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산길 '속편'은 아직 미완성이기 때문에 좀 늦게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제 소설 많이 사랑해 주셨으면 감사 드려요^^
이 소설은 다른 공포소설과는 달리 ‘행복’하게만 사는 한 남자의 비극적인 엔딩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기대하셔도 좋구요^-^ 설도 이제 끝났고 곧 있으면 개학입니다. ㅜㅁㅜ 개학 싫은데... 그래도 봄방학을 기다려야지요^ㅁ^;
그럼 붉.벽.무 회원님들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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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일
아버지가 암 말기 판정을 받고 돌아가셨다... 가난하게만 살다가 운명을 달리하신 아버지... 아버지가 운영하던 회사는 아버지 없으면 안되는데 왜 이럴 때 돌아가신걸까... 그런 아버지를 원망하며 가루가 된 유골을 바다에 뿌리고 있었다...
... 일어나보니 꿈이었다. 나는 난생 처음 이렇게 불길한 꿈은 처음이었다. 왜 이런 꿈을 꾸게 된 걸까... 혹시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닐까?
그 때 창 밖에 까치가 울고 있었다. 까치가 울면 좋은 손님이 오지 않는다고 하던가... 그런데 정말 ‘좋은 손님’이 날 찾아왔다. 간암 말기를 받은 아버지가 극적으로 살아나셔서 오늘 퇴원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아버지 대신 회사 일을 꾸려가느라 자주 찾아뵙지 못한 것이 한스러울 뿐이었는데 퇴원하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니.
나는 기쁜 마음에 나는 듯이 달려가 아버지 품에 와락 안겼다. 그리고는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 아버지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연신 ‘비야’, ‘비야’ 하면서 달래주었다.
11월 15일
또 불길한 꿈을 꾸었다. 내가 운영하고 있던 회사가 부도가 나고 빚더미에 오른것이었다. 나는 이 흉몽 때문에 잠을 뒤척였다. 나의 꿈 얘기를 듣고 아내 역시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 때 거실에서 전화 소리가 ‘따르릉’ 울렸다. 아내가 나가서 전화를 받았다. 갑자기 수화기를 놓고 아내는 울음을 터뜨렸다. 무슨 일일까? 나는 아내에게 다가가 왜 우는지 이유를 말해달라고 했다.
그러자 아내가 자신이 긁은 로또 복권이 1등으로 당첨되어 오전 10시쯤에 은행에서 직접 돈을 전해주겠다고 했다. 나는 웃음을 금치 못하고 실성한 사람처럼 웃었다. 그리고 왜 당첨 사실을 지금 말하는지 이유를 물었다. 자신은 당첨사실을 몰랐다고 했는데 내 여동생이 당첨사실을 알고는 은행으로 직접 찾아가 당첨사실을 말했다고 했다는 것이다.
오전 10시가 되자 은행에서 사람이 나와 1등 당첨금, 무려 258억이란 어마어마한 액수를 건네주었다. 나는 아내와 손을 맞잡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난생 처음 이렇게 행복했던 적은... 세 번이었다. 하나는 아내와 결혼했을 때, 또 하나는 아버지가 극적으로 살아났을 때,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지금 복권에 당첨된 것이다...
12월 6일
행복한 소식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내가 운영하는 회사가 세계 시장에 발을 내딛으면서 외국의 유명한 기업들과 손을 맞잡은 것이다. 그리고 체 몇 달도 안 되어 한국에서 제일 큰 회사로 성장한 것이다. 나는 너무 기쁜 나머지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래서 조강지처인 아내에게는 시가 수십억은 족히 나가는 다이아몬드 장신구 세트를 선물해주었고 아버지에게는 큰 집을 선물했다. 그러자 아내와 아버지는 내 선물을 받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아내가 이제야 그동안 고생한 보람이 나는 것 같다고 하면서 말이다. 몇 일 사이에 행복한 일들이 줄줄이 터진 것이다. 아마, 세상에서 나 같이 행복한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12월 17일
아내가 아들과 함께 한강에 뛰어들어 자살했다는 이웃 주민의 말에 서둘러 한강으로 갔다.
