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5일 본당에서는 주일 교중미사 후에 사목위원, 구역장, 단체장이 휴게실에 모여 점심 식사를 했다. 오후 6시 미사 전까지 오후 시간을 이용해서 사목회 연수를 실시하기 위해서였다. 매년 하는 것이지만 이번에는 외부 시설에 가는 대신 본당에서 하기로 했다. 본당 사목회장 인사말로 시작된 연수 첫 번째 순서는 본당 신부인 나의 강의였다.
강의 제목은 ‘선교적/공적 본당 공동체’였다. 올해 교구장 사목 교서 표어가 ‘선교 정신으로 재무장하여, 새롭게 출발하는 교회’이기에 이를 반영하고 또한 본당 상황에 비추어 본당 사목 교서 표어도 ‘선교하는 본당 공동체’로 정했기에 이것을 강의 제목으로 하려고 했다.
그렇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오늘날 선교적인 교회는 이 시대와 사회 안에서의 공적 역할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교회의 공적 역할도 함께 다루어야 한다는 판단 하에 강의 제목을 ‘선교적/공적 본당 공동체’로 결정했다.
‘선교적인 본당 공동체’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코로나19를 겪어 온 교회는 더욱 선교적인 실천을 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여기서 말하는 선교는 하느님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교리를 가르쳐 세례를 받게 하여 하느님의 자녀로 만드는 것도 포함되겠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이 역설해 온 ‘야전 병원’ 역할을 해야 함을 설명했다. 가만히 앉아 찾아오는 환자들을 치료하는 안정된 병원이 아니라 전쟁터에서 다친 병사들을 치료하고 위로해 주는 야전 병원처럼, 교회도 이제는 본당 울타리 안에만 머물지 않고 밖으로 나가 사회적으로 ‘변방에 있는 사람들’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고 돌보는 사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본당 울타리 안에서 만의 사목은 자칫 자기 보존과 자기만족에 머물거나 관료적 행태를 띌 위험성이 있기에 자기 쇄신을 위한 선교의 중요성을 인식했다.
작년에 본당에서는 ‘1인 가구 청년들을 위한 사목 방안’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본당 밖 지역 사회 1인 가구 청년들을 향해 새로운 청년사목을 시도해 보려는 의도에서였다. 결론은, 평일에 미사 시간 전후를 제외하고는 늘 텅 비어 있는 본당 휴게실을 북카페로 전환하여 본당 신자들에게도 친교와 대화 공간이 되고, 지역 청년들에게는 그들의 문화공간이요 쉼터가 되어 돌봄과 배려를 위한 청년사목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결론을 가지고 이번 사목회 연수 참가자들에게 설득했고, 드디어 공식적으로 모두의 동의를 얻었다.
내 강의는 ‘선교적인 본당 공동체’에서 ‘공적인 본당 공동체’ 이야기로 넘어갔다. 선교적 교회는 반드시 공적 역할을 동반한다는 것, 공적 영역에서 복음적 가치를 실현해야 함을 역설했다. ‘종교의 공공성’이란 말이 코로나19를 겪으며 더욱 부각되었다.
‘주요 종교에 대한 호감도’ 통계 조사(한국리서치 2021년)에서 가톨릭은 50.9%, 불교는 50.4%였는데, 개신교는 31.6%로 매우 낮았다. 정부 방역 방침에 잘 따르거나 그렇지 않을 때, 다시 말하자면 종교의 공공성을 띠거나 그렇지 않을 때 사람들이 느끼는 신뢰도나 호감도에 차이가 생겼다. 가톨릭이 가장 높은 호감도를 얻는 배경에는 ‘명동밥집’ 운영도 포함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았다. 모든 시대와 사회 문화적 맥락에서 종교의 역할과 의무라는 종교의 공공성이 있음을 사목회에 강조했고, 그런 면에서 본당에서 지역 사회 1인 가구 청년들을 향한 돌봄과 배려 역시 이런 공공성에 입각한 본당의 공적 역할임을 알려 주었다.
본당 공동체는 선교적이며 공적인 특성을 지닌다. 선교적 특성에 공적인 특성이 배제되면 일방적 선교, 근본주의적 선교의 위험이 있고, 공적인 특성에 선교적 특성이 배제되면 교회의 자기 존재 의미가 결여된, 세속화된 교회가 될 것이다. 본당 공동체의 선교성과 공공성은 동전의 앞뒤이며, 상호의존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