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하스님의 열반경 이야기 <25> 깊이 뉘우치고 부끄러워 하는 마음
한 가지 선한 마음이 백 가지 악을 깨뜨린다
포악하고 살생 좋아하던 아사세왕
죄책감에 마음 괴롭고 병에 시달려
스스로 죄 뉘우치고 부끄러워하면
악도에 떨어지지 않을 거라는 희망
그 옛날 왕사성의 아사세왕은 성품이 포악하고 살생을 좋아하였다. 또 악한 사람들을 권속으로 삼았고 탐ㆍ진ㆍ치의 마음이 치성하여 부왕인 빈비사라왕을 살해하였다. 그러나 그렇게 왕위에 오른 후, 죄책감으로 마음이 늘 괴롭고, 온몸에 등창이 생기는 병이 들고 말았다.
곧 스스로 생각하길, ‘내 몸이 지금 이렇게 과보를 받으니, 지옥의 과보도 멀지 않았구나. 나는 이미 무량하고 가없는 아승기 죄를 지었으니, 이 병은 누구도 치료할 수 없다’라며 시름에 빠졌다. 그러자, 대신들이 저마다 왕에게 조언하였다.
먼저 월칭 대신이 말했다.
“지금 부란나라고 하는 큰 의원이 있습니다. 그가 말하기를, ‘이 세상에는 악한 업도 없고 악한 업의 과보도 없으며, 착한 업도 없고 착한 업의 과보도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니 대왕께서는 그를 만나보시고, 마음의 치료를 받으소서.”
장덕 대신이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말가리구사리자라는 큰 스승은 ‘중생의 몸은 지ㆍ수ㆍ화ㆍ풍ㆍ괴로움ㆍ즐거움ㆍ수명의 일곱 가지로 이루어졌다. 설령 이 몸을 칼날에 던지더라도 다치지 않을 것이니, 왜냐하면 일곱 부분이 공한 가운데에서 서로 장애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대왕께서는 부왕을 죽인 것이 아닙니다.”
실득 대신이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제가 아는 큰 스승인 산사야비라지자가 말하기를, ‘가을에 잎이 졌다가도 봄이 오면 다시 피어나듯이, 이 세간에서 목숨을 마치면 다시 이 세간에 태어난다. 곧 다시 태어나는데 무슨 죄라고 할 것이 있겠는가?’라고 하였습니다. 대왕께서는 그를 보기만 해도 모든 죄가 소멸될 것입니다.”
실지의라는 대신이 말했다.
“대왕이시여, 저의 스승인 아기다시사흠바라가 말하기를 ‘금과 흙이 평등하고 둘이 아니듯, 원수와 친한 이도 차별하는 마음으로 대하면 안 된다. 만일 스스로 업을 짓거나 남이 짓게 한다면 그 또한 죄도 복도 아니다’라고 하였습니다. 대왕께서 부왕을 살해한 죄도 없는 것입니다.”
이어서 길덕 대신이 말했다.
“대왕이시여, 가라구타가전연이라는 큰 스승은 말하기를, ‘만일 사람이 모든 중생을 살해할지라도 그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다면 악도에 떨어지지 않는다. 만일 중생에게 죄와 복이 있다면 그것은 자재천이 그렇게 한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대왕께서는 스스로 지은 죄도, 지옥에 떨어질 일도 없는 것입니다.”
무소외 대신이 말했다.
“대왕이시여, 니건타야제자라는 스승이 말하기를, ‘보시도 없고 선한 일도 없으며 아버지도 없고 어머니도 없다. 또 모든 중생들이 팔만 겁을 지나면 생사의 윤회에서 자연히 해탈하며, 죄가 있거나 죄가 없거나 모두 그러하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니 대왕께서는 아무런 걱정을 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의원 ‘기바’가 괴로워하는 왕에게 말했다.
“좋습니다, 좋습니다. 비록 대왕께서 죄를 범했더라도 깊이 뉘우치고 부끄러운 생각을 하니 능히 구제받을 수 있습니다. 정반왕의 아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한 가지 선을 닦는 마음이 백 가지 악을 깨뜨린다’고 하셨으며, ‘능히 원인과 결과를 믿는다면 업을 믿고 과보를 믿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대왕이시여, 근심하고 두려워하지 마시고, 부처님을 만나보십시오.”
아사세왕의 마음을 흔든 것은 기바의 말이었다.
<대반열반경> 제19권 ‘범행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