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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자."
"오빠!"
"좋은 선배 후배로 남자,보영아."
민호는 얼빠진 보영이의 머리를 큼직한
손으로 두어번 쓰다듬고 멀어져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친구들이 다가와서
보영이를 둥글게 감싸고 화가 난 듯 각자 불만을 터뜨렸다.
"사실 보영아,너한테 말 안한게 하나 있는데 나 몇일전 공강시간에
미연이랑 시내나갔다가 민호 선배랑 준희랑 같이 팔짱끼고 돌아다니는거 봤어."
"미안해.말하려고 했는데 …"
"야!이미연,하유라!제발 분위기 파악 좀 하자?그런말을 꼭 지금 해야겠니?
서보영,질질 짜지마.저딴 놈 개나 주고 그냥 잊어.너 아쉬울거없어."
"야아-그래도 그게 말처럼 쉽냐?우리 과에서 보영이랑 민호선배는 거의 공식커플인데….
이래서 CC는 뒷끝이 안좋다니까.아우,여튼 오준희 고 기집애 아주 꼬리 만개는 달려갖고
민호선배 앞에서 얼마나 흔들었을까?그렇지 않고서야 보영이밖에 모르던 그 팔불출 박민호가
다른 일도 아니고 바람?아 그래,차라리 서보영이 바람 핀 쪽이 더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냐?"
"아 됐어 됐어! 됐고 이유야 어찌됐든 너한테는 더 좋은 일 아니니,서보영?
너 민호선배때문에 유학까지 포기하려 했잖아.그런 미련하고 멍청한 짓이 또 어딨니?
남자 하나때문에 니 인생,니 목표까지 다 버리려고?난 차라리 잘됐다고 봐.
하나밖에 없던 낭군님한테 비참하게 버려졌겠다,집에서는 유학가라고 난리겠다,그냥
비행기 타고 떠나.머리도 식히고,그렇지 않아도 민호선배랑 사귀면서 너 성적 장난아니게 떨어진거 알지?
장학생 서보영은 어디가고 이런 찌질한 서보영만 남아있는지,에휴."
멀어져가는 민호오빠 뒷 모습을 잡을 수 없었다.
오준희는 그런 내 모습이 마냥 재미있기만 한지
나를 의식하는 듯 민호오빠 귓가에 대고 꺄르르거리며 웃고있었다.
그때 난 그 남자를 사랑했었다.
적어도 그 사람이니까…
그 남 자는 사람도 아니다.
3년만이다.
한국 특유의 공기가 나를 반겨준다.
정겨움에 코가 찌릿거렸다.
"딸.어서와"
"잘지냈어,엄마?아빠는 여전하네,코털?"
아빠는 내 말에 손가락으로 코 밑을 투박하게 문지르신다.
내가 빙그레 웃자 엄마도,아빠도 날 따라 웃으시면서
나를 안아주신다.
"보고싶었어-엄마도,아빠도…"
그 사람도 …
***
"독한 년.그렇다고 어떻게 3년동안 연락 한번 안하니?"
"야,우린 다 너가 또 미국가서 한국에서처럼 깝죽대다가
갱스터들한테 쳐맞고 저 세상 떳나 했다."
미연이,유라,지은이,호경이,샛별이 모두 이렇게 한자리에
모이니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3년전으로 돌아간 기분이였다.
갑자기 학교에 짠-하고 나타난 나를 아무런 스스럼없이
그다지 놀라지도 그렇다고 따분하지도 않게 반겨주었다.
"그렇게 독한 맘 먹고 떠났는데 엄마나 아빠나 …너희나,
통화라도 한번하고 나면 그냥 열 일 제쳐두고 한국행 비행기를
타버릴것같아서 집에 있는 전화선 몽땅 뽑고 노트북도 팔아버리고
3년 내내 학업에만 열중했지.잘 지냈지,아가씨들?
아주 물 올랐어.다들 시집갈때 됐나?"
장난스럽게 묻는 내 얼굴을 보며 다들 혀를 끌끌 차대며 핀잔을 줬지만
그 속에 숨겨진 반가움과 애정을 알기에 내 얼굴에선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렇게 따스한 봄 햇살을 받으며 학교 캠퍼스를 몇분 걷다가
학교 식당으로 향했다.
"야아- 여긴 변함이 없네.하하"
신나게 식당안으로 들어가다가 문득 걸음을 멈춘
나를 보고 미연이가 나의 등을 툭툭치며 왜 그러냐 물었다.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이내 웃으며 아무것도 아냐 하고
씩씩하게 배식을 받고 테이블로 가서 앉았다.
