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 좋아하시나요? 어릴적 외할머니가 만들어주시던 입에 들어가면 사르르 녹는 그 엿을 나는 참 좋아했다. 요즘은 엿의 달콤함을 맛보라는 말이 다르게 쓰이고 있어 외할머니의 그 맛난 엿을 다른 이들에게 권하기가 민망해진다. 1964년 12월 7일에 치러진 서울지역 전기 중학교 입시의 공동 출제 선다형 문제 중 엿을 만들 때 엿기름 대신 넣어도 되는 첨가제를 묻는 객관식 문제가 있었다. 정답은 1번 디아스타아제였지만 2번 보기에 무즙이 있었다. 디아스타아제(diastase)라는 성분이 무 안에도 있었기 때문에 무즙으로도 엿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2번을 정답이라고 표시하여 입시에 탈락한 아이들의 학부모들이 교육청에 몰려가 거세게 항의하자 교육당국은 2번도 정답으로 인정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1번을 정답으로 쓴 아이들의 학부모가 항의하면서 다시 취소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다시, 2번을 정답이라고 쓴 아이들의 부모들은 무즙으로 만든 엿을 솥째 들고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당연히, 이 사건은 전국적으로 엄청난 화제가 되었고 이때 외친 구호가 바로 "엿 먹어라!" 였단다. 이때부터 이 말은 대표적인 욕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고 한다. 대체 이 달달하고 맛있는 `엿` 이 왜 욕으로 쓰여지고 있는지 의문이었는데 우리 교육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전설같은 실화라 하니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55년이 지난 지금도 "엿 먹어라" 욕하며 갈등하던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한문제를 맞고 틀리는 것으로 내신 등급이 갈리기도 한다. 현재 고등학교 내신 문제에서도 "엿 먹어라" 사건처럼 정답과 오답을 두고 논란이 벌어질 때가 있다. 얼마 전 종영된 "블랙독" 이라는 드라마에서도 이와 비슷한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다.
`성순이가 바나나와 수박 두 개를 샀다` 는 4점짜리 문제에서 문장의 의미가 모호하다는 거다. 선생님이 정답으로 제시한 바나나 한 개와 수박 두 개, 바나나 두 개와 수박 두 개를 샀다는 중의적 해석을 떠나 학생들은 성순이가 바나나라는 친구와 수박을 두 개 샀다고도 해석된다며 정답 인정을 요구한 에피소드이다. 전설 같은 실화 "엿" 사건에도, 현재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에서도 다루어진 입시 에피소드에도,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학부모의 뜨거운 교육열을 엿볼 수 있다. 아이가 자라면서 부모로 맞닥뜨리게 되는 모든 순간의 선택들이 아이의 미래를 결정한다 생각하니 저절로 신중해지고 열정적일 수밖에 없다. `엿` 사건의 부모처럼 그런 일이 있다면 나도 무즙으로 만든 엿을 들고 나갈지도 모를 일이다. `블랙독`처럼 의문이 생기는 답안에 대해 내 아이가 불이익을 받는다면 나도 선생님께 이런 해석도 있다고 나설지 모를 일이다. 나는 아직 내신 등급이 어떻게 나눠지는지, 등급간 격차는 어떻게 산정되는지, 각 대학에서는 어떤 전형으로 아이들을 선발하는지 등을 전혀 모르는 입시 초보다. 아직 입시는커녕 아이의 진로도 구체적으로 결정하지 못한 상태이다. 그래서, 이번 큰아이 고등학교 진학을 계기로 교육청에서 제공하는 학부모를 위한 입시 관련 설명회 등과 학교에서 진행하는 학부모 설명회 등 다양한 학부모를 위한 교육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 보고자 한다. 변화하는 시대에 변화하는 교육에 변하지 않는 교육열을 가지고 다가오는 미래를 준비해 보고자 한다. 이런 모든 다짐들에도 이런 변화의 과정에서도 그럼에도 사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무슨 일이든 치열하게 노력하고 애써서 성과를 이루어 내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모든 순간을 즐기며 눈부시게 보냈으면 한다. 존 듀이가 말한 `교육의 참된 목적은 각자가 평생 자기의 교육을 계속할 수 있게 하는데 있다` 처럼 평생 자신의 교육을 계속할 수 있게 아이들을 이끌고 배울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진정한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된다. 아직 어리고 서툴지만 새롭게 시작하는 우리 아이들 모두에게 `너의 모든 순간을 응원한다.` 전해주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