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구지도(絜矩之道)
곱자를 가지고 재는 방법이라는 뜻으로, 자기의 처지를 미루어 남의 처지를 헤아리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絜 : 재다 혈(糸/6)
矩 : 곱자 구(矢/5)
之 : 의 지(丿/3)
道 : 길 도(辶/10)
출전 : 대학(大學)
다음은 대학(大學) 12-1이다.
“所謂平天下在治其國者, 上老老而民興孝, 上長長而民興弟, 上恤孤而民不倍. 是以君子有絜矩之道也.”(소위평천하재치기국자, 상노노이민흥효, 상장장이민흥제, 상휼고이민불배. 시이군자유혈구지도야)
“이른바 ‘천하를 태평하게 하는 일은 나라를 다스리는 데에 있다’는 것은 윗사람이 늙은이를 늙은이로 대하여 백성이 효도를 일으키고, 윗사람이 연장자를 어른으로 대하여 백성들이 깍듯함을 일으키며, 윗사람이 고아를 딱하게 여겨 백성이 등지지 않게 한다는 말이다. 이런 까닭에 군자에게는 곱자처럼 바로 재는 길이 있다.”
恤(휼)은 걱정하다, 딱하게 여기다, 먹이다는 뜻이다. 倍(배)는 背(배)와 같으며, 등지다, 저버리다는 뜻이다.
絜(혈)은 헤아리다, 재다는 뜻이다. 矩(구)는 네모를 그리는 데 쓰는 곱자를 뜻하는데, 흔히 법도나 법칙을 상징한다.
천하를 태평하게 하는 일은 참으로 어렵다. 천하는 온 세상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지리적으로 아득히 멀리 뻗어 있고 환경도 곳곳이 다르며 다양한 민족과 다채로운 문화가 존재한다. 이를 하나로 아우를 수 있는 정치 제도나 통치 체제는 매우 찾기 어려울 뿐 아니라 설령 힘들게 마련했다고 하더라도 그대로 실행된다는 보장이 없다.
이는 진시황이 통일한 거대 중국이 금세 위기에 직면하여 무너졌다가 다시금 漢(한) 제국이 들어선 일, 그리고 한 제국도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행정조직을 구성하기 어려워서 간신히 郡縣制(군현제)와 封建制(봉건제)를 결합한 방식을 썼다가 이내 내란을 겪은 일 따위에서 입증되었다.
그러면 천하를 태평하게 하는 일은 불가능한가? 천하 자체를 다스리려 해서는 가능하지 않다. 그보다 작은 단위인 國(국), 곧 나라를 잘 다스리면 된다. 천하보다는 나라가 훨씬 덜 복잡하다. 단일한 민족이나 몇몇 종족으로 구성되어 있고 공통된 문화 위에 있으며 지리나 환경에서도 현저하게 동질적이다. 그래서 평천하가 치국에 있다고 말한 것이다.
[집주]
이 세 가지(老老, 長長, 恤孤)는 윗사람이 행하면 아랫사람이 본받는 것이 그림자와 메아리보다도 빠르니, 이른바 집안이 가지런해짐에 나라가 다스려진다는 것이니, 또한 사람 마음이 똑같아서 한 지아비라도 살 곳을 얻지 못함이 있게 해서는 안됨을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군자가 반드시 마땅히 그 같은 바를 인하여 미루어 남을 헤아려서 彼我의 사이로 하여금 각기 分數와 소원을 얻게 하니, 이렇게 하면, 上下와 四方이 고르고 方正하여 천하가 平해질 것이다.
言此三者,上行下效,捷於影響,所謂家齊而國治也。亦可以見人心之所同,而不可使有一夫之不獲矣。是以君子必當因其所同,推以度物,使彼我之間各得分願,則上下四旁均齊方正,而天下平矣。
▶ 絜(헤아릴 혈, 깨끗할 결, 들 계, 홀로 갈)은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실 사(糸; 실, 끈)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갈)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絜(혈, 결, 계, 갈)은 ①헤아리다 ②재다 ③두르다, 묶다 ④삼 한 단, 그리고 ⓐ깨끗하다(결) ⓑ결백하다(결) ⓒ고요하다(조용하고 잠잠하다)(결) ⓓ밝다(결) ⓔ희다(결) 그리고 ㉠들다(계) ㉡휴대하다(계) 그리고 ㊀홀로, 혼자(갈)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깨끗할 결(潔)이다. 용례로는 줄다리기를 이르는 말을 혈하희(絜河戱), 곱자를 가지고 재는 방법이라는 뜻으로 자기의 처지를 미루어 남의 처지를 헤아리는 것을 비유하는 말을 혈구지도(絜矩之道) 등에 쓰인다.
