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8개월차인 A씨(44)는 늦은 나이에 여자친구를 만나 결혼할 마음을 먹었다. 여자친구도 A씨를 부모님에게 소개해 주는 등 식사 자리를 자주 가졌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결혼에 대한 깊은 대화도 오갔다.
그러나 A씨의 마음 한편엔 여자친구에 대한 불신과 의심이 가득했다.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와 몰래 만나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다른 이성과 성관계까지 한 사실을 알게 되자 격분한 A씨는 화해하기 위해 모텔을 찾은 여자친구를 폭행하는데…
사건 발생 하루 전인 작년 5월25일 오전 1시쯤. A씨는 다른 이성과 밖에서 술을 마시고 귀가하던 여자친구에게서 2통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알겠어. 자라, 또 어디 나가지 말고" "넌 또 나가면 어떤 이유에서든 진짜 끝이다."
그러나 여자친구는 이후 연락이 두절된 채 귀가하지 않았다. 불안한 마음에 A씨는 여자친구 자택 주차장에서 대기하다 귀가하는 여자친구를 발견하고 자신의 차에 태워 추궁하기 시작했다. "어젯밤 어디서 잤냐"며 "휴대전화 잠금을 빨리 풀어"라고 독촉했고, 이 과정에서 머리를 때리는 등 폭행이 이어졌다.
A씨는 "어떻게 다른 남자를 만날 수 있냐" "진짜 너랑은 이것으로 끝이다"며 욕설을 한 뒤 자리를 떠났다.
이윽고 오후 8시쯤 대화 시도를 위해 다시 만난 이들은 전남 여수의 한 모텔에서 이성 문제로 또다시 시비가 붙었고, A씨는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와 성관계한 사실에 분노하며 여자친구를 모텔방 밖으로 내쫓았다.
바람을 피운 사실이 발각된 여자친구는 화해하기 위해 모텔방 계단에서 서성거리며 기다렸으나, A씨는 오히려 계단에 있던 여자친구에게 폭행을 가했고 모텔방으로 다시 데려와 무차별적으로 때리기 시작했다.
A씨는 다음날인 26일 오전 8시쯤 숙박업소 카운터에 119 신고 접수를 요청했다. 여자친구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숨을 거뒀다.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형사1부(재판장 허정훈)는 지난달 15일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가 왜소해 약한 상태임을 인지하고도 폭행해 외상성 경막하출혈에 의한 뇌간압박의 상해를 가하고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공무집행방해죄 등으로 집행유예 기간 중 범행을 범해 비난 가능성도 높다"고 양형의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피고인과 화해하기 위해 숙박업소로 들어갔으나 구급차에 실려 나왔고 마지막 숨을 멈출 때까지 느꼈을 슬픔과 공포는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며 "피해자의 유족들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