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모 주교의 명상 칼럼] 용서의 힘
자비-친절 명상
마음이 힘들 때 자기의 마음을 힘들게 하는 누군가에게, 또는 힘든 자신에게 친절과 연민을 보내는 명상을 할 때 치유의 순간이 다가오기도 한다. /셔터스톡
나는 몇 년 전에 '벤허'라는 영화를 다시 보았다. 벌써 여러 번째 보는 것이었지만 이번에는 예전에 미처 보지 못했던 장면을 보았다.
벤허는 뼈에 사무친 원수를 죽이고 통쾌하게 복수를 했지만, 마음속의 공허함은 지울 수가 없었고 손에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복수의 칼을 쥐고 있었다.
그는 문둥병에 걸린 어머니와 여동생을 치료하기 위해 허탈한 심정으로 예루살렘 거리를 헤매는데, 옛날 자신이 노예선에 노예로 끌려갈 때 사막에서 물을 주었던 예수라는 젊은이가 십자가를 지고 가는 것을 보고 그를 따라간다.
벤허는 골고타 언덕에서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가 자신의 손과 발에 못을 박는 병사들을 위해, “하느님,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하고 기도하는 것을 듣고는 큰 충격을 받는다.
자신의 살에 못을 박는 자를 위해 기도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예수의 무한한 사랑과 자비심에 충격과 감동을 받는 순간, 벤허는 여전히 자신의 손에 쥐어져 있던 복수의 칼이 스르르 손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바로 그때 문둥병에 걸려 있는 벤허의 어머니와 여동생이 병에서 낫는 기적이 일어난다.
이것은 사랑에 의해 깊은 감동을 받을 때 비로소 치유가 일어난다는 치유에 대한 매우 상징적인 이야기이다.
사람은 누구나 상처를 받으며 살고 있고, 또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며 살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상처들을 계속 가슴에 품고 산다면 치유는 일어나지 않는다.
가슴 속의 증오로 정신은 황폐화되고, 삶의 에너지는 고갈된다. 어떻게 이 증오의 황폐화된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 해답은 용서에 있다. 용서는 치유를 가져오고 영성을 한 단계 성장시킨다. 물론 용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어떻게 용서하는 마음을 품을 수 있을까? 그것은 모든 존재에 대해 연민의 마음, 즉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가슴에 품을 수 있을 때 가능하다.
불쌍히 여기는 마음, 용서하는 마음을 품는 좋은 방법 중의 하나는 소위 자비명상이라고 하는 사랑의 친절명상(loving-kindness meditation)을 훈련하는 것이다. 아래에 자비명상의 하나를 소개한다.
조용히 앉아 호흡을 바라보면서 얼굴에는 잔잔한 미소를 지으십시오.
인간이라는 존재와 그 운명을 생각해 봅니다. 자신이 원해서 이 세상에 온 것도 아니면서 다른 사람에게 뒤질세라 아둥바둥 살다가, 자신이 원하지 않아도 언젠가는 가야만 할 운명적인 존재, 인간….
사랑하는 사람들을 머리에 떠올려 보십시오. 한 사람 한 사람을 꼭 껴안으면서 자비심과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그들에게 쏟아 부으십시오.
“나는 진심으로 당신이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인생에서 쫓기는 실패자가 되지 말고, 비록 가진 것이 없다 할지라도 인생을 당당하게 사는 승리자가 되기를 빕니다. 나는 당신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번민에서 벗어나고, 깨달음을 얻어 행복하기를 빕니다. 당신이 진실로 행복하기를, 행복하기를….
이제 당신이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은 방법으로 자비의 마음을 베풀어 보십시오.
당신이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자비의 마음을 보내 보십시오.
동물과 식물들에게도, 나아가서 우주의 모든 생명체에게도 자비의 마음을 보냅니다.
이제 미워하는 사람에게도 자비심과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보내 보십시오.
당신 존재의 중심으로부터 자비심이 퍼져 나와서 마침내 자비심이 당신의 전존재를 가득 채웁니다. 이 모습을 생생하게 시각화하여 바라보십시오.
“나는 자비롭고 평화로운 영혼…. 나의 사랑과 자비심이 온 우주를 덮는다...”
글 | 윤종모 주교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