게는 다같이 빛을 보냈어요.
오전에는 할머니 이야기 듣기, 두더지와 차마시며 맛을 음미하는 시간, 9학년 언니들은 본격적인 에세이 쓰는 시간이 시작되었네요.
그리고 잠시 멈춤의 시간을 가지고 맛있는 밥모심!
밥모심을 마무리 하고 있는데 혜민이가 " 신난다~ 불 났어요."
그래서 살림방 천정을 보니 현광등에 불이 붙어 연기와 그으름이 솟아나는 거예요.
얼른 민들레에게 이야기 해서 아이들 내려보내고, 1층의 차단기 내리고 구정이 소화기로 불을 껐네요.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가슴은 쿵닥쿵닥.
타는 냄새와 소화기의 분진이 온통 2층을 뒤덮어버렸어요.
배움지기들은 1시 새식구 모심 마음모음 시간에 호흡을 가다듬고 어떻게 할 것인가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우선 2층에서는 수업하기가 곤란하니 모두 도서관에 모여서 놀란 동무들이 있는지, 어떻게 하면 좋겠는지를 이야기 나눠보자 했어요.
동무들은 놀람 보다는 신기하고 재미있다는 반응이 많아서 다행이다 싶었지요.
마침 리코더 수업하러 오신 소현 계셔서 3,4,5,6학년 동무들은 미술실에서 리코더 수업을 하기로 하고, 1,2동생들을 8,9학년 언니들이 돌보는 동안 배움지기들은 모두 2층 청소를 하기로 했습니다.
집에 무슨 일이 일어나면 큰 언니들이 엄마를 대신해서 동생을 돌보잖아요.
참 고맙다는 생각이 흐뭇하게 느껴졌네요.
마침 상율파가 분진을 빨아들이는 기계를 가지고 오셔서 수월하게 청소가 진행되었습니다.
대부분 물로 닦아내어야 해서 쉼없이 닦아냈지요.
여럿이 힘을 합쳐 하다보니 동무들 집에 갈 무렵 끝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마무리도 모두 모여서 함께 하고, 동생들 버스 태우는 것도 8,9 언니들이 해주셨어요.
동무들과 함께 모여 이야기를 해보니 한가지 사건을 참으로 다양하게 경험하였더라구요.
왜 불이 났는지는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낡은 전기로 인한 불이라고 상율파와 바람개비가 진단하였다는데,
얼마나 다행인지 다시금 가슴을 쓸어내렸지요.
이 불이 밤이 아닌 낮에 났기에 얼른 진압할 수 있었고, 이것만이 아닌 다른 오래된 형광등들도 함께 점검할 수 있게 되었으니 다행이다 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서로 서로 도와가며 이일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것도.
청소하느라 고단했지만 이후에는 배움지기 살림을 하였습니다.
할 이야기들이 참 많아요.
이것들도 서로서로 의지해서 원만하게 마무리하였어요.
정말 고마운 하루입니다.
우리가 살아간다는 것이 이런 하루하루가 아닌가 합니다.
오늘은 약간 드라마틱 했지만요.
어느 하나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는 것이 없잖아요.
다만 내 눈앞에 지금 보이지 않을 따름이지.
그러니 세상사는 것 모두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
당신이 계셔 내가 있습니다.
우리는 사랑어린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