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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사랑방
 
 
 
카페 게시글
―‥‥남은 이야기 스크랩 콩자반
피안의 새 추천 0 조회 142 12.11.11 21:32 댓글 11
게시글 본문내용

 

 

 


사람이 일생동안 살아가면서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무언가를 강렬하게 추구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 

또한 그 추구하고자 하는 의식은 어떠한 목적성과 방향성을 가지며

강력하고 필사적으로 집착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돈과 명예와 또는 어떠한 사회적 가치관, 또는 자신이 최고로 가치를 두고 있는 것을 위해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리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에 사실상은 거의 일생의 모든 것을 그러한 것들을 위해 

매진하며 일생을 소모하다가 종말을 맞이하는 것이리라. 


그러한 진로의 중도에서 탈락하는 경우도 있고 끝내 그 목표를 이루어 성공하는 경우도 있고 

사람마다 그 케이스가 다 다르기는 하지만 어찌되었건 그러한 목적을 위한 방향성과 목적성을 띄고 살아가는 것이 

살아있는 생물들의 존재가치일 것이다. 


연어가 태어나 자기가 자란  강으로 돌아오기 위해 수만 킬로미터의 바다를 헤엄쳐 다녀오듯이,

그렇게 필사적으로 돌아와 자기가 자란 곳에서 종말을 맞이하듯이 

모든 존재들은 그렇게 귀소(歸巢)를 위해 일생동안 피와 땀으로 자기의 모든 것을 소진한다. 


그러니까 모든 생물들은 그렇게 태어나고 자라면서 꿈을 찾아 꿈을 이루기 위해 

세상을 떠돌다가 결국은 편안한 둥지를 찾아 돌아오게끔 유전자가 설계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코끼리는 가르쳐 주지 않아도 자기가 죽을 무덤을 찾아서 걸어 들어가고 

인간은 나이가 들면 무너지는 자신의 육신기능을 알게되면서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으려는

노력을 필사적으로 하게 된다. 

아니 그런 본능조차 망각하고 살아가는 인간들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거개의 평범한 인간들조차 그러한 귀소의 본능을 놓고 살지는 않는다. 


그 귀소라는 것이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물리학적 의미도 있겠지만 

차라리 그런 개념보다는 일생동안 벌여놓은 모든 업적과 공과를 

본디의 제자리로 돌려놓으려는 정신적인 움직임을 더 지칭하고 싶어진다. 


몸이 아프고나서부터는 서서히 그러나 집요한 그러한 귀소의 의식과 본능이 

더더욱 강렬해짐을 느끼고 있다. 


자라면서 어머니가 해줘서 먹었던 음식과 기억들이 하나 둘씩 떠올라 

하루 왼종일 내 의식 속을 비집고 다니며 유영을 해댄다. 

그렇게 부유하는 기억의 파펀들이 육감(六感)을 자극하고 

자극받은 육감은 나를 자리에서 일어나게 만든다. 


남도가 고향이신 어머니는 자반이나 젓갈 등 짭자름한 음식과 반찬을 잘하셨고 

아버지도 그런 어머니의 음식 솜씨를 대한민국 최고로 쳤다. 

음식 잘하는 마누라한테는 잘한다는데 사실 아버지는 어머니께 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던 듯 싶다. 


아버지는 도화살과 역마살이 붙었는지 어머니와 정이 없는게 아닌듯 싶었는데도 

일생 거의 대부분을 바람으로 일관하셨던것은 왜였을까? 

언젠가 아버지는 항의하는 나에게 말하신 적이 있었다. 


『나이 들어봐 인마...  』


그런 말씀을 들을 때마다 나는 절대 그런 전철을 밟을 일이 없을거라는 

다짐과 결론으로 침묵하곤 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나이가 들어보니 남자로서 그런 아버지가 이해 안되는것은 아니다. 

좀 지나치게 일탈해버린 경우가 아니라면 아니 더더욱 일탈했을지라도 이해못할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저질러진 일을 수습하는 과정과 처리의 결과가 좋지 않게 마무리되면 

결국은 파락호로 전락하게 되고 누구나가 손가락질하는 그런 당사자가 될 일이다. 

나는 적어도 그런 부류에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살아가다보면 인간이기에 분명 실수하고산다.

실수 안하고 사는 인간과는 더 냉혈한같아서 싫기도 하지만 일부러 하는 실수가 아닌 이상 

인간이기에 어느 정도는 용납을 하는 것이 인간사다. 

또한 일을 저질렀을 때 현명하게 수습하는 행동을 보여줄 때 비로소 인간다운 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여튼 어머니의 음식 솜씨는 거의 요리사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고 

정력을 중시하는 아버지 덕에 어머니는 각종 보약과 보양식등을 잘 만드셨던 것  같다. 

수시로 그 삼계탕을 만드셔서 닭한마리를 고아 한 종지로 만들어 비위가 약한 나를 더더욱 힘들게 하셨던 것도

다 그 음식 솜씨 탓이었던 것이다. 


