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원천식입니다. 오늘의 화제는 삼국지 이야기.
삼국지는 여러분들도 잘 알다시피 진나라 진수가 쓴 정사인 역사서 '삼국지'를 토대로 원나라 말기 나관중이 이야기체로 풀어쓴 삼국지연의가 토대가 된 소설이다.
삼국지연의는 역사서가 아니라 문학작품이고, 소설체라서 전체적으로 보면 황당한 이야기와 허구가 엄청나게 스며들어 있는 것은 여러분도 잘 알 것이다. 가령 천지신명에게 목숨을 연장해 달라고 빌던 제갈량이 위연이 위군이 쳐들어 온다고 보고하러 갑자기 장막 안으로 뛰어 들어 오는 바람에 촛불이 꺼지게 되어 제갈량이 곧 죽게 되었다든지, 아니면 하늘에 비니까 동남풍이 불어 적벽대전에서 이기게 되었다든지 그런 이야기들 말이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오늘 한번 또 썰(^^)을 풀어나가 보고자 한다.
--------------
얼마전 나는 우리들의 친구인 조영태교수로부터 책을 한권 선물받았다. 책 제목은 삼국지를 품평한 '品三國' 삼국지 이야기.
이 책의 저자는 그 유명한 易中天(이중텐) 샤먼대학 교수인데, 그는 해박한 지식과 문장력을 바탕으로 삼국지의 깊숙한 세계와 잘못 알려진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재해석해 놓고 있었다. 이 글을 쓰는 필자도 '삼국지' 이야기라면 개거품(?)을 물고 달려들만큼 삼국지 내용에 대해서는 아는 척하고 싶은 대목도 많고 할 말도 많은데, 한 마디로 삼국지엔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내용이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면 적벽대전에서 100만대군이 전사했다고 하는데, 당시 위나라 인구는 1천만 정도에 불과했으므로 100만대군 동원이나 전사는 불가능했다든지, 유비는 한왕실 정통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나간 방계친척에 불과해(전한시대 경제의 후손이니, 유수의 후손인 후한의 황제들과는 족보로보면 엄청나게 먼 방계에 불과함. 그래도 한헌제는 족보를 고찰해 보고, 그에게 황제의 숙부라는 '황숙'으로 인정해 엄청난 대우를 해 줌.이는 당시 권력을 쥔 조조를 견제하려는 전략적 목적일 것임 ),따라서 그가 한왕실의 황제가 된 것은, 황제와 그다지 가가운 친척도 아니면서 즉 크게 정통성도 없으면서 시대의 흐름에 편승해 황제가 되었다든지(또한 유비가, 조비에 의해 죽은 한헌제의 제사를 지낸 뒤(사실은 살아 있었지만) 한나라의 대통을 잇던 당시에도, 한나라 헌제는 삼국지연의 소설의 내용처럼 그렇게 살해당하진 않았고 실제로는 산양공으로 강등되어서 지방에 내려가 편안한 노후를 즐기고 있었음. 즉 조비가 황제자리를 뺏은 후 그를 살해했다는 것은 헛소문이었음.: 내 생각으로는 제갈량이 한조가 이미 무너졌으므로, 주군인 유비를 황제로 만들려는 목적 아래 의도적으로 한헌제가 살해되었다고 헛소문을 퍼뜨린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듬. 그래야만 명분상 유비가 며칠 서럽게 운 뒤, 하늘에 제사지내고 한나라 한헌제를 대신해 황제가 될 명분이 서니까), 제갈량의 칠종칠금도 허구라든지 등 수없이 많다.
그런데 이같은 소설의 내용은 원나라때 나관중이 사람들에게 귀에 쏙쏙 들어오고 재미있게 하려고 각색하는 과정에서 실제적 역사 사실과는 달리 엄청나게 허구화되었다는 점이다.재미있는 것은 장판교의 맹장 장비가 못생기고 험상궂은 괴기스러운 얼굴의 사내가 아니라, 아주 키도 크고 헌헌장부인 미남자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장비의 딸이 촉의 후주인 유선(아명은 아두)의 황후가 되었기 때문이다.장비가 정말 못생겼다면, 농뗑이꾼 유선이 아무리 공이 큰 장비의 딸이라도 황후로 맞았겠는가? 삼국지를 보면 장비를 표현할 때 이런 표현이 나온다. 키가 구척이요, 고리눈에 범의 허리요, 힘은 장사고 얼굴은 불꽃처럼 붉다. 이 표현대로라면 키도 크고 몸매도 아주 좋고 혈색도 아주 좋은 호남아가 아닌가?
아무튼 역사적 진실은 뒤로 하고, 삼국지연의에서 가장 잘못 알려진 인물은 조조와 조비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조씨 3부자(조조, 조비, 조식)은 중국문학사에도 찬연히 빛나는 인물로서 아주 섬세한 성격에, 백성들의 고통을 아는 다정다감한 정치가들이었으며 시인가족이었고, 한편으로는 전략가로서도 모두 특출한 능력의 소유자들이었다고 한다.
여러분들도 잘 아는 조비와 조식 간의 목숨을 건 7보시 대결(7걸음내에 한편의 시를 완성해 내야만 하는 시. 조비는 이때 조식에게 7보에 시를 짓지 못하면 너를 죽이겠다고 위협한 고사가 있음)은, 이들 형제가 얼마나 문장에 능하고 시문학에 일가견이 있는 인물들이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조식의 시 한편(잡시)을 여기에 소개해 보면,
잡시
조식
悠悠遠行客 멀리 고향을 떠나온 그대 나그네여.
去家千里餘 집을 떠나 벌써 천리나 되었구나.
出亦無所之 외로워 밖으로 나와도 갈만한 곳이 없고
入亦無所止 안에 들어와도 머물 곳이 없다네.
浮雲翳日光 하늘에 뜬 구름은 햇빛을 가리고 있고,
悲風動地氣 쓸쓸한 바람은 오직 회오리 만을 일으키고
있을 뿐...
아름답지 않은가? 조식의 시가 --
한편 조비의 경우 그의 시는 아주 날카롭고도 섬세해 중국시단에서 높게 평가받고 있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물론 그가 400년을 이어온 한왕조를 무너뜨린 점은 비난받아 마땅하나, 당시 그의 생각은, 환관들의 부패와 외척의 발호,궁정 쿠데타의 빈발로 야기된 황건적의 난 이후 권위도 없고 신망도 잃어버린 한왕조의 체제로서는, 당시 이미 크게 변해 버린 중국사회의 사회변동과 사회발전을 해결해 낼 수도 없고 백성들에게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아무튼 이 '品三國'을 저술한 이중텐은 이 책 한권으로 엄청난 돈을 벌어 중국 갑부 서열 47위에 올라갔다고 한다. 여러분들도 주변에 좋은 소재가 있으면 이중텐처럼 책 하나 써 보시면 어떠하옵나이까? 님도 따고 돈도 벌고. ㅋㅋ
첫댓글 천식 교수가 책 한권쓰는게 좋겠는걸?
삼국지에 관해서는 한국사람 모두 전문가(?)일걸. 옛날엔 박종화 삼국지가 유명했었는데, 나는 어린 시절 요시가와 에이지(길천영치)가 쓴 삼국지를 재미있게 읽었는데, 우리 아들내미는 일본사람이 그린 만화책으로 삼국지를 배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