6명이서 식당밥 먹는게 얼마만이냐는둥,이제는 늙었는지 학교밥이 편하다는둥,
서보영 저 년은 아직도 파만 골라먹는다는 둥 여러 얘기가 오갔지만
나의 시선과 신경은 온통 저 구석 테이블에만 쏠려있었다.
그렇게도 보고싶던 그 사람이 멀뚱히 앉아서
자기 마주편에 앉아 밥을 먹는 오준희만 바라보고 있었다.
3년전에 봤던 특이한 문양의 팔찌가 아니였다면 나는 민호오빠 앞에 앉은 그 여자가
오준희라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흔치 않은 팔찌라서 잊혀지지않는 그 팔찌는
3년이 흐른 뒤 오늘까지도 오준희의 가느다란 팔목에 채워져 있다.
하지만 덥수룩한 머리,칙칙해진 얼굴,색을 잃은 입술 … 그녀답지않았다.
민호오빠 역시 조금 마른듯 까칠해보였다.
여전히 그의 옆모습은 훌륭했다.
반듯한 이마,매끄럽게 뻗은 콧날,붉은 빛이 도는 입술,고개를 옆으로 틀때면 더 강조되는 턱선.
몰랐는데 관자놀이 부근에는 동그란 빨간 상처가 하나 생겨있다.
턱밑으로 하나 있던 점이 3년전보다 조금 더 커진듯하다.
나는 이렇게 그의 하나하나를 잊지않고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변치 않는 건 그의 곁에는 여전히 오준희가 있다는 것이다.
머리도 짧아졌다.
나는 그 사람 머리를 쓰다듬는걸 좋아라했다.
하릴없이 배는 부르고 낮잠만 쏟아지는 그 시간 우리는 항상
학교 캠퍼스 잔디밭에 누워 이런 얘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그러다 그는 내 배위에 자신의 머리를 얹히고는 잠이 든다.
그러면 나는 그의 머리카락 사이로 손을 넣어 부비적거리며 몇분동안
놀다가 잠이 드는데,먼저 잠이 들어서인지 몰라도 항상 먼저 일어나는 쪽은
그 사람이였다.눈을 뜨면 내 얼굴 바로 앞에 얼굴을 마주대고 씨익 웃어보였다.
"어때?응?야!서보영!"
호경이가 나의 팔꿈치를 흔들었다.
"으?응?"
"아,얘는.이따 밤에 술마시러 가자고!"
"아,그래,좋지!"
이상하게 바라보는 애들에게 미안하다는 듯 웃어보이고는
다시 그 쪽을 바라보았을때 내 심장은 멎을 뻔 했다.
오래전부터 나를 바라보고 있었던 듯 그 사람의 시선이
내 두 눈을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민호 … 오빠."
그는 나를 향해 웃어보였다.
나른한 점심 나무아래의 달콤한 낮잠같은 그런 미소.
"민호오빠?"
"서보영.너 아직 민호선배 못잊은거야?너 ㅁ"
"야,하유라.조용히해,저기 있어."
미연이가 그 사람이 있는 테이블을 눈짓으로 가리키자
유라는 입술을 꼬옥 깨문채 잠시 김치를 뒤적거리다가 낮게 말했다.
"오준희 쟤는 정말 알수가 없단 말이지."
"분위기가 더러워.쟤 주위에는 항상 암흑빛 오로라가 마구 풍기고 있어."
"보영아,너 모르지?너 가고나서 오준희 쟤도 엄청 변했다?
명품 아니면 상종도 안하던게 1년전쯤부턴 계절 내내 같은 옷만 입고 다니고
쟤 주위에 가면 냄새도 장난 아니야.얼굴도 이쁘장한게 오준희 찍어둔 선배들도
이제는 쟤만 지나가면 욕하고 대놓고 괴롭히고."
"뭐?왜?"
"아마도 민호선배 일이 충격인거겠지."
"무슨 일?"
"…민호선배 군대가고나서 쟤가 바로 고무신 거꾸로 신었거든.
민호선배 그 얘기듣고 꼭지 돌아서…"
"…탈영했었어."
마치 어려운 얘기인듯 애들은 서로 돌아가며 한마디씩 내뱉었다.
놀란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다시 그 사람 테이블을 돌아보자
이번에도 나를 보고있었던듯 정확히 나와 눈이 마주치는 민호오빠.
특유의 개구진 미소를 찡긋거리며 턱을 괸다.