곧 두 사람은 싸늘한 시신이 되어 흰 천으로 가려진 체 날 반겼다. 나는 그만 실성한 사람처럼 멍하니 보고만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내 옆에는 장모가 몸을 부둥켜 안고 오열을 터뜨리고 있다가 너 같은 못난 남편 만나 자기 딸이 죽었다고 하면서 막 손찌검을 했다.
나도 정말 죽어버리고 싶다... 아내와 아들이 죽었는데 나는 살아서 무엇하랴... 그만 못난 결심을 하게 되었다... 곧 깊고 차디 찬 한강 속으로 몸을 날렸다... ...
... 불길한 흉몽(凶夢) 이었다. 나는 이제 그 흉몽들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오히려 그 흉몽들을 즐겼다. 왜냐하면 흉몽을 꾸고 일어날 때마다 행복한 일이 터지곤 했기 때문이었다. 일어나보니 오후 11시 50분 전이었다. 아내는 루비가 달린 고급 자주색 정장을 입고 내 곁에 앉아 있었다.
난생 처음 아내가 그렇게 아름다운 적은 처음이었다. 결혼식 때도 저렇게 아름답지는 않았는데... 아내는 내가 일어난 것을 알고는 일류 레스토랑으로 점심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하루 만에 내 생활이 전부 바뀌어 버린 것이다. 나는 아직도 꿈만 같았다. 그래서 볼살을 꼬집어 보았으나 아프기만 했다. 그것을 보고 아내는 빙긋 웃었다.
곧 일류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그곳은 상류층 사람들이 주 고객이었기 때문에 음식 하나를 먹으려고 해도 너무 비쌌다. 그러나 이제 그런 것에는 개의치 않고 제일 비싼 정식으로 시켰다. 곧 스프가 나오자 아내와 마주보고 떠먹기 시작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이런 꿈을 꾸고 있었다. 돈 많이 벌어서 아내와 함께 비싼 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 것... 그리고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갖으며 아담한 집에서 평생을 행복하게 사는 것... 이것이 바로 내 소중한 꿈이었고 그것을 실연하기 위해서 이 날 이때껏 험난한 고생길을 밟았어도 꿋꿋이 참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 때 아내가 지금 별장을 짓고 있으니 이번 크리스마스는 거기서 보내자고 했다. 나는 순순히 응낙했다. 그리고 아내의 고사리 같은 손을 잡았다.
고생 같은 건 여기서 모두 끝이 났으며 이제는 행복에 겨워 살 일만 남았다고... 아내의 발그레한 두 볼에는 기쁨의 눈물들이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고 있었다... ...
12월 20일
나는 울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간호사가 나의 팔뚝에 주사를 놓았다. 곧 나는 주위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그 곳은 정신병원이었다. 그리고 내 앞에는 정신과 의사가 있었다. 그는 어린 아이를 달래듯 나에게 무어라고 위로의 말을 건네주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정신병원에 갇힌 이유만으로 진정 할 수가 없었다. 아까처럼 울면서 막 소리를 지르며 난동을 피웠다. 그러자 간호사들이 나를 다시 어디론가 끌고 갔다. 그곳은 내가 입원해야 할 병실이었던 것이다. 나는 아까처럼 울면서 마구 난동을 피웠으나 간호사가 놓은 주사 때문에 곧 스르르 잠이 들고 말았다...
... 도대체 알 수가 없다. 한 달 전부터, 이런 흉몽을 꾸면서 왜 자꾸 나에게 행복한 일들만 일어나는 것일까...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내에게 흉몽에 관한 이야기를 했더니 오히려 흉몽을 자주 꿀수록 길한 징조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나는 아내의 말을 믿지 못했다. 어떻게 흉몽을 자주 꾸면 도리어 나쁜 일이 생긴다고 했더니 서양에서는 까마귀를 보면 까치(서양에서는 불길한 새로 취급당한다) 를 봐야 나쁜 일이 안 생긴다고 했다. 아내의 말이 조금 억지인 듯 했지만 크리스마스 준비로 인해 금세 잊어버리고 말았다. 또 다른 흉몽을 꾸기 전까지는 말이다...