▶️ 矩(모날 구/법도 구)는 형성문자로 榘(구)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화살 시(矢; 화살)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巨(거; 모, 모서리; 구)로 이루어졌다. 방형(方形)을 그리는 데 쓰는 자를 뜻한다. 그래서 矩(구)는 (1)곱자 (2)외행성(外行星)이 태양(太陽)과 직각(直角) 방향에 있는 현상, 등의 뜻으로 ①모나다(사물의 모습이나 일에 드러난 표가 있다) ②새기다, 새겨 표시하다 ③곱자(ㄱ자 모양의 자) ④네모, 사각형 ⑤모서리(물체의 모가 진 가장자리) ⑥대지(大地), 땅 ⑦법도(法度), 상규(常規) ⑧규칙(規則) ⑨직각(直角) ⑩가을,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곱자와 먹물을 구묵(矩墨), 지난날에 대지를 네모꼴로 생각한 데서 대지를 이르는 말을 구지(矩地), 측량에 있어 하나의 직선에 대하여 직각이 되는 방향을 정할 때 쓰이는 기구를 구경(矩鏡), 어음 또는 단자나 물목을 구권(矩券), 올바른 걸음걸이를 구보(矩步), 단면이 구형으로 된 강철 또는 연철로 만든 쇠막대를 구철(矩鐵), 지름이나 선의 거리를 재는 도구를 규구(規矩), 옛 사람이 이루어 놓은 본보기가 될 만한 행동이나 사실을 전구(前矩), 오전 중에 지구에서 보아서 태양과 외행성 또는 달이 있는 위치의 방향이 90°를 이루는 일을 하구(下矩), 콤파스와 곱자를 구구(鉤矩), 곱자를 가지고 재는 방법이라는 뜻으로 자기의 처지를 미루어 남의 처지를 헤아리는 것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혈구지도(絜矩之道), 걸음을 바로 걷고 따라서 얼굴도 바르니 위의가 당당함을 일컫는 말을 구보인령(矩步引領), 목수가 쓰는 그림쇠 자 수준기 먹줄을 통틀어 이르는 말 또는 일상생활에서 지켜야 할 법도를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규구준승(規矩準繩) 등에 쓰인다.
▶️ 之(갈 지/어조사 지)는 ❶상형문자로 㞢(지)는 고자(古字)이다. 대지에서 풀이 자라는 모양으로 전(轉)하여 간다는 뜻이 되었다. 음(音)을 빌어 대명사(代名詞)나 어조사(語助辭)로 차용(借用)한다. ❷상형문자로 之자는 ‘가다’나 ‘~의’, ‘~에’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之자는 사람의 발을 그린 것이다. 之자의 갑골문을 보면 발을 뜻하는 止(발 지)자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발아래에는 획이 하나 그어져 있었는데, 이것은 발이 움직이는 지점을 뜻하는 것이다. 그래서 之자의 본래 의미는 ‘가다’나 ‘도착하다’였다. 다만 지금은 止자나 去(갈 거)자가 ‘가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之자는 주로 문장을 연결하는 어조사 역할만을 하고 있다. 그래서 之(지)는 ①가다 ②영향을 끼치다 ③쓰다, 사용하다 ④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도달하다 ⑤어조사 ⑥가, 이(是) ⑦~의 ⑧에, ~에 있어서 ⑨와, ~과 ⑩이에, 이곳에⑪을 ⑫그리고 ⑬만일, 만약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이 아이라는 지자(之子), 之자 모양으로 꼬불꼬불한 치받잇 길을 지자로(之字路), 다음이나 버금을 지차(之次), 풍수 지리에서 내룡이 입수하려는 데서 꾸불거리는 현상을 지현(之玄), 딸이 시집가는 일을 지자우귀(之子于歸), 남쪽으로도 가고 북쪽으로도 간다 즉, 어떤 일에 주견이 없이 갈팡질팡 함을 이르는 지남지북(之南之北) 등에 쓰인다.
