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부부의 세계'에서는 공간의 역할이 중요했다. 한 가정의 불화가 소도시 전체로 번져가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그려내기 위해서는 인물들의 특성이 착실히 반영된 집과 도시의 효과적인 배치가 전제돼야 했다.
또 '부부의 세계'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좀 대단한 사람들인가. 의사, 엔터테인먼트 대표, 회계사, 지역 유지까지, 죄다 그럴듯한 사회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이는 곧 인물들의 화려한 집 자체가 극의 관전 포인트가 된다는 뜻이다.
이쯤 되면 '부부의 세계'에 유독 '미술팀이 영혼을 갈았다'라는 평이 쏟아지는 건 당연한 일. 이러한 찬사가 누구보다 뿌듯할 사람, 바로 '부부의 세계'의 최기호 미술감독과 OSEN이 만났다.
▶ '부부의 세계'에서 '집'이라는 공간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했는데요. 개인적으로 지선우의 집에 이들 가족의 변화 과정이 고스란히 녹아났다고 생각합니다. 이곳을 꾸릴 때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으실까요.
지선우의 집은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사실상 분열돼가는 가족의 심리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은연중에 느낄 수 있게 디자인하였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지선우가 머무르는 주방과 이태오가 주로 시간을 보내는 거실 사이에는 높이 차이가 존재합니다.
이를 통해서 지선우와 이태오의 지위 차이를 드러내려 했습니다. 또 두 공간 사이에는 구멍이 있는 벽이 있습니다. 이는 둘 사이의 비밀과 의심의 시선을 의도한 것인데, 지선우의 서재에서 벽과 벽 사이에 난 창을 통해 거실을 관찰할 수 있는 구조로도 표현됩니다.
이와 더불어 계단도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강렬한 철재 재질의 사선 구조로 둘 사이의 불안한 관계를 시각적으로 극대화하고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계단의 형상이 이 가족의 심리를 표현하기도 합니다.
▶ 지선우의 드레스룸과 여다경의 드레스룸은 지선우 본인도 소름 끼쳐 할 정도로 닮아 있었는데요. 여다경 역시 이 사실을 깨달으면서 이태오와 연을 끊어냅니다. 극적인 느낌을 줘야했던 공간인 만큼 신경을 많이 쓰셨을 것 같습니다.
여다경의 드레스룸은 지선우가 파티에 찾아와 숨어있을 때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한 카메라 앵글 안에 방의 입구 쪽 문과 드레스룸 안쪽이 보일 수 있는 구조로 만들었습니다. 또 선우의 드레스룸과 톤은 다르지만 옷장이나 화장대의 위치와 방향성을 동일하게 둬 자연스러운 기시감을 끌어내려고 했습니다.
▶ 가상의 도시 '고산'을 꾸릴 때 어떤 특성을 강조하고자 했을까요. 참고하거나 모티브를 따온 도시가 있을지도 궁금합니다.
고산은 지역 커뮤니티가 매우 발달해 있으면서도 폐쇄적인 성격을 많이 지닌 도시로, 과하게 세련되진 않지만 품위 있는 환경을 강조하였습니다. 도시의 외형적인 규모나 밀도는 춘천시를 기준으로 삼고 작업했습니다.
▶ 어디까지가 세트고, 어디까지가 실제 공간이었을까요. 화면상으로는 전혀 티가 나지 않아서 시청자분들도 많이 궁금해하실 듯합니다.
가정사랑병원, 지선우의 집, 고예림 부부의 집, 여다경의 빌라, 과거 태오픽쳐스, 여병규 회장 집 다이닝룸, 지선우와 손제혁의 호텔 방, 이태오와 여다경의 신혼집 등의 내부 공간들이 세트입니다.
▶ 지선우의 집과 고예림 부부의 집은 인접해 있었는데요. 덕분에 두 사람은 창을 통해서 서로의 상황을 곧바로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설정에 적합한 세트장을 섭외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섭외 기준과 그 과정이 궁금합니다.
중산층 가구들이 사는 타운하우스 마을에 지선우의 집과 고예림의 집이 서로 보이는 위치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을 기본 전제로 삼고 적합한 장소를 찾은 후 캐릭터처럼 각자 다른 개성을 가진 두 집을 선정하였습니다.
