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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살 생 중 계.
- 명동 한가운데서 범인을 추격하던 경찰 박모씨가 범인에게 총기를 발사해 범인에게 중상을
입혔습니다.
이에 대해 박모씨는 장애인을 폭행하던 범인을 참을 수 없었고 자신이 쏘지 않았다면 그를 살릴 수
없었을 거라고 해명했지만 검찰은 결국 그를 퇴직시키기로 결정했습니다. 주위 증언에 따르면 평소
박 모 씨는 주위가 산만했고 이상행동을 자주했으며 과격한 행동으로 여러 차례 지적을 받아.....
*
나도 경찰이다. 물론 그것만으로 내가 이 기사에 이렇게 화를 내는 것은 아니다. 나는 장애인을
불쌍하게 여긴다. 그리고 장애인을 괴롭히는 사람들이 정말 혐오스러웠다.
그런 의미에서 장애인을 도우려던 그 경찰일은 정말로 안타까웠다.
"미친 새끼들. 오히려 훈장을 줘도 모자랄 판에.....에이, 빌어먹을 놈의 세상!"
낮인데도 빛이 안 들어온다. 젠장, 더럽네. 이래서 원룸은 안 돼.
나는 주방으로 가서 소주 몇 병을 더 꺼내왔다.
"그래 시발. 술은 깡이야"
말은 이랬지만 안주 없는 소주는 내 온 속을 뒤집어 놨다.
"더러운 세상..... 거지같은 세상......"
그래 미쳐가는 세상.... 정말 더럽다.
*
"아으.....머리야. 몇 시지?"
이미 해는 떨어져 있었고, 달빛 한 무리조차 들어오지 않는 방은 칠흑처럼 어두웠다.
나는 벽을 더듬어가며 간신히 불을 켰다. 한동안 내 홍채가 열심히 늘었다 줄었다 하며 빛에
적응해 나갔다.
"얼마나 퍼마시고 지랄을 한거야...."
방은 엉망 이였다. 며칠 연속으로 술을 마셨는지 수십 개의 소주병들이 돌아다녔고 여기저기 가구
들은 부셔져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로 내 비상약들도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응?"
순간 나는 아주 이질적인 것을 발견했다. 돼지우리같이 너저분한 방에 홀로 똑바로 놓여있는
노트북 이였다.
"뭐지?"
오랫동안 켜져 있었던지 화면보호기때문에 노트북에는 검은 화면밖에 보이지 않았다.
나는 다가가 엔터키를 눌렀다.
지이잉.
"뭐, 뭐야!!"
노트북 화면에 나온 것은 어느 독방에 같혀있는 남자였다. 그 남자는 왼팔이 잘려있었고, 눈과
입이 테이프로 막아져 있었다. 그리고 의자에 단단히 묶여있었다. 아마 시간이 더 지나면 과다
출혈로 죽을 것이다.
"누가 이런 장난을.......그런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사이트 주소를 보니 요즘 한참 뜨고 있는 아메리카 TV였다. 이 사이트는 하루에도 수만 명의
유저들이 캠을 통해 생방송으로 동영상을 띄워 방송을 한다. 아무래도 특수연출지망생이
좀비영화라도 찍나보다. 아니면......
"영화라도 틀어주나. 이런 거 저작권에 걸릴 텐데"
사람 놀래키고 있어
나는 다시 주방으로 향했다. 아니 향하려 했다. 하지만 가지 못했다. 무언가에 홀린 듯
멍하니 노트북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뭔가를 발견했다.
동영상의 남자 뒤에 놓여있는....... '네이버 현제 시각'창이 열려있는 노트북 이였다.
동영상 속의 현제 날짜와 시간은....... 지금과 동일했다.
"........ 이런 미친!!"
바로 전화기를 찾았다. 하지만 정신이 없어 전화기조차 찾을 수가 없었다.
"하아...하아... 어떡하지.. 어떻게 해야 하지?"
이 주위에는 공중전화가 없다. 그리고 우리 집에는 아무리 찾아봐도 전화기가 없다.
갑갑한 상황 이였다.
