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세상이 나를 버렸다고 생각했다.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 수 한 명을 추가하면서 든 생각이었다. 무대소품처럼 추위가 몰려오고, 날씨는 내 몸의 살갗에 잔잔한 파도를 만들었다. 그렇게 세상이 나를 망가뜨렸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다시 흐르고 버려진 나를 비롯해 모든 것이 앙상하게만 보이는 순간이 찾아왔다. 내 귀엔 크리스마스 캐롤 소리가 들린다. 대량복제시대의 산물인 규격화된 음악들이 출몰한다.
캐롤을 거리 곳곳에서 울려퍼지게 하는 현대문명의 은총이 없었더라면, 싸구려 유랑극단이 오던지 거리의 악사 한 명이라도 초대되지 않았다면 영영 이 날씨에 이 음악을 들을 수 없었으리라.
누구는 소음처럼, 누구는 기쁨의 탄성처럼 들릴 무차별적인 음악들이 거리에서 살고 있다. 혹은 유령처럼 배회하고 있다.
나는 버려졌다고 생각했지만 이전 세대의 가난한 자들이 누릴 수 없었던, 모든 귀족들이 사랑했던 음악의 세례를 받은 자인 것이다. 나는 세상에서 버려졌지만 버려진 자 치고는 너무나 호사롭다. 그래서 나의 에덴동산, 나의 자본주의, 나의 세상에 고맙다.
p/s: 감각적인 글을 쓰기 위해서는 경제학 교과서를 멀리 해야 한다. 글에 더 이상 감성을 더할 수 없게 된다. 맨큐 교수에게 심심한 분노를 전한다.
첫댓글 신문을 읽으세요 감정이 살아납니다 ㅋ
멋지시네요~~!! 글과 같은 지성과 감성을 지니셨다면 좋은 결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올해졸업하면 사물함에 쳐박아둔 나의 맨큐도 누군가가 보고있겠죠?ㅋㅋ 완전시러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