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항쟁...23주년을 맞이하며★
5.18 민주의 혼이여!
韓 用 燮
프롤로그(prologue)
80년의 봄
다시 찾아온 自然의 새날
민주의 봄은 아직 차디찬 겨울이었다.
정치꾼들의 가슴속엔
나뭇가지 물오르듯
저마다 욕망의 샘이 솟는 데
마디에 옹이 돋았던가
유신독재보다 더한
신 군부의 정권탈취와
정치적 마각이 여기 저기서 드러나고
되돌아오던
민주 회복도
그들에 의해 다시 유린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학원가는 여전히 살아 움직이며
봄맞이 준비가 한창이었다.
민족 회복을 위한 '민주화 대행진'이며
'민주화 대성회'
'시국 성토대회'로 이어지는
군중들 속에
엄마를 꼭 닮은 아들도
아빠를 판 박은 딸들도
함께 모여 외치고 있었다.
학교에서, 거리에서
그리고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에서나
'민주회복만이 살길이다.'
5.18의 태동
(80년의 봄)
민주의 에너지는
국민의 숨결과 함께라면
결코 소멸되지 않는다.
천하를 호령하던
유신독재
구름 가린 그 속에서도
태양처럼 이글거리며
가슴에서 가슴으로
그리고 눈빛으로 생명되어 살아난다.
밑그림도 떠오르지 않던
'생일 집 잔치'며
'별들의 전쟁'이
뜨거운 숨결과 사랑
타오르는 열정으로 잠을 깨우고
민주회복의 꿈
부풀대로 부풀었지만
신 군부의 정권 탈취 극으로
민초들의 염원은
다시 주저앉아 정신을 잃었을 때
그래도 민주는
태반에서 수정되어
힘차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출산의 날을 기약하며 힘찬 태동을 하고 있었다.
민주화의 물결
(1980년 5월 18일)
새벽 안개 자욱한 거리에는
여느 날 같지 않게
공수부대원들이 도열하고
여기 저기서 자행되는 검문검색과
학생들의 연행소식
이어지는 공포 분위기
등교 길은 금새 무서운 기운이 감돈다.
반복되는 집결과 시위
막아도 뚫리는
긴 민주화의 물결이
파도되어 퍼져간다.
'학원 자율화 보장'하라.
'노동 기본법 확보'하라.
'신 군부 퇴진'하라.
'비상계엄 해제'하라.
거대한 에너지가
오염된 정권을 토해낸다.
최루탄을 뒤집어쓰고
진압 봉 구타에도 굴복하지 않으며
험난한 풍파 맞닥뜨려도
그들은 모이고 외치며 전진한다.
오직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하여
교문 밖으로 나서야 하는
숙명적인 상황에
의연한 모습으로 위대한 힘을 발휘한다.
최초의 발포
(5월 19일 오후 상황)
5.18 다음날 오월 십구일
아침 이른 시간부터
금남로 일대의 교통은 차단되고
거리엔 인파가 넘실거린다.
외각 지역에서는 장갑차와 군용 트럭이
상황 따라 바쁘게 움직이고
하늘에서는 헬기가 겁을 준다.
가랑비 내리는 오후
시내 곳곳에서 자행되는
진압군의 잔인 무도한 행위로
시위대에 위기감 안겨주고
과잉진압에 대한
시민들의 항의가 떠들석하다.
시위대 숫자가 홍수 철 물 붓 듯하고
최루탄을 소진해버린 경찰도
저지선을 몸으로 막고 있을 즈음
최초 발포와
희생자에 대한 소식으로 술렁이고
'전두환 타도', '계엄군 철수'
외침도 발포 소리만큼이나 크게
거리를 가득 메운다.
작전명 '화려한 휴가'
(80년 5월 18일)
80년 5월 17일까지도
민주회복을 위한
시위군중의 시국 선언문이나
민주화 성회 모임도
별다른 저지 없이 치루어지고
도청 앞 분수대 돌아
시내로 향하는 길목에도
횃불 높이 들고 행진하는 거리에도
경찰은 오히려 시위대를 보호했다.
