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하루 휴가 내놓고... 뭐 항상 할 일도 없었지만, 형식상 휴가를 내고 아침 부터 나의 디자인 과 전적을 살려 최대한 아름... 여성... 그래 호박에 줄 긋듯 치장을 하고 있는 중이다.
흠.. 레이스는 내 취향이 아니니까 도저히 입을 수가 없고, 카고는 너무 어려보이고, 정장은 너무 딱딱하고, 그냥 주아집에서 옷 하나 쌔벼올까부다. 맨날 정장만 입으니까, 별로 입을 옷이 없잖아!
나가서 하나 살까?
어쩌지... 난 왜 이렇게 옷이 없어!
"이거 주세요."
"네 손님."
내 앞에서 밝게 웃고있는 이 아낙네.
바로 옷집 점원이다.
사글사글한게 귀엽네, 라고 생각할 게 아니라 결국은 정장을 입고 나와서는 캐주얼을 사버렸다.
아 캐주얼, 어울리려나 모르겠네...
돈을 건네고 쇼핑백과 옷을 받아 얼른 탈의실로 들어갔다.
전 사방이 거울면인 탈의실, 괜히 민망하네.
어쨌든 옷을 훌떡- 훌떡- 벗어 던지고는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동서남북- 쭈욱- 돌면서 흩어보다가 이 짓도 민망해서 괜히 기침을 하며 기분 좋은 미소를 띠고 쇼핑백에 정장을 쑤셔넣고는 탈의실에서 나왔다.
"와 손님. 정말 캐주얼 잘 어울리세요."
점원의 싫지만은 않은 칭찬.
하지만, 은기를 한참 지켜본 턱일까나... 씨니컬함이 약간은 부족하게 옮아버렸어.
"옷도 샀는데 그런 칭찬 필요 없잖아요. 어차피 환불할 것도 아니니까. 칭찬은 고마워요. 하지만 저는 칭찬에 인색해서 이렇게 밖에 받아드리지 못하네요."
나의 말에 그래도 사글사글 웃어버리는 점원.
아 귀엽잖아. 댁이 캐주얼이 잘 어울릴 것 같소...
"안녕히 가세요-!"
내 모습이 안 보일 때까지 손을 흔들 작정인지 엄청난 팔 힘으로 손을 파파팍- 흔들고 있는 그 여자.
저런 여자는 참 처음 보네.
하며 기분 좋게 약속장소로 갔다.
발랄한 분위기, 우아한 분위기가 아닌 시원한 분위기인 한 카페.
전면이 하얀색, 푸른색 계통으로 시원하게 도배 되어있다.
빈티지 느낌도 나면서 확- 시원하고 들어서자 마자 박하냄새가 화악- 풍겨온다.
그렇게 박하냄새를 느끼며 자리를 찾아 쭈욱- 돌다가 창가자리에 자리 잡았다.
투명 유리로 바깥 사람들이 다 보인다.
내 취미가 사람 관찰하며 상상해서 디자인 하기이기에 사람보는 게 좋다.
특히 은기나 예진 처럼 예쁜 사람 보는 걸 정말 좋아한다.
한참동안이나 사람구경을 하고 있자니, 소개 받을 이사람, 정말 안 온다.
약속시간은 분명 2시였는데.
그 덕에 나는 아침부터 머리 피고 화장하고, 막혔던 귀 겨우 다시 뚫다가 피 보고, 렌즈 찾느라 집 안 엎어서 책장까지 다 엎고, 거기다 아침은 먹지도 못하고, 점심도 패스하고, 검은 구두 찾다가 굽 부러져서 결국 운동화 신고 나온 덕에 캐주얼 사고, 이렇게 됐는데 이 사람은 뭐야, 왜 이렇게 느긋해?
벌써 30분이나 지났잖아!
사람들을 관찰하다 툴툴- 대고 있을 때, 목에는 멋진 사진기를 메달은 사람이 내 자리 쪽으로 다가왔다.
사진에서 봤던 그 남자다!
역시 사진빨만은 아니네... 근데 약속시간은 왜 어겨!
"안녕하세요, 신주운씨인가요?"
"운이 아니라 은입니다."
사람을 이름 알려면 제대로 알던지 아님 모르던지, 괜히 이름 지어주신 우리 선조님들께 죄송스럽게.
"아~ 죄송합니다! 전 한소권이라고 합니다."
호감가는 중저음의 목소리에 예쁜 미소를 지으며... 내 앞에 스윽- 앉는 소권이라는 남자.
이름 참 특이하네.
어쨌든, 나도 소개는 해야겠지?
"신주은이라고 합니다."
"주은씨는 궁에서 일하시는 분이라고 해서 왠지 딱딱할 줄 알았는데 아니네요?"
지금 내 행동이 딱딱하지 않으면 무어란 말인가.
차라리 예전의 은기한테 참 부드러우세요 라고 하는 편이 나을 지도 모르겠네.
"아 네."
그나저나, 이 사람은 내가 그냥 궁에서 일하는 궁녀나 상궁으로 알고 있는 건가?
이놈의 탐정양반, 그 인간의 겸연쩍은 미소부터 시작해서 마음에 드는게 하나도 없어!
라며 탐정을 욕해대고 있을 때, 찰칵- 소리가 나며 방금 누군가가 내 초상권을 침해한 것 같은 느낌이 꽂혔다.
"예쁘세요."
내 바로 앞에 앉아있는 한소권이라는 사람이 나의 초상권을 함부로 침해한 것 같아보인다.
나 탐정 욕하느라 표정도 엄청 망가졌을 텐데, 이쁘다고 하는 이 인간은 뭔가.
"너무 예뻐서 모델 시키고 싶어요."
날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이내 몽롱- 한 표정을 지으며 무언갈 상상하는 듯 보인다.
"무... 무슨 상상하는 거예요!"
그 사람의 표정을 보고 내가 얼른 외쳤고, 그 사람은 머슥한지 머리를 쓸다가 내게 말한다.
"궁에서 일하시는 분이라고 하셨으니까, 한복이 어울리실 것 같아서요. 죄송합니다! 실례를 범했네요, 제 취미라... 아까 창 밖 내다보고 계실 때도 30분 동안 주욱- 찍어대서... 하하-"
소권이라는 사람의 말을 듣고는 괜히 감동해서는 실없이 웃어버리고 말았다.
젠장, 웃으면 안되는데! 뭐가 안돼냐... 된다!
"궁에서는 한복이 어울릴 만한 얼굴로 고르는게 아니라 개인의 능력으로 판단합니다."
"능력이 좋으셨군요."
그 사람의 진지한 표정에 풉- 웃어버렸다.
능력이 좋긴 하지만, 나는 디자인 전공으로 단지 종친이라는 이유 하나로 궁에서 일하고 있는 입장이다.
첫댓글 와~~~~~ 잘봤어요 일등이네 조회수도 영이고 ㅋㅋ
>_<b굳굳굳 예상을 뒤엎고 주은이 뻥차이는 얘기랍니다.. 2탄을 기대해주세요 드립니다
남자도 주은이한테 호감가는거 같은데 +_+ 어떤 반전이... ? ㅋㅋ
ㅎ식스센스는 안봤으나... 흔한반전??ㅎ
흐음, 반전이 궁금해요, 다음편~~
ㅎ반전반전!!ㅎ
반전이 있을듯... 헤헤 담편보러가요~~ 작가님 정말 대단하세요~~^^
ㅜㅎ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