나는 아내와 함께 로맨틱한 크리스마스를 준비하기 위해 열심히 별장을 꾸몄다. 크리스마스 트리용인 진짜 나무도 사서 응접실에 놓았고 그 위에 동그란 구슬과 별 장식 등을 달았다.
비록 호화롭지 않은 아담한 별장에서 크리스마스를 맞겠지만, 나는 여태까지 맞았던 크리스마스 중 제일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맞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
12월 25일
정말 행복한 크리스마스였다. 나는 평생동안 이렇게 행복한 날은 처음이었다. 로또복권에 당첨되거나 갑부가 되는 기쁨보다도 몇 배... 몇 천 배... 아니 셀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하고 기쁜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기쁜 분위기들이 더욱 빛을 발하게 하듯 밖에는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벽난로의 불들은 온통 방 안을 어른거리게 했고, 초대형 트리의 작은 불빛들은 마치 성탄절을 축복이라도 하는 듯 반짝거렸다.
나는 그 분위기에 맞는 노래의 테이프를 라디오에 넣고 틀었다. 이윽고 잔잔하고 분위기에 어울리는 캐롤이 흘러나왔다. 나는 아내의 손을 맞잡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었다. 이 날을 위해서 짧은 기간동안 많이 연습했던 것이다.
아내는 사교댄스를 한번도 쳐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웃으면서 내가 하는 대로 잘 따라해주었다. 춤을 추는 것이 곧 버거운지 소파에 앉아 잠시 숨을 돌리던 아내가 나를 향해 미소를 지어보였다. 나는 자신의 와인잔과 아내의 와인잔을 두 손으로 들고 소파에 앉아있는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나는 아내에게 다가가 ‘오늘은 최대의 크리스마스가 되게 할 것’이라고 하며 와인잔을 건네주었다.
그러자 아내가 와인잔을 단숨에 비우더니 정말 행복한 크리스마스가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내 품에 안겼다. 나는 불빛이 아른거리고 있는 벽난로를 마주 하며 눈을 감았다.
... 여태까지 보내왔던 ‘크리스마스’ 들보다도 더 기쁜 날이 되게 하리라... 아니,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크리스마스’가 되게 하리라...
... 그런 생각과 기대로 가득 찬 나는 그러나 곧, 뜻하지 악몽으로 인해 유리조각처럼 깨지고 말았다...
... 간호사가 나를 철창 사이로 소리치며 깨우고 있었다... 나는 철창 사이로 고래 고래 소리를 지르며 베개를 집어던졌다. 그러나 그런 반응에 많이 익숙한 듯 간호사는 내 목소리를 듣고서는 철문을 벌컥 연 다음, 내 팔을 뒤로 힘껏 젖혀 밧줄로 묶은 뒤 입에 약을 툭툭 털어넣었다.
그리고는 나를 어디론가 다시 끌고 가기 시작했다. 나는 간호사의 팔을 쿡쿡 찌르기도 하고 발로 걷어찼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내가 도착한 곳은 어떤 방이었는데 그 곳에는 의사 한 사람과 의자 두 개만이 있을 뿐이었다. 간호사가 나를 의사 앞에 앉히자, 나는 의사에게 고래 고래 소리를 지르며 울부짖었다. 그러자 간호사가 주사를 한 대 놓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곧 의사가 나에게 무엇인가 말을 건네었다. 나는 게슴츠레한 눈을 뜨고 의사를 멀뚱멀뚱 바라보기만 했다. ‘많이 괴로운가요?’ 라든지 ‘이젠 정신을 차려요’ 하는 질문 따위였다.
나는 기운이 빠져 시큰둥하게 그를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나 약 기운이 서서히 몸에서 빠져나가자 나는 아까처럼 기운이 펄펄해졌다. 그래서 의사를 향해 주먹을 휘날렸고 그 바람에 의사의 얼굴에 멍이 들었다. 나는 그 기세를 등에 업고서는 재빨리 그 방에서 나갔다. 간호사들이 떼지어 나를 잡으러 달려들었으나 나의 힘에 어쩌지는 못했다.
