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 현지 취재] 사라진 장남 김정남(北 김정은의 첫째형), 어디로 갔나/'김정은 시대'를 준비하는 북한의 조선노동당 조직도
조선일보 & Chosun.com 입력 : 2010.10.04 02:56
아파트에도… 아지트에도… 별장에도 안 나타나
"김정은과 어머니 달라 앞으로 입지 좁아질 것 中·제3국 갔을 가능성"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39·사진)은 둘째 동생 김정은(27)이 후계자로 확정된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사실상 무직자인 김정남에게는 베이징과 마카오에 세 여인과 세 자녀가 있다. 베이징 북쪽 외곽의 드래곤 빌라에는 본처인 신정희(30대 후반)와 아들 금솔(13)이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카오에는 그의 둘째 부인인 이혜경(30대 후반)과 아들 김한솔(15), 딸 솔희(12)가 한집에 살고 있고, 고려항공 스튜어디스 출신인 서영라(30대 초반)가 다른 집에 살고 있다.
지난달 29일 마카오 에스트라다 거리(加思欄馬路) 8-10번지에 있는 가안각(嘉安閣) 아파트. 지은 지 20년이 넘은 허름한 이 아파트의 12층에 둘째 부인 이씨와 한솔·솔희 남매의 보금자리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초인종을 눌러도 인기척이 없었다. 아파트로 들어오던 중학교 교복을 입은 중국계 여학생은 "예전엔 김씨 남매를 자주 만났지만 최근에는 그들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김정남 사진을 보여주자 "뉴스에선 봤지만 여기선 본 적이 전혀 없다"고 했다. 현지 교민들에 따르면 김정남과 이씨 부부는 현재 별거 중이다.
마카오 구시가지 관음당 부근에 있는 분향각(芬香閣) 12층도 김정남이 새벽까지 경호원들이나 지인들과 술을 마시던 아지트로 알려져 있지만, 경비원은 "김정남 얼굴을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김정남을 찾는 외국 기자들만 자주 온다"고 했다.
- ▲ 김정남과 가족들, 경호원들이 사용하던 분향각(芬香閣·사진 위) 아파트와 죽만호원(竹灣豪園·사진 아래) 별장. /마카오=이항수 특파원 hangsu@chosun.com
마카오 타이파섬 북쪽의 신시가지에 있는 연국(聯國)국제학교. 건물 정면 5층까지 반투명 유리창 하나하나에 60여개 국가의 국기들이 새겨져 있고, 윗부분에 인공기와 태극기도 나란히 붙어 있다. 교민 L씨는 "마카오에서 학비가 비싼 국제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북한 사람은 김정남뿐이고, 저 인공기는 그의 자식들이 다닌다는 뜻"이라고 귀띔했다. 두 남매는 작년 봄까지만 해도 이 학교에서 500m쯤 떨어진 최신식 아파트 '노바시티' 7동에 살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일본 취재진이 학교를 방문하고 두 자녀를 미행하자 곧바로 이사했다고 한다.
3년 전까지 김정남과 경호원들이 살던 콜로안 섬 최남단의 죽만호원(竹灣豪園) 361호에도 사람이 드나든 흔적이 거의 없었다. 출입문 우편함을 만지려 하자 경비원이 달려와 제지했다. 셋째 여인 서영라가 사는 것으로 알려진 해양화원(海洋花園)에서도 최근에 김정남을 봤다는 사람은 없었다. 올 6월 그가 언론에 노출됐던 알티라 호텔의 레스토랑과 카지노, 1층 로비의 직원들도 "요새 김정남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한 교민은 "천안함 사건이 터진 직후 VIP 회원만 갈 수 있는 특급호텔 커피숍에서 김정남을 봤는데, 우리 일행의 한국말이 들리자 금방 사라지더라"면서 "예전엔 마카오 교민들과 스스럼없이 인사했는데 올 들어서는 아는 척도 안 한다"고 했다.