시민들도 학생들의 뒤를 따르며
지극히 평온한 가운데
시위대는 모이고 외치고 헤어졌다.
그러나 비극은 언제부터일까?
작전 명 '화려한 휴가'가 내려지고
무장 병력과 더 무서운 공수부대가
투입되어 여기 저기서 부디 치는 충돌
최루탄 발사로 연좌시위를 부르고
입에서 입으로 퍼지는 소문
진압군의 잔인성이 드러난다.
짐승처럼 사납게
무차별 날뛰며
짓밟고 뭉개더니
어두운 곳에서 킥킥거리는
별난 작전명령 '화려한 휴가'
그들은 작전 명 '화려한 휴가'를 수행 중이었다.
폭도는 누구인가?
(80년 5월 18일-28일)
비상계엄 묶어놓고
통치권을 휘두르는 군부와
민주주의 되찾자고
시위하는 군중들
도대체 폭도는 누구입니까?
장갑차까지 동원한 중무장으로
진압 명령 내세워 잡아가는 자와
맨몸으로 외치다가
잡히면 죽도록 얻어맞는 자
둘 중 폭도는 누구입니까?
건물마다 뒤져서
무차별 잡아내는 자와
어제처럼 학원 공부하다가
머리 처박고 구타당한 자
대관절 폭도는 누구입니까?
나는 나는 진정 모른다오
아무리 생각해봐도
정말 정말 모른다오
어찌하여 시위하는 군중들이
폭도가 되어야 하는지를
그들은 왜 총을 들게되었나
(5월 21일 상황)
계엄군의 최초 발포이후 3일
곤봉과 쇠파이프는
기본 중에 기본이었고
소총과 대검으로 무참하게 학살된 흔적
화염방사기의 위력에 쫒겨 희생된 시신
시내 곳곳에서 자행되는 만행과
유혈충돌의 상처로
시위대의 투쟁 정신 더욱 굳어지고
시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게다가 이어지는
시외전화 불통으로
외부와는 연락 두절
사실상 광주는 고립되었고
그 두려움이 한꺼번에 밀려오면서
광주수호의 필요성이 확산되었다.
시위대는 인근지역으로 나가
무기를 확보하여
속속 무장을 시작했으며
살아야겠다는 본능과
이 싸움에서 반드시 이겨야
민주주의를 되찾을 수 있으리라는
부동의 신념으로
그들은 무장 봉기의 길을 택했으리라.
유언비어와 사실의 차이
(80년 5월 18일-28일)
유언비어를 아십니까?
확증 없는 헛소문이
선동적인 선전으로 떠돌아다니며
사실을 왜곡한다는 것을.
그러나
터무니없다는 그 말들이
나중에 보면 사실이라는 것도
아마 아신다면
유언비어와 사실과의 차이는
백지 한 장도 못된다는 것까지도
화염방사기에 그을린
시커먼 시신이며
전쟁 중에도 금지된 납 탄알
시위대의 몸을 갈랐고
여인의 젖가슴에 대검 찌른 흔적
팬티와 브래지어만 걸친 알몸이 거리에 딩굴고
군 헬기와 쓰레기차로 시체를 운반했다는 말
그리고 LMG기관총 난사로 시위대가 쓰러지고
민가난입과 양민학살
계엄군간의 오인 사격….
이 모두가 流言蜚語라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바로 사실이었다오.
그래서 발표는 '유언비어'지만
알고 보면 그게 '사실'이래요.
새벽의 마지막 불꽃
(80년 5월 28일 새벽)
최후의 항쟁일 5월 28일 새벽
사단병력에 공수여단까지
거기에 탱크를 앞세운 공격개시
한순간에 공포의 도시로 몰고 갔다.
시민 군을 비추는
서치라이트 불빛이 유난히 밝은 때
아군도 적군도 아닌 그렇다고 훈련상황도 아닌
'충정작전'은 시작되었고
동지들의 죽음을 알리며
시민의 동참을 호소하는
여인의 가두방송이
외롭다 못해 처절하였다.
그러나 애절한 여인의 목소리가
밤 공기를 가르고 안방까지 쟁쟁할 때
크고 작게 위협해오는
무서운 총포소리는 이불 벽을 쌓게 했다.