"그래,그 뒤로 오준희 고생 엄청했지.욕도 드럽게 얻어먹고."
"민호오빠가…오준희를 엄청 사랑했구나. "
내 말에 애들은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다같이 그 사람 테이블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다시 나를 바라봤다.
호경이는 코를 훌쩍거리며 후루룩하고 국물을 마셨다.
"그렇겠지,탈영까지 할 정도면."
괜시리 씁쓸해지는 마음에 반찬을 뒤적거렸다.
그런데,어째서지?
내가 식당에 들어선 그 순간부터 따라붙는 이 시선.
민호오빠는 한시도 내게서 눈을 떼지않고 있다.
나는 조심스레 다시 한번 오빠를 바라보았다.
역시나 나를 향해 웃는다.
나 또한 이번에는 예의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까닥거렸다.
그때 식판에 얼굴을 묻고 밥만 먹던 오준희와 눈이 마주쳤다.
머쓱해진 마음에 민호오빠를 다시 보니 나에게 이리와보라며 손짓을 한다.
난처해진 얼굴을 숨기지 못하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런 내 모습을 이상한듯 보던 샛별이가 대수롭지 않게 말을 내뱉었다.
"탈영정도냐?목숨까지 버렸잖냐."
"하긴.탈영했을땐 이미 목숨 걸었다는 거지.결국 본인이 본인 총으로 본인 머리에 빵!했지만."
"…다시 한번 말해봐,지은아.뭐라고?"
나는 내 눈을 의심할수밖에 없었다.
그 사람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 잘난 얼굴이 점점 …
"뭐?민호선배?민호선배 죽었어.1년전에.탈영했다가 잡히게 되자 자살했어.
그 뒤 오준희는 죄인이 되버렸지.살인자로"
처음 발견했던 오빠의 관자놀이 부근의 빨간 상처를 시작으로
그의 얼굴이 흉측하게 변해간다.
이내 얼굴은 알아볼수없을 정도로 녹아내려 핏빛으로 물든다.
"그럼?…그럼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건 뭐지?"
어두운 낯색의 오준희가 식판을 들고 나를 스쳐지나간다.
얼어붙은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오준희가 지나가자 코를 틀어막는다.
인상을 찌푸리고 경멸하듯 바라본다.
"야,쟤 뭐라고 씨부리면서 지나갔냐?"
유라가 나를 거칠게 흔들며 물었다.
나는 얼빠진 표정으로 그저 멀어져가는 그들의 뒷모습만 바라보았다.
이번에도 나는 그들을 붙잡을수없었다.
그 남자를 사랑했지만,그 사람이기에 사랑했지만
지금…그 남자는 사람도 아니다.
스치듯 지나가며 내 귓가에 똑똑히 들려오던 오준희의 목소리.
'너도 보이는구나?귀신박민호.시체 썩은 냄새.'
제가 그 남자는 사람도 아니다.를 쓸수있었던건 여러분 덕분입니다.
진심으로 고개숙여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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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여왕님
허걱....이런이런이런ㅠㅠ..번외가보고싶습니다만; 부탁하는건 실례인가요~? 09.01.17 01:05안아님 감사해요!미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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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헐..............완전재밌어요ㅜㅜ번외는업나여?번외는없을듯하지만..헐..완전반전최고
최고의반전이네요!그런데그남자정말로준희?그여잘어떡게해서사랑하게됬길래탈영까지....;;
오우! 짜릿한데요 흐흐 ㅋㅋ
최고인데요 푸훗, 이시간에 순간 흠칫 하기까지 잘보았습니다^^
오우, 섬뜩했어요!! 잘 읽고 가요^^
진짜 반전도최고고... 맞아요 그 민호선배? 걔는 그 준희란 여잘 얼마나 사랑했기에 탈영까지한거죠?!ㅜㅜ 이거 왠지 번외가 필요할꺼같아요 저는 남자번외가 꼭 보고싶네요..ㅠㅠ 그리고 아아악 마지막에 오준희? 그 여자가한말자꾸 머릿속에서 맴돌아요.ㅠㅠ 너도보이는구나?귀신박민호 시체썩은냄새..꺄아아악 ㅠㅠ 아울아님소설은 처음보는건데 진짜 반전 쩔고요!소설속이름인 샛별이란 아이와 저와 이름이 같네요 ㅋㅋㅋ 아무튼너무잘봤답니다.^^
와우... 짱인듯...;; ㅎ
...........우와 정말 마지막 순간에 갑자기 몸이 굳었다는. 완전 짱이에요 짱짱짱!!!!!!!!!반전 최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