... 병원문 밖을 나서며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제는 이 악몽도 끝이구나... 드디어 정신병원탈출에 성공했다... 동시에 나의 지긋지긋한 악몽이 끝을 볼 것만 같았다...
... 누군가 나를 흔들어 깨웠다... 아내였다. 나는 곧 지옥 같은 악몽에서 깨어났다. 소파에 누워있다가 스르르 잠이 든 것이었다. 아내는 미소를 지으며 나의 머리를 무릎 위에 올려 놓은 뒤, 요즘 유행하는 발라드 노래를 불러주었다.
나는 잠시 아내를 올려다 볼 기회가 있었다. 아내는 자주색의 옷을 좋아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자주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옷의 라인이 사각으로 많이 파였기 때문에, 아내의 목에 걸린 진주 다이아 목걸이가 유난히 빛을 발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유난히 아내의 얼굴이 아름다워 보였으나, 눈에는 뭔가 근심이 어려있는 듯 했다. .... 차가운 수정 같기도 하고... 겉으로 보면 얕은 거 같지만, 그 속에 빠져보면 헤어나올 수 없을 만큼 깊고 차가운 호수 같았다...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그런 근심어린 눈빛이었다...
무슨 근심이 있길래... 그런 눈빛을 짓고 있었던 걸까? 나로서는 조금 의아했다... 그리고 나도 아내를 향해 근심어린 눈으로 바라보았으나 그녀는 나의 이런 시선을 외면하기라도 하는 듯 눈길 한번 주지않았다...
... 우리의 크리스마스의 밤을 빛낼 마지막 식사를 하자는 아내의 말에 나는 곧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아내가 나의 손을 잡고 식탁에 마주 보고 앉았다. 식탁은 간소하기 짝이 없었지만, 금실로 수 놓은 분홍색 식탁보, 3단으로 된 고급 금촛대와 바구니에 담긴 과일들 그리고 맛잇게 차려진 음식 등으로 인해 금방 기분이 좋아졌다...
특별 요리는 칠면조였다. 칠면조를 나이프로 솜씨있게 자른 뒤, 아내의 접시와 내 접시에 덜어내었다. 그리고 마치, 시합이라도 하는 듯 입에 마구 쑤셔넣었다. 아내는 내 모습을 웃더니 체면 차릴 것 없다는 식으로 보란 듯 입에 쑤셔넣었다. 나도 아내의 모습을 보고 웃고 말았다.
후식으로 아내가 사과잼을 바른 과자와 레몬주스를 가져왔다. 금세 후식까지 먹어치운 뒤, 우리는 소파에 앉아 벽난로 오른편에 걸린 신제품형 벽걸이형 tv를 통해 멜로영화를 보기로 했다. 분위기는 극장과 조금이라도 다른 점이 없어보였지만, 벽난로로 인한 그림자의 아른거림과 아직도 창 밖에서 내리고 있는 함박눈으로 인해 로맨틱한 분위기가 있다는 사실이다... ...
... 어느 새 tv 화면에서는 엔딩 자막이 떠오르고 있었다. 짧기만 했던 크리스마스의 휴일은 이로써 끝이 나고 말았다... 행복하기만 했던 이번의 크리스마스... 그래서 더욱 아쉬웠고 짧게만 느껴졌던 것일까... 그러나 나는 희망에 부풀어있었다... 다음에는 이보다 더욱 멋지고 로맨틱하고 아름다운 크리스마스로 만들기로 말이다...
12월 31일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거리에 나홀로 외로이 정처없이 길을 걷고 있었다... 도로에는 차들이 지나다니고 있었고, 구세군에서는 캐롤송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그 때 사람들이 나를 향해 슬쩍 곁눈질 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병원복을 입고 맨발의 더벅머리 사나이를 누가 봐도 정신병자라고 생각하기 십상이었다. 그래서 나는 도로를 피해 한적한 곳으로 접어들었다.
