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모(29.여)씨는 18일 옷장을 정리하면서 저절로 한 숨이 나왔다. 동대문, 명동에서 4천900원을 주고 산 티셔츠부터 인터넷 쇼핑몰에서 산 9천900원짜리 반바지까지..한 두 번 입고 서랍에 넣어둔 옷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이 옷들을 어찌할꼬. `싼 맛'에 샀는데 한 번 세탁했더니 후줄근해진 옷도 있고,3년 동안 꺼내 입지 않아 작아진 옷도 있다.
비싼 옷이면 고쳐 입겠지만 수선비가 더 들 것 같아 그나마 괜찮은 옷만 골라 헌 옷 수거함에 넣고, 나머지는 쓰레기 종량제봉투에 넣어 버렸다.
지난 1월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가 보도한 `잘 입는가'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유행에 맞춰 신속히 만들어 내고, 싼 값에 빨리 사 입고 버리는 `패스트 패션'이대중화되면서 영국인 1명이 한 해 동안 30㎏의 옷을 갖다 버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쓰레기종량제 봉투에 들어간 옷은 가연성쓰레기로 분류될 뿐이고, 헌 옷 수거함은 민간단체나 재활용업자가 개별적으로 설치하기 때문에 `옷 쓰레기'에 대한 통계는 일괄적으로 집계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행에 매우 민감한 편이고, 의류산업이 발달한데다 유통업체들이 중국산 제품 등 저가의 옷을 100g당 1천500∼2천원에 파는 `무게 마케팅'까지 하는 점 등에 비춰봤을 때 1인당 `옷 쓰레기'가 영국보다는 많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추측이다.
이렇게 옷을 쉽게 사서 입고, 버릴 때 환경에는 어떠한 문제가 있을까.
친환경상품진흥원 김만영 연구센터장에 따르면 한 벌의 옷을 만들면서 섬유재료로부터 실을 뽑아내는 과정과 실로 천을 만드는 과정, 천을 염색ㆍ가공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각 과정마다 환경과 건강을 위협하는 화학물질이 배출된다.
예를 들어 면과 마 섬유를 얻기 위해서는 농약이 살포되고, 모 섬유를 얻는 과정에서는 양에게 먹인 항생제가 배설물을 통해 토양을 오염시키며 동물의 가죽을 옷감으로 사용할 수 있게 무두질하는 과정에서는 독성이 있는 크롬화합물이 나온다.
특히 레이온(재생섬유)을 제조하는 과정에서는 이황화탄소(CS₂)가 배출되는데 58년에 세워진 `원진레이온'의 노동자들은 이황화탄소에 장기간 중독돼 고혈압, 발음장애, 전신불수 등 증상이 나타나 800여명이 직업병 판정을 받았고, 그 중 40여명이 숨졌다.
옷감의 형광표백, 수지가공, 염색 등의 과정에서 형광증백제와 계면활성제, 발암 의심물질인 포름알데하이드, 염색도료가 환경으로 배출되며 입고 버린 옷을 태우거나 매립하면 대기오염, 토양오염, 수질오염을 유발한다.
`동물, 식물에서 얻는 천연섬유가 석유화학물질로 만드는 합성섬유보다 친환경적'이라는 생각도 잘못된 상식이다.
면 섬유제품의 경우 목화를 재배하는데 농약과 비료가 대량으로 사용되고, 표백과 염색 등 20여 단계의 가공과정을 거치며 화학물질 배출은 물론 에너지가 다량 사용된다.
모나 비단제품은 세탁시 드라이클리닝을 해야 하기 때문에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을 대기 중으로 방출하고 피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가죽ㆍ모피의류는 제작과정에서 수질오염을 일으키는데다 밍크코트 1벌을 만들려면 밍크 150마리 이상을 죽여야 하는 등 동물보호 문제를 야기한다.
석유화학물질로 만드는 합성섬유는 공장에서 제조시 오염물질 배출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받는 반면나일론의 수명이 면의 25배나 되는 등 매립했을 때 잘 썩지 않는 단점이 있다고 김 센터장은 설명했다.
그렇다면 `옷'에 의한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무슨 방법이 있을까. 옷을 구입하기 전 심사숙고를 한다든지, 중고의류가게를 통해 옷을 재활용하는 것은 환경보호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헌 옷을 모아 제3세계에 헐 값에 팔거나 무료로 나눠줄 경우 의류 가내수공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현지인들의 시장경제가 무너져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달라고 NGO활동가들은 말한다.
다음은 여성환경연대가 제안하는 체크리스트.
▲사려는 옷이 꼭 필요한지 고민하기
▲비슷한 옷을 갖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보기
▲이 옷을 사면 안 입게 되는 옷이 생기지 않는지 살펴보기
▲가능한 물 세탁할 수 있는 옷 고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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