여름이면 삼계탕을 만들기 위해 아버지가 사모으신 마른 인삼을 닭과 함께 요리하여 

향내가 진한 삼계탕 냄새가 집 마당에서 끊어지질 않았었다. 

삼계탕을 위해 겨우내 병아리를 키워 집 마당에는 언제나 닭장에 닭 서너마리는 진을 치고 있었고 

그 옆에는 종자가 불투명한 잡개가 꼬리를 흔들어댔다. 


아버지는 그 흔한 보신탕이나 개소주는 드시지 않았던 것 같다. 

단 한번도 보신탕을 얻어먹은 기억이 없는 걸로 봐서...


어머니는 특히 잘만드신 음식이 멸치자반, 콩자반, 꼬들배기 김치, 각종 김치와 젓갈 등이었다. 

아버지는 고봉으로 담은 사기 밥그릇에 하얀 쌀밥을 가득 담아드셨고 우리들은 새까만 보리밥만을 먹었다. 

얼마나 그 하얀 밥이 먹고 싶었는지 모른다. 씹을 때마다 입에 살살 감기는 그 하얀 이팝을 먹고 싶어 

어머니 몰래 손가락으로 뜯어먹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그런 자식들의 궁핍함을 모르시는지 어머니는 언제나 자식들에게는 검은 보리밥을 

아버지는 하얀 쌀밥만을 주셨다. 

아버지는 그런 자식들에게 한번 먹어보라는 말씀을 안하셨고 그 하얀 밥을 간장게장 딱지에 쓱쓱 

비벼서 게걸스럽게 드시는 것이었다. 그것도 귀하다는 논게 간장게장을 비벼먹으면 거의 금이라도 먹는 수준으로 

귀한 음식이었지만 우리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 


아버지가 돈을 못벌고 계실 적에 내가 생활비를 어머니께 일부 드린 적이 있었다. 

객지 생활하던 내가 잠시 집에 들러 생활비를 조금 드리면 어머니는 고맙게 받으셨고 

그날 저녁 반찬은 불고기와 갈치구이로 진수성찬이 올라왔다. 


그런 저녁이었는데 혼자서 그 진수성찬을 먹던 중 아버지가 집에 들어오셨는데 내 밥상을 흘끔 보시더니 

앓는듯한 소리로 신음을 흘리셨고 이어 아버지의 저녁상이 들어왔다. 


『이거 자식보다 반찬이 못하네...』


아버지의 빈정거림인가... 자기의 밥상에는 불고기와 갈치 구이가 없고 내 밥상에 놓인 불고기와  갈치구이가 신경에 거슬린 거 였다. 

자식 입에 들어가는 음식도 아까운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우리 자식들은 장성하면서 아버지라고 불러본 기억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어찌 받아들여야 할까...


세월이 흘러 흘러 서울 살이를 하시면서도 멸치 자반과 콩자반은 언제나 어머니의 솜씨자랑감이었다. 

내가 그 두 가지 반찬을 특히나 좋아하는지라 어머니는 한달에 두어 번 그 반찬을 해다 주셨다. 

그럴 때마다 나는 두둑하게 어머니의 용돈을 드린 기억이 난다. 어머니는 사양하는듯 하시면서도 굳이 마다하시지도 않으셨다. 


이제 

그렇게 맛난 반찬은 어딜 가도 없다. 

그 어딜 가도 비슷한 맛을 내는 음식도 없다. 

나는 그 사실을 인식할 때마다 아득한 절망감에 사로잡히고 만다. 


어머니의 그 짧자름하고 깊은 향취를 지닌 반찬을 노상 그리워하면서도 먹을 수가 없으니 

날이면 날마다 그 허토증에 시달릴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어릴 적 먹던 반찬과 비슷한가하여 먹고 또 먹고 아귀처럼 배를 채워보지만 

오히려 허토증만 더 증폭될 뿐 그 이상스러운 고픔은 채워지질 않는다. 


그렇게 먹었던 기억과 입맛은 살아있기에 

이른 새벽 5시...냉장고를 뒤져 거리를 찾아내고 달그락거리며 준비를 한다. 

인터넷으로 반찬 만들기 정보검색을 해보고 한 개만 알아보면 실수할 수 있으니 

여러 개 레시피를 비교 분석하여 제일 타당성이 높은 것으로 준비한다. 


기억을 더듬고 더듬어... 

서리태를 물에 담그고 8시간 ...

먼저 간장과 물엿으로 혀끝의 그 기억이 맞는지 더듬는다. 

구수하게 국물이 줄어들면 조금 설탕을 넣어본다. 설탕을 많이 넣으면 반찬이 딱딱해진다는 

어머니의 궁스렁거림도 기억해내고 조금씩 단맛에 접근해본다. 


국물이 졸아들면 참기름 조금... 깨소금 조금...


『시골음식이나 깨 많이 치는거여...』


다시 나직한 어머니의 음성이 떠오르고... 

