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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조, 「편지」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었다 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면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한 구절 쓰면 한 구절을 와서 읽는 그대, 그래서 이 편지는 한 번도 부치지 않는다
● 시_ 김남조 - 1927년 경북 대구 출생. 시집 『목숨』『나무와 바람』『겨울 바다』『사랑 초서』『빛과 고요』『바람 세례』『평안을 위하여』 등과. 시선집 『가난한 이름에게』, 콩트집 『아름다운 사람들』 등이 있음.
● 낭송_ 황혜영 - 배우. 연극 <타이피스트>, <죽기살기>, 등과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하모니> 등에 출연. ● 출전_ 『가난한 이름에게』(미래사)● 음악_ Digital Juice - BackTraxx
● 애니메이션_ 송승리
● 프로듀서_ 김태형
“여성의 화장은 본능이며, 여성은 최대한도까지 아름다워야 한다.”
‘근현대 여성 공간의 탄생’이란 부제가 붙은 산문집 『명동아가씨』에서 발견한 시인의 발언이다. 산문집 저자가 밝힌 바에 따르면, 여성지 《여원》 1957년 5월호에 실린 화장에 관한 특집기사에서 따왔단다. 3년 1개월의 긴 전쟁이 휴전협정으로 봉합된 게 1953년 7월 27일이니, 1957년이라면 이 땅 대개 주민들이 허리끈을 졸라매고 퀭한 눈으로 거리를 헤맸을 때다. 그 시공간과 거기서 젊은 여성시인이 던진 위 말을 떠올리니 당혹스럽기도 하고 감탄스럽기도 하고, 상쾌하기도 하고 애틋하기도 하다. 어떤 비참 속에서도 아름답고자 하는 열망은 여인과 문화의 힘이며 소명 아닐까? 나도 ‘최대한도까지 아름다워야’겠다는 의욕이 불끈 솟는다. 이 도발적 여성시인은 ‘정념의 시인’ ‘사랑의 시인’이라 불릴 정도로 수많은 사랑 시편을 지었는데 「편지」는 그 중 하나로 널리 알려져 있다. 넘치는 기교도 부리지 않고, 유사시어 같은 것과는 거리가 먼 쉽고 명확한 말로 사랑의 격앙을 나직나직 결연히 토로하는, 풋풋한 감성의 이 사랑노래를 읊조리며 생각해 본다. 사랑은 감정일까 감성일까. 사랑이란 ‘그대’에게 품은 환상의 결정 작용이다, 라는 말은 사랑의 산전수전 다 겪고 인생의 신맛 쓴맛 다 본 노인들이나 웅얼거리라지. 청춘들은 무조건, 최대한도까지 사랑의 시를 즐겨 읽고 즐겨 읊었으면 좋겠다. 자기에겐 사랑이 사치라고 생각하는, 기죽은 오늘 청춘들……. 문학집배원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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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삼각산의 바람과 노래 원문보기 글쓴이: 흐르는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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