▶ 실제 주택 지역(평택 험프리스 랜딩)에서 촬영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미 완성된 현장이라서 제약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이태오와 여다경의 신혼집 외부 촬영을 평택 험프리스 랜딩에서 진행했는데, 미군 렌탈하우스다 보니 주택의 양식이나 질감이 한국의 일반적인 집들과는 거리감이 컸습니다. 외부에 맞게 내부 디자인을 할 때 제약이 컸고, 실제로 내부 세트의 분위기와 생활 양식이 너무 서구적이라 이질감이 느껴진다는 시청자 의견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부부의 세계' 세트와 현장을 구성할 때 가장 어렵거나 신경이 쓰였던 부분이 있었을까요.
모완일 감독님이 워낙 치밀하게 계산하고 연출을 하는 스타일이라 미술적으로도 배우들의 동선이나 카메라의 앵글 그리고 각종 소품의 인과 관계가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도록 하는 것에 많이 신경을 써서 작업하였습니다.
▶ 또 소품을 준비하면서 특별히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을까요.
지선우의 집 주방 세트에서 첫 촬영에 들어갔을 때 식탁과 아일랜드 위에 과일이 놓여 있었는데, 김희애 선배님이 그 과일로 준영이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이후 소품팀이 매번 다른 과일로 세팅했던 일이 기억에 남습니다.
▶ 진짜 신경 썼는데! 시청자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는데! 좀 덜 주목받아서 아쉽다 싶은 부분이 있을까요.
지선우의 집이 구조적인 장치로 많은 것을 표현하였다면, 이태오와 여다경의 집에는 그림을 이용하여 많은 메타포를 심어 놓았습니다. 부부의 침실 입구에는 바람둥이를 뜻하는 나비 그림을 걸었고, 안쪽엔 웨딩드레스 그림을 배치했습니다.
이는 결혼 생활을 지키고 싶어 하는 여다경과 밖으로 나가려 하는 이태오의 상징성을 드러낸 것입니다.
또 침대 위엔 샹들리에 그림을 걸었는데, 샹들리에는 불나방들의 모임을 의미합니다. 식당과 준영이 방, 부부 침실, 아기방에는 정면을 응시하는 동물 그림들을 걸었는데, 이는 새롭게 가정을 꾸렸지만 여전히 주변 시선과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의 상황을 시선이라는 요소로 표현하고자 한 것입니다.
태오 방의 얼굴 없는 남자들 그림은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리고 사는 극 중 인물들을 의미합니다.
첫댓글 넘 어렵게 배치했ㄷ ㅏ
우와 매일 다른 식탁의 과일로 아들에 대한 사랑을 표현 ㅋㅋㅋㅋ
와 계단이 넘 무섭게 생겼다 했더니
일부러 불안해보이게 만든거였구나
오 대박 하나하나 다 신경쓴거였네 흥미돋
삭제된 댓글 입니다.
오 디테일 ! 좋다 이런거
헐 대박
wow
이런거 보니까 진짜 ㅋㅋㅋㅋ
뮤직비디오등등 영상물에서 선정적 상징성 띤 요소들로 비판받을때 그냥 우연히 그런건데 니네가 음란마귀낀거야~~ 이게 얼마나 개소린지 알겠다
222 그냥 배치한거 아님
미술팀 진짜 열일했구나...!!
와 진짜 세심하다
와우 드라마 하나 만드는데 진짜 하나하나 대충하는게 없군
헐 계단...
대박
와 몰랐네 엄청 신경 썼구나 대박 흥미돋
여다경네 부엌에도 동물들이 정면보는 그림이 계속 보이길래 뭔 의미가있나 했는데 진짜 의미가 있었네ㅋㅋㅋㅋ
와 정말 드라마하나만드는데 이렇게고생하는구나
미친..........배운변태
계단 볼때마다 왜 저렇게 위험하게 만들었을까 했는데 ㅋㅋㅋㅋ 고산 어느 도시에서 따왔을지 궁예하는 달글에서 춘천 얘기 나왔었는데 신기하다
와 멋지다 프로페셔널 ㅠ
오오... 오...후... 오와아아....
와 멋지다..
▶ 또 소품을 준비하면서 특별히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을까요.
지선우의 집 주방 세트에서 첫 촬영에 들어갔을 때 식탁과 아일랜드 위에 과일이 놓여 있었는데, 김희애 선배님이 그 과일로 준영이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이후 소품팀이 매번 다른 과일로 세팅했던 일이 기억에 남습니다.
인상적이야..
지선우네 집은 느낌 좀 캐치했는데 여다경네는 그냥 부잣집인 줄ㅋㅋㅋ
정말 멋지다..
우와 계단 왜그런가 햇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