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대 카자흐스탄 한인회장 선거 결과에 부친다

[zhanna]

알마티에서 손목 지키기

최석 시인

카자흐스탄한인회장 선거가 끝났습니다. 선거는 경쟁 후보를 제외하고는 유권자의 지켜보는 재미도 있는데 이번 선거는 결과만을 놓고 보면 박빙의 경합이었습니다.

작금의 어려운 카자흐스탄 교민사회를 생각하면 상당히 많은 분들이 투표에 참여했습니다. 조금 아쉬웠던 부분은 선거운동기간이 너무 짧았고 때문에 후보들의 공약이나 자격을 챙겨볼 시간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또한 제시한 공약들이 현실 안주의 소극적이고, 추상적이며 혹은 비현실적이란 생각을 들게 했습니다.

선거를 통해서 우리는 배워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승복하는 법과 포용하는 법, 그리고 표심을 보고 민심을 읽는 방법들 입니다. 두 분 다 이런 부분은 알고 수용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암튼 선거는 큰 무리 없이 끝났고 이제 새로운 술을 새 부대에 넣는 작업과 선거에서 제시한 공약을 기반으로 한인회를 발전시키는 일만 남았습니다.

투표장에서는 그 동안 보지 못했던 교민들을 만났고 막걸리는 없었지만 커피 한잔에 덕담을 나누었지요. 늘 하는 이야기지만 선거가 축제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실감이 났습니다. 두 분의 후보자들께서는 알아두어야 할 진실은 교민들의 적극적인 열정과 참여정신입니다. 요즘 대세인 “손목을 자르고 싶다”는 자괴감이 생기지 않도록 섬김의 정신을 잃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는 승자나 패자나 마찬가지이며, 지지를 보내준 분들의 손목을 지켜주어야 하는 책임이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한인회 무용론도 있습니다. “한인회가 뭐하는 곳이냐? 기껏해야 설잔치와 운동회를 개최하는 것이 전부인데 이런 행사라면 알마티에 있는 한인직능단체나 친목단체들이 모여 여는 것이 효과적이고 효율적이 아닌가.” 라는 푸념도 들려오지요. 이런 말들을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은 단순합니다. 보여주고 개선하고 외연을 넓히는 것 밖에 없는 법. 그러나 한인회 관계자들은 참여하는 교민이 적다고 하소연을 합니다. 자주 듣는 답변이자 저도 자주한 말이지만 돌이켜보면 이 말은 집행부가 무능하다는 말과 동일합니다. 무용론의 배경에는 한인회가 교민들의 권익과 보호에 별로 기여하지 못한다는 가시가 들어 있습니다. 표심은 결국 민심이 아닌가요?

고여 있으면 썩는 법. 현 당선자는 두 번째 임기를 수행하게 됩니다. 이는 집행부가 고인 물이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지요. 때문에 인적 쇄신이 필요한 시기라고 봅니다. 바라보는 높이에 따라 보이는 풍경이 다른 법입니다. 아무리 잘나고 유능한 사람도 한자리에서 오래 머물면 수구화(守舊化)가 되기 쉽습니다. 자신이 보는 관점이 가장 정확하다는 오류를 범하게 되지요. 깊이 생각해보기를 부탁합니다.

마지막으로 낙선자에게도 덧붙이자면 지지해준 손목을 부끄럽게 하지 말아야 합니다. 또한 함께 먹는 솥에 침을 뱉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좋으나 싫으나 한인회장 후보로 나섰다면 그 솥에 다시 밥을 지어야 합니다. 근본을 부정하는 것이라면 차라리 새로운 솥을 만들어 분가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선거기간 중에 한인신문의 편집자와 자격론을 벌인 것은 본질과는 매우 동떨어진 사안으로 보입니다. 법인의 설립과 등록문제는 좋은 공약이었고 한인들의 오래된 숙원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등록문제는 이미 여러 차례 회의를 열어 중지를 모았지만 결국 거주국 실정법에 저촉되는 문제로 인해 좌절된 경험이 있습니다. 편법으로 등록을 한다 해도 한인회 정관에 의거한 활동을 할 수 없다면 이 역시 의미 없는 일이라고 보입니다. 혹여 그간 법이 바뀌었거나 미처 알지 못한 합법적인 등록의 가능성이 있다면 대승적인 견지에서 서로 협조하여 좋은 결과를 만들어 주세요. 카자흐스탄의 한인사회는 이런 좋은 선례가 필요합니다. 낙선의 좋은 점은 다음에 다시 도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부끄러운 낙선이 아니라 당당한 낙선이라는 평가로 기록되기를 바랍니다.

당선자 낙선자 모두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출처 카자흐스탄 한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