결국 상황은 끝나고
아군도 적도 아닌 젊은이들이
가장 암울한 시기에
가장 밝은 빛이 되려는 마음으로
새벽의 마지막 불꽃이었음이라.
그러나 분명
죽음이 아무리 장엄하다해도
슬픔까지 승화시킬 수 있을까?
5월 영령 망월동 안장
(80년 5월 29일)
모진 고초 다 겪으며
민주회복 외치던 님
피멍든 가슴에 신음소리 절로 터진데도
굽히지 않던 투쟁정신
오늘도 이렇게 뜨거운데
차가운 시신으로 실려 가는 곳
광주 시립 공원 묘지
제 3묘역에 안장이라니
소복 입은 어머니의 눈물이
관 뚜껑을 적시고
보내는 시민들 부끄러워
머리 들지 못할 때
덜커덩 덜커덩 쓰레기차에 실린
시신이 서러워
장엄한 산줄기가 통곡해도
이제 쉬어야 할 때인가
여기 망월동에서...
아침에 뜨는 해가 새롭고
저녁 노을이 더 아름다운 곳
창백한 달빛과 더불어
어두운 이면까지 비추어주는
영원한 태양으로 부활할 때까지
이젠 쉬어야 할 때인가 여기 망월동에서.
빛으로 부활하소서
(망월동 5.18 신 묘역)
5.18의 주역들이 새날을 기다리는
망월동 新墓域으로
민주의 문이 열리면
가신 님 넋을 기리는 분수대가
하늘 향해 힘차게 솟아오르고
새로운 생명으로의 부활을 상징하는
계란형 조형물이
탑신 중앙에 자리하여
민중항쟁 추모탑의 중심이 된다.
5월 정신 계승하여
삼라만상이 우주와 조화 이룬 곳
범 우주적 존재로 승화하기를 바라는
국민 염원 가득 모은 손이 정겹고
추모탑 앞의 기념상이 살아나
우렁찬 외침으로 메아리 된다.
옆으로 나란히 손잡은 부조는
당시의 뜨거운 숨결과 타오르는 열정
아직 식지 않아
살아남은 자를 부끄럽게 한다.
발길을 돌리지만
언제나 생각 나는 길
다시 찾을 때
님이여 빛으로 부활하소서.
님이여 자유의 化身이소서.
>
5.18민중항쟁 23주년 추모제가 광주 5.18국립묘지에서 엄수되고 있다.
23주년 전야제가 열리는 광주 금남로에서 모자의 촛불기도..
에필로그(epilogue)
사람이라면 누구나
정말 사람이라면 한결같이
눈동자처럼 아끼는
소중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민주'와 '자유'
그래서 짓밟히면
피 흘려 쟁취하고
맨손이라도 총칼과 맞서
지키려 합니다.
의롭지 못한 권력의 도전 받을 때면
창 틈으로 새어드는
실낱같은 민주의 빛도
소중히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가꾸어 갑니다.
그런데,
그렇게 아끼던 것을 송두리째
잃어버리면 어떻게 합니까?
다행히 민주화 투쟁은
어디를 가도 투사가 있고
동지들이 있어서 그 작은 힘이
곧 큰 군중을 모으고
들풀같이 끈질기게 살면서
민주의 꽃을 피우고야 맙니다.
아무리 척박한 땅에도
들풀같이 끈질기게
민주의 꽃을 피우고야 맙니다.
<시작노트>
詩를 쓰는 일은 내게 있어서 가장 힘든 일 중의 하나이며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한 참여시는 더욱 어려운 작업이었다.
다행히 학생 교외 생활 지도를 위하여 5.18현장을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지만 제 3인칭 관찰자의 입장이었으므로 이를 詩語로 바꾸어
묘사하는 데는 필자의 능력 한계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격동의 시절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고 그래도 지금보다는 더 살만한 내일을
詩로 표현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다시는 5.18과 같은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하지 않고도 이 땅에 영원한
민주와 자유가 강같이 흐르는 그런 세계가 계속될 것이라는 희망 버리지 않고 싶다.
이글은 교단에서 문단활동을 하시는 선생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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