한적한 곳이긴 했지만, 부근이 도로변이었기 때문에 지나가는 사람이 나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빨리 병원복을 벗어야 했지만, 옷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때마침 주위에 의류함 상자가 눈에 띄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그 의류함 상자를 발로 걷어차고 손으로 뜯어내었다. 여기저기 구멍이 난 오래된 나무 판자라서 그런지 잘 뜯어졌다.
이내, 수많은 의류가 땅에 내동댕이쳐졌다. 그 중에서 내게 꼭 맞는 옷 한 벌이 있었던지라, 얼른 입고 거리를 다시 배회하기 시작했다. 예비로 두툼한 겨울옷 몇 벌을 위에다 걸쳤기 때문에 금방 후끈후끈한 온기가 느껴져 졸음이 쏟아질 듯 왔지만, 꾹 참고 꿋꿋이 걸었다...
‘툭툭’
누군가가 날 건드리는 바람에 잠에서 깨고 말았다. 일어나보니, 공원 벤치에 누워있었다. 날 건드린 사람은 인상이 험상궂게 생긴 3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남자였다. 옷차림새를 보아하니 경찰인 것 같았다.
그러자 본능적으로 나는 그를 피해 냅따 줄달음질 쳤으나, 도망갈 기운이 나질 않았다. 뒤에서는 경찰이 죽어라 쫓아오고 있었다. 금방 잡힐 듯 말 듯 추격신을 벌이다 결국 그의 손에 잡히고 말았다.
그의 손에 이끌려 간 곳은 경찰서였다. 그 곳에서 신원조회를 확인 해 본 결과, ‘정신병원에서 탈출한 환자’ 라는 것을 알았는지, 그래서 다른 죄수들과 별도로 취급해서 나는 독방 신세를 졌다. 몇 시간 뒤, 나를 담당했던 간호사가 경찰서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철장에서 날 끄집어낸 뒤, 봉고차에 태우는 동안 거의 발악적으로 계속 울고 소리 지르고 간호사의 몸을 때렸다. 그러자, 경찰들과 죄수들이 일제히 나를 향해 시선을 집중했으나, 나는 그런 것에 대해 신경 쓰지 않고 계속 울고 소리 질렀다.
간호사도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날 어떻게 해서든 봉고차에 태우려고 했으나, 내가 말을 듣지 않자 경찰서에 들어갔다. 아마도, 경찰관에게 부탁하려는 듯 싶었다. 그 틈을 타서, 나는 이를 악 물고 줄달음질 쳤고 이내 뒤에서 경찰관과 간호사가 따라왔다.
여기서 잡히면 안된다... 내 머릿 속에서는 온통 그 생각뿐이었다... 무심결에 나는 여기서 잡히면 끝없이 펼쳐지는 악몽에 시달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내가 여기서 잡히지 말아야 할 텐데... 잡히면... ... 모든 게 끝장일 것만 같았다... ...
이번에는 추격신을 벌이는 악몽이었다. 전에는 몇 달 동안 끔찍한 일만 연속으로 일어나더니 이번에는 추격신으로 바뀌었다. 혹시 몇 달간은 쫓고 쫓기는 싸움을 벌여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지긋지긋했다. 오히려, 나를 괴롭히던 악몽들이 여기서는 끝이겠지... 하면 또 다른 스토리가 펼쳐지기 일쑤였다.
거의 그런 악몽들로 인해 시달리는 것이 계속되었고, 그런 꿈들을 꿀 때마다 발악을 해보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악몽을 꾸기 싫어서 커피를 엄청 마시고 몇 일동안 잠을 자지 않았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악몽은 나를 가만 놔두지 않고 계속 나를 괴롭혔다. 그렇게 하루 하루 악몽에 시달려 가면서 나는... 점점 미쳐가고 있었다... ...
1월 15일
‘!’
