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율법 교사들과 바리사이들에게, "안식일에 병을 고쳐 주는 것이 합당하냐, 합당하지 않으냐?" 하고 물으셨다. (3)
루카 복음 14장 2절에 나오는 수종을 앓는 사람을 예수님께서 치유하시기 전에, 미리 율법 교사들과 바리사이들의 그릇된 생각을 지적하신다.
'수종을 앓는'으로 번역된 '휘드로피코스'(hydropikos; which had the dropsy)는
'물'을 가리키는 '휘도르'(hydor)에서 유래한 의학 용어이다.
이 병은 신체의 여러 부위에 물이 고여서 몸이 붓고 살이 썩어가는 병으로서 당시에는 불치병이었다.
유대인들은 이 병이 죄로 말미암아 하느님의 저주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겼다.
또한 이 병은 만성적 질병으로 취급되었는데, 바리사이들의 전통에 의하면
당장 위급한 병이 아닌 이런 만성 질병을 안식일에 고쳐 주는 것은 불법으로 간주되었다.
예수님께서 이러한 수종을 앓는 사람을 안식일에 고쳐 주려는 당신을 책잡으려는
그들의 음모를 아시고, 반론 양식의 질문을 던지신다.
여기서 '합당하냐'로 번역된 '엑세스틴'(eksestin; Is it lawful)의 원형
'엑세스티'(eksesti)는 '합법적이다', '타당하다'는 뜻이다.
특히 이 구절에서 이 동사는 단지 이성적인 타당성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율법에 합당한 것을 가리킨다.
말하자면 예수님께서는 지금 율법 교사들과 바리사이들에게 안식일에 병을 고쳐 주는 것이 율법에 옳은 것인지 아닌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당시 바리사이들은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키기 위해 그들이 인위적으로 만든 39개 항목에 달하는 안식일 금지 규정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경우에 안식일에 병을 고치는 것은 불법으로 규정하였다.
처음에는 안식일을 보다 거룩하게 지키려는 의도로 금지 규정을 만들었지만, 오히려
형식만을 강조하는 이 규정들이 사람들을 속박하는 결과를 낳았다.
실제로 모세 오경에는 안식일에 병을 고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없었고, 이것은
그들의 잘못된 전통일 뿐이었다.
예수님께서는 단순히 율법의 기준으로만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루카 복음
14장 5절에서 보여지고 있는 대로, 안식일에 병을 고쳐 주는 것이 그들의
경험으로나 이성적으로도 타당한 것임을 논증하고 계신다.
그러나 경험적 논증에 앞서서 루카 복음 14장 3절에서 안식일에 병을 고쳐 주는 것이
율법적으로는 옳은 것임을 분명히 밝혀서 하느님 말씀에 대한 우선적인 태도를 보여
주고, 동시에 유대 종교 지도자들의 율법에 대한 왜곡을 지적하신 것이다.
특히 루카 복음 14장 5절의 원문에서 강조점이 '안식일'이 아니라 '바로', '곧', '당장'
이라는 긴급한 시점을 가리키는 '유테오스'(eutheos; immediately; straitway)에
있다는 사실은, 지금 곤경에 처한 사람을 구해내는 일이 '안식일'이라는 시점에
상관없이 당장에 해야 할 급박한 일임을 드러내고 있다.
예수님께서는 한번도 안식일에 대한 율법 규정을 부정하시거나 고의로 어기신 적이
없으시다.
오히려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안식일에 병을 고쳐 주는 일이 율법에 근거하여 안식일의
정신을 적극적으로 구현하시는 일임을 밝히신 것이다.
사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자신이 '안식일의 주인'이라는 신적 권위를 가지고,
안식일에 대한 왜곡된 관습을 바로 잡으려 하신 것이다.
- 임언기 신부님 복음 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