한국 정보 당국 관계자는 3일 "김정남은 최근 몇 달째 마카오를 떠나 중국과 제3국에 머무는 것으로 안다"면서 "김정은의 둘째 형인 김정철(29)은 같은 어머니(고영희ㆍ2004년 사망) 배 속에서 태어났지만, 김정남은 성혜림(2002년 사망)에게서 태어나 김정남의 입지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정일의 이복동생인 김평일(56)은 1998년 이후 12년째 폴란드 대사로 바르샤바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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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 Chosun.com 입력 : 2010.09.29 13:01 / 수정 : 2010.09.29 15:54
북한의 유력한 후계자로 떠오르고 있는 김정은(27)에 대해 국회 국방위원회 송영선 의원(미래희망연대)이 “사실 몇 년 전 김정은이 (이복 형인) 김정남을 암살하려고 계획했으나 실패했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29일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39)이 해외체류 중인 것과 관련, “김정일이 김정남을 밉게 봐서 못들어오게 하는 부분 보다는, 김정은이 사실 김정남을 굉장히 경계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간 김정은이 지난 2004년 11월 노동당작전부 공작원들을 동원해 오스트리아에서 김정남을 암살하려다가 현지 정보기관에 의해 저지당했다는 소문이 돈 적은 있으나, 우리 측 관계자가 이를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송 의원은 자세한 암살시도 경위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송 의원은 이어 “김정은에 대한 지지를 본다면 김정남은 (김 위원장의 이복동생으로 후계구도 싸움에서 밀려난 것으로 알려진) 김평일 폴란드 주재 북한대사가 22년째 유배생활을 하는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송 의원은 김정일이 김정은에게 대장 칭호를 부여한 데 대해 “3대 세습체제의 첫 단추만 끼운 것”이라며 “북한의 권력승계 단계는 군과 노동당 그리고 행정부처 장악 순인데, 김정은의 경우 군부 장악은 상당 부분 정리가 됐지만 노동당은 일부만 장악했다”고 갈 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아버지 같은 지도자의 따스한 보살핌 아래: 북한과 김씨 왕조
(원제: Under the Loving Care of the Fatherly Leader: North Korea and the Kim Dynasty)
Bradley K. Martin 지음|St Martins Press|896쪽|19.95달러
독자들은 북한 관련 서적이 신뢰할 만한 것인지 어떻게 판단할까? 브래들리 마틴의 이 책은 상당히 믿을 만하다. 고려호텔 진열대에 놓인 이 책에는 "친애하는 지도자"란 표현이 드물게 등장하지만, 데이비드 슬린 당시 북한 주재 영국 대사가 2005년 말 평양을 방문한 기자들에게 그 책을 읽고 있다고 한 발언과, 크리스토퍼 힐 미국 핵 협상 전문가가 그 책을 들고 있는 게 목격된 것은 이 책에 대한 보증서 역할을 했다.
13년 걸린 이 비중 있고 방대한 저서가 한편 지루하고 학술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은 무척 신선하다. 저자는 인류 진화과정에 있어 공생관계의 두 가지 측면을 언급한 영국 작가 H G 웰스 ≪타임 머신≫의 구절을 인용하는 것으로 책을 시작한다. 하나는 약하고 순진하고 바보스러운 측면, 또 하나는 비밀스럽고 야행성이며 사람을 잡아 먹는 측면이다. 그러면서 르포·사회학·역사학·정치학을 동원해 북한에 대한 웰스의 비관적 전망을 해설하려 한다.
도쿄를 근거지로 블룸버그 통신에 한반도 관련 기사를 쓰고 있는 저자는 북한 김씨 왕조 관련 기사를 1977년부터 써왔고, 1979년 이후 7차례 방북했다. 그는 평양의 관리부터 원한에 사무친 탈북 망명자에 이르기까지 수백명을 인터뷰했다.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의 1979년 인터뷰에서, 저자는 북한 정권이 외교정책을 수행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볼티모어 선 신문에 썼다. 그는 "북한의 공식 오찬에서는 대화가 아닌 연설만이 있다"고 했다. 협상가들은 유념할 일이다.
북한 몰락에 대한 표현은 직설적이다. 책 제목은 저자가 1979년 방북 때 관람한 오페라에서 따온 것으로, 그는 중국과 대비되는 북한 농촌의 규율과 생산성에서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저자는 2005년 북한 농촌의 몰락을 이렇게 기록한다. "북한은 답보 상태인 것 같다."
우리는 김씨 정권의 기이한 행동을 숱하게 마주친다. 위대한 지도자는 매력과 인품과 강인한 목소리를 갖췄다지만, 그의 공식 자서전은 혁명적인 작가와 영화 대본작가에 의해 쓰여졌다. 그는 15세 소녀와 성교를 하면서, 소녀들의 기(氣)가 회춘약이라고 믿었다. 다른 나라 같으면 성도착으로 여겼을 그런 행동이 북한의 수백 명 젊은 처자에겐 위대한 지도자를 향한 희생의 영예로 받아들여졌다. 저자는 무용수 딸이 간택되지 않아 안도한 한 어머니의 말을 인용한다. 마틴의 취재원 중 등장하는 전직 '기쁨조'나 그녀의 남편은, 성인처럼 받들어지는 지도자 이미지를 전복한다.
책은 북한 정권의 태생적 모순에 초점을 맞춘다. 이념 무장에 충실한데도 조부가 보수반동 분자였다는 이유로 군 입대조차 못했던 망명자도 등장한다. 이 '사회주의 낙원'에도 피는 이데올로기보다 진한 것이다. 저자는 북한 정권이 기독교적 도교(김일성은 10대 때 교회 오르간 연주자였다)나 일본 신도(神道) 의식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사실도 언급하면서, 공산주의와 민족주의가 합쳐진 북한의 교리를 논한다. 그리고 부친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자이자 대를 이은 호색가인 김정일에 얽힌 수수께끼를 다룬다.
저자는 인민들의 삶 중 매력적인 부분도 보여준다. 세이코 손목시계, 가죽구두, 금니가 데이트를 젊은이의 세가지 필수품이라고 말하는 것이 그 예다. 학교 폭력조직이 사지절단의 만행을 저질렀다거나 젊은 깡패는 모두 엘리트 집안 출신이라는 등, 저자가 제시하는 많은 정보는 독자들을 놀라게 한다.