무심히 거울을 보던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매일 밤 악몽에 시달려 잠도 설치고 하루 세 끼도 거르다 싶이 하여 나날이 폐인이 되어가다가 이제는 거의 산 좀비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그 동안 아직까지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악몽’이라는 사냥꾼을 피해 다니는 한낱 사냥물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서부터 이제는 내가 그 ‘악몽’이라는 사냥꾼을 잡기로 결심하고 무기를 뽑아들었다... 그리고 이제는 맞서 싸우기로 결심했다...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내 안면 근육에는 파란 핏줄이 세워져 있었고, 몹시 지쳐 피곤해있었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보니 나는 눈 속에 파 묻혀 있었다. 그러나 눈 속은 따뜻했기 때문에 나오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대로 계속 눈 속에 파 묻혀 있을 생각을 했으나, 혹시 얼어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등골이 오싹했다.
서둘러 눈 속에서 빠져나온 뒤, 정처없이 거리를 헤매기 시작했다. 다시 시작되는 악몽의 서막이었다. 반드시 ‘악몽’이란 사냥꾼에게 놀아나지 않도록 정신을 똑바로 차리기로 다짐했다... ...
“저기 있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걸었는데도 불구하고 귀신에게 홀린 탓인지, 정신병원으로 똑바로 걸어오고 있었다.
나는 퍼뜩 정신이 들었다. 그리고는 죽을 힘을 다해 뛰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겨우 탈출해서 빠져나온 정신병원을 내 발로 찾아 들어가다니...
정신병원에 들어간다는 것은 악몽의 시작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내가 정신병원에서 탈출해서 행복하게 살면 악몽은 끝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악령의 장난이란 말인가... 갑자기 팔, 다리에서 힘이 스르르 풀리기 시작하더니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던 것이다. 내 뒤에서 따라오던 정신병원 간호사 몇 명과 의사가 나의 사지에 밧줄로 감더니 정신병원으로 향했다.
발버둥을 쳐보았지만 팔과 다리에는 밧줄이 감겨져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꿈쩍도 할 수 없었다. 그들은 나를 어디론가 끌고 가고 있었고, 나는 이 악몽에서 깨려고 노력했지만 헛수고의 불과했다.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오히려 꿈이라고 단정 지어버리다니... ”
의사는 책상에 놓여져 있던 내 서류들을 뒤적거리더니 동정의 표시인 듯, 혀를 끌끌차며 말했다.
‘... ...’
“하긴 나 같아도 그랬을거예요... 아버지가 암으로 사망하시고 뒤이어 사업이 실패하고... 그 충격으로 아내가 자살하고... 당신은 이런 현실을 피하기 위해서 매일 밤 ‘꿈’을 꾼거예요. 그리고 그 꿈 속에서만큼은 행복했지만 정작 현실은 ‘악몽’이었죠. 그래서 당신은 그 ‘꿈’을 믿어버린거예요. 믿기 힘드실테지만... 이제 그만 현실을 직시하시죠...”
“그... 그럴 리가 없어... 이건 악몽이야!!!”
나는 발악을 했다. 이제는 서서히 이 ‘악몽’이 내 목을 조여오고 있다는 것을 나는 금세 깨달았다. 분명 날 자살시키거나 아니면, 최악의 상황까지 가도록 만들려고 하는 것임에 틀림없었기 때문이었다.
이건 내가 꾸었던 악몽 중 최악에 최악이었다... 나는 하얀 시트 위에 잠자리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첫댓글 이런 말이 있죠...자기 자신에게 하는 거짓말은 자신에게만 진실이 되어 버린다는 말요. 군데군데 눈치 채긴 했지만 (후후...유난히도 관심을 보이는 푸르매...) 좋았습니다.
아주아주 재미나게 봤습니다...근데여 정신병원탈출은 정말 힘들듯..층층마다 열쇠가 잠겨져 있는데 ㅋㅋ 아무튼 다음작품도 기대할께여^^
내 이럴줄 알았어..=_=이런 스탈의 소설은 내 취향이라오~으후후후후~[씨익]
흠.. 재미있네요. 한가지는 "가난하게만 살다가 운명을 달리하신.. 아버지가 회사를 운영하시고.." 좀 안맞는 듯.. ^^;;
노바지존님은 어떻게 그렇게 정신병원 구조를 잘아시는지...^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