▶ 道(길 도)는 ❶회의문자로 책받침(辶=辵; 쉬엄쉬엄 가다)部와 首(수)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首(수)는 사람 머리와 같이 사물의 끝에 있는 것, 처음, 근거란 뜻을 나타낸다. 道(도)는 한 줄로 통하는 큰 길이다. 사람을 목적지에 인도하는 것도 길이지만 또 도덕적인 근거도 길이다. ❷회의문자로 道자는 ‘길’이나 ‘도리’, ‘이치’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道자는 辶(쉬엄쉬엄 갈 착)자와 首(머리 수)자가 결합한 모습이다.首자는 ‘머리’라는 뜻이 있다. 道자는 길을 뜻하는 辶자에 首자를 결합한 것으로 본래의 의미는 ‘인도하다’나 ‘이끌다’였다. 그러나 후에 ‘사람이 가야 할 올바른 바른길’이라는 의미가 확대되면서 ‘도리’나 ‘이치’를 뜻하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여기에 寸(마디 촌)자를 더한 導(이끌 도)자가 ‘인도하다’라는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道(도)는 (1)우리나라의 지방 행정 구역의 하나. 예전에 8도이던 것을 고종(高宗) 33(1896)년에 13도로 고쳤고, 다시 대한민국 수립 후에 14도로 정함 (2)우리나라의 최고 지방자치단체 (3)도청 (4)중국 당(唐) 대의 최고 행정 단위. 당초에는 10도로 나누어 각 도마다 안찰사(按察使)를 두었으며 734년에 15도로 늘려 관찰사(觀察使)를 장관(長官)으로 두었음 (5)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 (6)종교 상으로, 교의에 깊이 통하여 알게 되는 이치, 또는 깊이 깨달은 지경 (7)기예(技藝)나 방술(方術), 무술(武術) 등에서의 방법 (8)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길 ②도리(道理), 이치(理致) ③재주 ④방법(方法), 술책(術策) ⑤근원(根源), 바탕 ⑥기능(機能), 작용(作用) ⑦주의(主義), 사상(思想) ⑧제도(制度) ⑨기예(技藝) ⑩불교(佛敎) ⑪승려(僧侶) ⑫도교(道敎) ⑬도사(道士) ⑭교설(敎說) ⑮~에서, ~부터 ⑯가다 ⑰가르치다 ⑱깨닫다 ⑲다스리다 ⑳따르다 ㉑말하다 ㉒완벽한 글 ㉓의존하다 ㉔이끌다, 인도하다 ㉕정통하다 ㉖통하다, 다니다 ㉗행정구역 단위 ㉘행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길 도(塗), 거리 항(巷), 거리 가(街), 네거리 구(衢), 길 로/노(路), 길 도(途), 길거리 규(逵), 모퉁이 우(隅)이다. 용례로는 사람이나 차가 다닐 수 있게 만든 길을 도로(道路), 사람이 마땅히 행해야 할 바른 길을 도리(道理),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를 도덕(道德), 일에 쓰이는 여러 가지 연장을 도구(道具), 도를 닦는 사람을 도사(道士), 사람이 마땅히 행해야 할 도덕 상의 의리를 도의(道義), 일반에게 알리는 새로운 소식을 보도(報道), 차가 지나다니는 길을 궤도(軌道), 부모를 잘 섬기는 도리를 효도(孝道), 사람이 행해야 할 바른 길을 정도(正道), 차가 다니도록 마련한 길을 차도(車道), 도를 닦음을 수도(修道), 임금이 마땅히 행해야 될 일을 왕도(王道), 바르지 못한 도리를 사도(邪道), 사람이 다니는 길을 보도(步道), 일에 대한 방법과 도리를 방도(方道), 길에 떨어진 것을 줍지 않는다는 도불습유(道不拾遺), 길거리에서 들은 이야기를 곧 그 길에서 다른 사람에게 말한다는 도청도설(道聽塗說), 길가에 있는 쓴 자두 열매라는 뜻으로 남에게 버림받음을 도방고리(道傍苦李), 먼 길을 달린 후에야 천리마의 재능을 안다는 도원지기(道遠知驥), 길에는 오르고 내림이 있다는 도유승강(道有升降)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