솔솔 그야말로 솔솔 깨소금을 뿌리고 물엿을 다시 한번 더 살짝 부어준다. 

윤기가 반지르르 흐르던 콩자반에 하얀 깨소금이 뿌려져 밥상 위에 오르던 그 통자반이 완성될 즈음

어머니는 마지막으로 연탄불을 아궁이에서 꺼내 갈치를 구우신다. 


그 사이 우리들은 밥상을 들고 안방으로 들어가서 어머니의 그 진수성찬을 

먹게 마련이었고 어김없이 보리밥으로 채워지는 우리의 배...

된장 찌개를 밥에 넣고 고추장 한숟가락 넣고 비비면 그 보리밥은 거의 미친듯이 밥그릇 속을 헤엄쳐 다녔다. 


기억이 덜 더듬어졌나보다. 

콩자반에서 머릿속이 쨍하게 짭조롬한 맛이 안돈다. 

당이 무서워 설탕이 좀 덜 들어간 탓이리라. 

설탕이나 당분을 첨가할 때면 언제나 숟가락이 움츠러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자기 보호 본능이지싶다. 


콩자반으로 저녁을 먹는 내내 어머니의 음성이 귓전을 스칠 것 같다. 


『어머니 죄송해요...』

『뭐이 죄송해』

『그냥 전부 다요...』


지금이라도 금새 살아서 저기 골목께로 걸어 들어오실 것만 같은 어머니... 

허리가 구부정하고 가냘픈 몸매의 어머니의 모습


임종도 못보고 저 세상으로 보내드린 어머니 

저승에 가면 만나질 수 있을까요? 


삼십삼천 그 어디 계시는지 

마야부인처럼 도리천 그 어디메에 계시는지...

금생에 못다한 인연 죽어서라도 맺어지기를 빕니다. 어머니...

마지막 고통으로 단말마 비명이 사무치는 아수라의 세상은 아니겠지요... 어머니


유난히 검고 반지르르 윤기 흐르던 어머니의 그 콩자반 생각에 목이 메인다. 



Rocio Durcal - Nostalgias



콩자반 - 피안의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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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2.11.12 01:51

    첫댓글 학교 점심시간 엄마가 담어준 콩자반 하나면 도시락 거튼이 맛있게 먹어던 기억이....
    어느덧 세월이흘러 볼래도 볼수없는 그모습이... 지내고 나선 왜? 그당시 어머니에게
    더 잘하지 못했을까? 하는 회한이.....

  • 작성자 12.11.12 14:52

    후회란 언제나 앞서는 법이 없다라는 말이 있더군요... ㅎ
    부모님 돌아가시고 후회하는 게 자식의 효심인지라 늦게서야 가슴을 칩니다.
    요즘은 어찌 지내시나요? 형님~

  • 12.11.12 12:28

    구구 절절한 사모곡이 음식을 통해 너무 애절합니다.지난 세월보다 짧은 남은 시간이 너무 아쉬웁지만~

  • 작성자 12.11.12 14:56

    로시오 둘깔의 목소리가 가슴을 후빕니다. 인생 팔십 그리 길지도 않건만 구구절절 사연도 많습니다.
    보다 더 재미나고 보람차게 살아야겠습니다. 건강 유의하세요~

  • 12.11.13 01:21

    콩자반 하나를 두고 이렇게 옛기억들이 셈솟듯 흘러 나오는 피안의 새님의 창고 깊이는 끝이 없습니다.
    귀소 본능이란 과거 행위를 원래대로 되돌려 놓으려는 움직임이다.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 작성자 12.11.12 17:57

    누구나 간직하고 있는 과거의 기억일 뿐입니다. ㅎ
    차분하게 기억을 더듬으며 안정을 취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겠지만요...
    날이 추운지 더운지 오락가락 합니다. 감기 주의하세요 성님~

  • 12.11.12 18:14

    비슷한 과거를 가지고있는 피안형~^.^
    나도 고향이 함경도인 어머니의 그 김장김치국물맛을 잊지못하다가
    겨우 조선족의 김장에서 그 힌트를 얻었답니다.
    김장독안 국물위를 둥~둥 떠다니는 김장배추...ㅋㅋㅋ

  • 작성자 12.11.12 19:00

    희안하죠... 음식으로 인해 모든 끈들이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은...
    고향도 우정도 사랑도 모든 것이 이어지는 음식과의 조우는 이 것 또한 인간의 일인지라 그런걸까요?
    요즘은 어찌 지내셨나요? 금년 안으로 모든 고통이 사라질것만 같은 그런 희망적인 생각도 듭니다. 만나뵈올
    때까지 건강하게 지내세요~

  • 12.11.17 07:42

    옥상 소금단지 위에 둥둥 떠다니던 노란... 헉~~~ ><

  • 12.11.14 10:17

    콩자반...그옛날 어머니가 차려준 밥상위에 빠지지 않고 놓여있던 콩자반...
    대단하신 피안님...^^

  • 작성자 12.11.14 20:54

    과찬이십니다. 프록시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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