"시발 전화기가 대체 어딜간거야"
진정하자. 진정
나는 다시 노트북을 바라보았다. 네이버 시간이 틀릴 리가 없다. 동영상속 시간과 날짜가 현제
시간과 날짜와 같다는 것은.....
"생방송.......인가"
어떻게든 찾아야 했다. 경찰에 신고해야 했지만 전화기가 없었다. 사실 왠지 내키지도 않았다.
왜이러는걸까. 아무래도 요즘 경찰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진 것 같다.
아무튼 어느 정도 진정을 되찾은 나는 다시 노트북을 바라보며 동영상 속 장소가 어딘지 알려줄
단서를 찾았다. 그러나 그 방은 남자와 노트북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 응?
"....정왕..... 1동?"
그의 복부에 정왕 1동이라고 적힌 포스트-잇이 붙어있었다.
"우리 동네잖아!!"
순간 나는 동영상에서 무언가 반짝이는걸. 발견할 수 있었다.
"이건 또 뭐..지?"
붉은빛이 규칙적으로 깜빡이고 있었다. 순간 무언가를 짐작한 나는 볼륨을 최대로 높였다.
그러자 작게 무언가가 들리기 시작했다.
째깍 째깍
".............. 폭탄!!?"
*
어두운 방. 한 남자가 불도 켜지 않고 컴퓨터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모니터에는 팔 잘린 한 남자가 죽어가는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씨익.
남자는 동영상을 보며 무언가를 느끼고 있었다.
바로 즐거움.
*
"시발.. 시발!!! 대체 어떻해야 되는 거야!!!"
도저히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를 구하고 싶었다.
생각해라 생각. 생각!
"아... 맞아"
나는 옷장 맨 밑 서랍을 열어 총한 자루를 꺼냈다. 강력반 시절 몰래 빼돌린 증거물 이였다.
그리고 노트북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젠장... 이러면 안 되는데....... 아 시발진짜...."
아무도 없는 밤거리에서 나는 총을 높이 들었다. 그리고 노트북을 최대한 귀에 갔다댔다.
하지만 좀처럼 방아쇠를 당기기 힘들었다. 분명 잡혀갈 것이다. 그러나 사람목숨이 우선이였다.
"에라 모르겠다!!"
- 탕
엄청난 총소리가 조용한 밤공기를 갈가리 찢어놓았다. 그리고 불과 1초도 지나지 않아
- 탕
동영상에서도 총소리가 들렸다.
"여기다!! 이 주위야"
동영상이라 반응이 좀 느리다. 분명 우리 집 주위가 확실했다. 하지만 우리 집 주위만 하더라도
아파트와 원룸이 몇 채나 있었다. 사실상 이곳을 찾아가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삐이이
경찰이 오기 시작했다. 나는 얼른 집으로 들어갔다.
"아.. 진짜 짜증나내"
점점 화가 치밀기 시작했다. 남자를 구해야 된다는 생각, 배고프다는 생각, 속이 쓰리다는 생각,
온갖 잡생각들이 밀려왔다.
"으아!!!!"
쨍그랑
나는 옆에 있던 의자를 집어 TV에 던져버렸고, TV는 박살이 나버렸다. 그러나 분은 풀리지 않았다.
쨍그랑
"!!!"
나는 노트북을 바라보았다. 분명 방금 뭔가 깨지는 소리가 났다. 뭐지 이게 도대체 뭐지
분명 그 소리는 내가 TV를 부수는 소리였다. 그런데 그 소리가 왜 동영상에서.......
"...... 설마"
우리 집은 원룸이다. 그러나 보통원룸보다는 좀 비싸다. 특히 1층이 그러하다. 지하실이 딸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집은 1층이다. 그러므로.....
"지하실.......에...?"
나는 지하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조심히 계단을 내려갔다. 지하실로 들어가는 문에는 처음 보는
자물쇠가 잠겨 있었다. 이제 모든 게 불확실해졌다. 나는 도대체 이 상황을 이해할 수도, 받아
들일수도 없었다.
그런 상태에서 나는 무의식적으로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 주머니에는 열쇠가 있었다.
"....... 아냐... 이건 아냐"
온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식은땀이 나고 손이 마구 떨렸다.
딸깍.
마침내 자물쇠를 푼 나는 문손잡이를 조심스럽게 돌렸다.
