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립중앙박물관(National Museum of Korea) 정원의 나무들은 단풍으로 물들어 아주 아름답다. 10월 25일 교육관에서 열린 동양문화 강좌의 주제는 <난은 위에서부터 일어난다 “수호전(水滸傳)”>으로 오전 10시부터 두 시간 동안 상명대학교 중어중문과 조관희 교수가 강의를 했다. 아내와 함께 강의를 경청한 후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황금문명 엘도라도> 전시를 무료(동양문화 수강생)로 관람했다.
중국 명나라 문장가인 풍몽룡(馮夢龍)은 중국의 ‘사대기서(四大奇書)’로 <삼국연의>, <수호전>, <서유기>, <금병매>를 꼽는다. 원래 명칭이 수호전(水滸傳)인 이 소설이 우리나라에서 수호지(水滸志)로 알려진 것은 ‘삼국지(三國志)’의 이름을 따라 ‘수호지’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水滸’의 의미는 ‘물의 가장자리(water margin)’을 뜻한다. 이에 수호전 제목은 기존 사회를 의미하는 ‘물(水)’를 벗어나 그 ‘언저리(滸)’를 맴돌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수호전은 두령인 송강(宋江)을 중심으로 108명의 호한(好漢)들이 산동성 수장현 남동에 있는 양산박(梁山泊)에 산채를 만들어 조정에 대항하는 이야기다. 수호전은 사대기서의 다른 작품들과 달리 다양한 신분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수호전의 작가는 시내암(1296?-1370?)설, 나관중(1330?-1400)설, 시내암이 지은 것을 나관중이 개편했다는 설 등이 있다.
수호전 판본은 120회본과 70회본이 있다. 120회본은 108명의 호한들이 모이기까지의 전반부 70회와 그 이후 송강이 주도한 초안(招安)을 받아드린 50회를 말한다. 70회본은 후반부인 50회를 삭제해 버린 판본으로 일명 ‘요참본’이라 부른다. 70회본의 편자인 김성탄(청나라 문학 비평가)이 후반부 50회를 삭제한 이유는 생동감과 재미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회’란 한 사람이 한 자리에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분량을 말한다.
김성탄의 공로는 이 소설의 평점에서 가장 유명한 대목과 평어는 중국 문학 사상 최고의 음녀(淫女)로 손가락질 받는 반김련(潘金蓮)과 108명 호한들 가운데 가장 용력이 강한 무송(武松)의 만남을 꼽는다. 수호전에 등장하는 총 108명의 두령을 36천강성과 72지살성으로 나뉜다. 즉 36명은 천강성(天罡星)의 기운을 받았고, 72명은 지살성(地煞星)의 기운을 받았다고 한다.
양산박의 실질적 리더인 송강(宋江)은 의협심이 있으며, 호걸들과 사귀기를 좋아하고 효성도 지극했다. 수호전에서 송강의 위치는 삼국지의 유비와 서유기의 삼장법사에 비유된다. 양산박의 2인자 노준의(盧俊義)는 무예 솜씨가 뛰어나고 지략도 갖추었다. 책사(策士)에는 오용, 공손승 등이 있으며, 무장(武將)으로 임충, 노지심, 이규 등이 등장한다.
수호전의 구성은 120회본을 중심으로 보면, 전반 70회(上山, 구심력)는 송강을 비롯한 108명의 호한이 양산박에 모여 관군(官軍)과의 싸움을 벌이는 것으로 그 속에 정치부패를 반영하면서도 양산박의 도덕률과 함께 사회의 혼란을 묘사했다. 후반 50회(下山, 원심력)의 마지막은 108명 호한의 최후로 이루어져 있다. 결국 얻은 것은 나라에 충성을 다해 ‘푸른 역사에 한낱 허망한 이름을 남기 것(靑史留名)’이었고, 잃은 것은 개별적 자아의 상실이다.
당시 봉건지배계급은 수호전은 도적(盜賊)을 가르치는 책이며, 요사한 말로 뭇사람을 유혹하므로 제자들이 읽게 해서는 안 된다고 금서(禁書)로 분류하여 수호전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려고 했다. 우리나라 ‘임꺽정’의 경우 등장인물 등이 ‘수호전’의 등장인물과 많이 겹친다.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황금문명 엘도라도: 신비의 보물을 찾아서(EL DORADO - THE SPIRITS, GOLD AND THE SHAMAN)> 특별전을 통하여 콜롬비아 문화의 보물이자, 세계에서 가장 진기한 금세공(金細工) 유물을 관람했다. 콜롬비아(Republic of Colombia)는 남아메리카 국가 중 유일한 6ㆍ25전쟁 참전국으로 공산군과 싸워 우리나라의 ‘자유’를 지켜준 고마운 나라이며, 인구는 약 5천만명으로 중남미에서 브라질, 멕시코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