- 지난 26일 서울에서 북서쪽으로 42km떨어진 판문점 인근 북한 기정동 선전 마을 주민과 인부들이 재건축 공사를 벌이고 있다.
저자는 인터뷰 대상자로부터 노다지를 캐냈다. 한국에 잠입했던 간첩이 남파 전 청와대·교보빌딩·신라호텔을 축소 복사해 서울을 똑같이 본뜬 터널 안에서 15일간 남측에서 납치한 교관으로부터 교육을 받았다는 게 그 중 하나다. "간첩 교육은 휴가 같았다"고 말한 한 취재원은 "내가 소속된 부대는 김정일 정권 전복에 나설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고 고백했다고 한다.
북한은 군사적으로 위협이 될까? 저자는 1995년이 군사적 열기의 절정이었다고 주장한다. 그 이후 기근과 장비 부족 때문에 군사적 잠재력이 저하됐고, 정권의 공언과 달리 해방 50년이 넘도록 남북 통일이 실현되지 못했다는 사실로 인해 사기도 저하됐다고 설명한다.
북한은 아직도 미완성인 현재 진행형 뉴스거리다. 수많은 분석가들이 북한의 미래 전망에 실패했지만, 저자는 현명하게도 예측을 피해간다.
김일성 부자와 비슷한 독재자들에 대한 비교 분석이 부족한 점은 이 책의 아쉬운 부분이다. 김정일의 관료주의, 입심, 야행 성향은 영국 역사가 이언 커쇼가 히틀러 전기에서 묘사한 것과 유사성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저작은 내가 아는 북한 관련 서적 중 으뜸간다. 저자는 김일성 부자, 엘리트, 군부 등 특권 계층이 헐벗은 인민들을 어떻게 착취해 왔는지 잘 보여준다. 영어권 독자들보다 북한에 대해 더 많은 친밀감을 갖고 있는 조선일보 독자들에게 얼마나 새롭고 흥미로운 정보가 있는지 미지수지만, 무시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나라를 집대성한 원스톱 영어 저작이라는 게 내 견해다.
대북 소식통들 “경호원 위장, ‘김정’ 가명 써”
8월엔 김정철도 동행‥세 부자 함께 김일성 사적지 답사
북한의 후계자 김정은(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올해 두 차례 중국 방문 때 모두 동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외 대북 소식통들에 따르면 김정은은 지난 8월 방중은 물론 5월 방중 때도 아버지 김 위원장을 따라 중국에 다녀왔으나 북중 정상회담 등 공식적인 자리에 참석하지는 않았다.
김정은은 또 공식 수행원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채 경호원으로 위장하고 이름도 ‘김정’이라는 가명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 ▲ (자료)조선중앙통신은 지난 5월 12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 방문기간 도중 한 기업을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은 양복 차림을 하고 경호원처럼 행동하면서 김 위원장을 곁에서 지키는 모양새를 갖췄다”면서 “앞으로 권력승계 과정에서 ‘전대 수령’(김정일)에 대한 김정은의 충성심을 선전하는 사례로 많이 인용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1959년 김일성 주석의 러시아 방문과 1965년 인도네시아 방문 때 동행해 김 주석의 건강을 관리하는 의사, 간호사, 부관 등을 불러 모아 놓고 일일점검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8월 방중 때는 김정은의 친형 정철도 동행해 김정은과 함께 김 위원장을 따라 지린시 육문중학교 등 ‘김일성 혁명사적지’를 둘러봤다고 이 소식통은 설명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8월 방중은 5월 방중 때부터 기획됐던 것으로, 김 위원장과 정은, 정철 세 부자가 김일성 사적지를 답사하는 일종의 ‘성지순례’ 성격이 강했다”면서 “김정은을 중국 측에 소개하지는 않았지만 철저히 비밀로 했다고 보기도 어려워 김정은의 동향은 중국 측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차례 방중 당시 김정은의 모습은 김 위원장의 활동을 담은 사진과 영상에 묻어 외부로 나갔지만 북한 당국이 두 차례 모두 의도적으로 흘린 것 같지는 않다고 소식통들은 분석했다.
김 위원장의 주변에 서 있는 김정은 모습은 조선중앙통신(5월 방중)과 조선중앙TV(8월〃) 보도를 통해 외부로 나갔는데, 특히 5월 방중 직후에는 중앙통신 사진이 실무자의 실수로 노동신문에 실려 발행 당일 신문을 회수하는 대소동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 소식통은 “이번 당대표자회 직후 최태복 당 비서가 서둘러 중국에 간 것도 후계자 김정은에 대해 직접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이제 김정은도 공식적인 후계자가 됐기 때문에 과거 김 위원장처럼 중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1980년 제6차 당대회에서 후계자로 공식화되고 3년 후인 1983년 6월 당시 후야오방(胡耀邦)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초청으로 중국을 비공식 방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