끼이익.
문이 조금씩 열리고..... 그 사이로 잘려진 왼팔이 보이기 시작했다.
*
아직도 남자는 어두운 방에서 실실 웃으며 동영상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 동영상을 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자연스레 어울렸다.
- 이거 진짠가요?
- 와 신기하다
- 진짜 죽나 ㅋㅋㅋㅋ 아 졸라 징그럽네.
그때 동영상에 누군가가 들어왔다. 어디서 많이 보던 남자였다. 채팅창이 술렁이기 시작했고
누군가가 말했다.
- 어, 신문에 나온 경찰이다
*
"이게 도대체.......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이 남자가 우리 집 지하실에? 그리고 열쇠는 왜 나한테 있고? 뭐지
음모? 누군가의 음모야? 아님... 내가? 아니? 내가 ? 응? 뭐..... 뭐가... 내가....
"내가 왜 여기 있지?"
나는 그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눈과 입에 붙어있는 테이프를 때어내었다. 어디서 많이 보던
남자. 얼굴을 가리던 테이프를 때서 그랬는지, 아니면 충격때문이였는지 나는 그를 알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도 나를 알아보았다.
"너는……."
"넌!!!"
이 자식은....... 그럼 .......... 내가?
"너이......"
- 째깍. 땡
콰아아아앙.
*
한동안 실시간 검색어에 '자살 생중계'가 떠올랐다. 이 사건은 인터넷 세상이 얼마나 잔인하고
무서운지를 똑똑히 보여주었다. 한 남자가 죽어가는 동영상이 실시간으로 방영되었고 정확히
103명이 그것을 재미있게 지켜보았다. 결국 그 남자는 범인과 함께 폭발해버렸다. 범인은 경찰
이였다. 그러나 정신분열 중증 장애인 이였다. 그는 자신이 정신 장애인이라 그런지 몰라도
장애인들을 최우선으로 여겼다. 그리고 장애인을 하대하거나 장애인 살해 등으로 잡혀온
자들에게는 병적으로 과격하게 대했다. 그리고 피해자는 아이러니 하게도 장애인 4명을
잔인하게 토막 살인한 연쇄살인범이였다.
이 특이한 케이스의 사건은 당연히 신문에도 대문짝만하게 기사가 났다.
- 장애인 경찰 박 모 씨, 자신이 쏜 범인과 함께 자살
───────────── END.
첫댓글 오호호호... 뭔가 오싹해요!
다행이다 ㅋㅋ 모두 오싹하길 바랫슴
재미있써요^^!!
감사함니다 ㅋ
읽는데 쏘우의 장면들을 연상케 하네요.
배경음 깔리면 죽이는데 아주 그냥 ㅋㅋ
난 킬 위드미...< ㅋㅋ 뒷부분의 반전 좀 짱인듯 ㅋ
난 또 혹시 니가 읽으면 전에 무능력자때처럼 반전 예상해버릴줄고 조마조마햇는데 ㅋ 못알아챗나!!? 그렇다고해줘 ㅜ
어어억 소름이;; 님은 반전이 특기이신듯 ㅋㅋ?
모두가 예상하는반전이 특기 ㅠㅠㅠㅠ
꺄아, 난 알았지!!!! << 미워하면 안돼 ㅠ 그래도 죽는건지 몰랐으니까...ㅎㄷㄷ 콰아아앙- << 음...근데 정신지체아가 경찰이 될수 있을까?
정신지체라니!! 정신분열이야 ㅠㅠ 이중인격같은거 . 정신지체는 정신연령이 낮은거고 정신분열은 간질처럼 정상생활하다가 갑자기 막 이상해지는거야 ㅠ
푸푸푸푸, 미안해 흐흐흑, ㅜㅜㅜㅜㅜㅜㅜㅜㅜ 근데 이게 그 지정작가 할려면 써야한다는 단편인거야?
어케알앗어 ㅋㅋ 이걸로 신청햇다가 썩혀두기 아까워서 올려봣는데 떨어질삘인데 ㅋㅋㅋㅋ 너무못쓴거같아
무서워요 근데 이런거 진짜 좋아함 너무 재밌음 ㅋㅋ
저두 ㅋㅋ 댓글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