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고대 제국 '히타이트'
(지난 여름 이야기)
사학을 전공한 P씨에게 물었다.
"하투샤(Hattusa)를 아세요?"
"그게 뭔데요."
"그럼 히타이트(Hittite)는요?"
"그건 어디서 들어 본 것 같기도 한데..."
우리에게 생소한 <히타이트>는 고대 '이집트',
'바빌론'과 함께 오리엔트 3대 제국의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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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를 두 번째 방문했다.
이번 여행엔 러시아 카잔대학 한국어 교수인
사위를 보디가드 겸 통역사로 동행해 든든하다.
한국과 터키는 형제국이라고 말한다.
터키 역사서에는 터키와 한민족은 몽골의
셀렝게강 부근에서 함께 살던 동족(同族)으로,
터키는 서쪽으로 한민족은 동쪽으로 이동해
세운 국가가 오늘의 한국과 터키라고 기술한다.
6.25때 미국, 영국, 캐나다에 이은 4번째 많은
군대(약 2만 명)를 파견한 우방국이다.
2002년 서울 월드컵 한국•터키 3~4위전에서
홈경기인데도 터키를 함께 응원해 주었고,
터키의 승리를 축하해 준 것에 크게 감동하고
"한국은 정말 형제국이야"라며 놀라워 했다.
💠《위스크다르(Uskudar)》
유년시절 많이 듣던 노래이다.
6.25 전쟁에 참전한 터키 군인들이 불렀던
터키 민요로, 우리의 아리랑만큼 유명한 곡이다.
<위스퀴다르 가는 길에 비가 내린다>를
<위스키 달라, 소주 달라, 맥주도 달라>로 고쳐
우스갯소리로 불렀다.
터키 아가씨들은 사랑의 고백으로 손수건을
떨어뜨린다는 그런 표현도 가사에 나온다.
위스퀴다르는 급사(給仕), 사자(使者)라는
의미로, 보스포루스 해협 건너 이스탄블 맞은 편
아시아 지역에 있는 지역 이름이다.
또 이곳엔 크림전쟁 때 백의의 천사로 활약한
'나이팅게일'이 근무한 병원이 있어서 유명하다.
💠《보스포루스 해협》
흑해와 지중해를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인
30km의 이 해협은 터키어로 보가지(Bogazi)
(목구멍)이지만,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된
보스포루스(Bosporus: 암소가 건넌 곳)로
더 알려져 있다.
보스포루스 해협은 동•서양을 나누는 경계로
터키는 유라시아 양 대륙에 국토를 갖고 있으며,
(유럽 3%, 아시아 97%), 남한의 8배 크기다.
아시아와 유럽 대륙을 잇는 보스포루스 해협에
국내 SK건설이 세계 최초로 복층 해저터널을
2016년 완공했다.
또 대림과 SK건설 컨소시엄이 건설하는
터키 '차나칼레대교'는, 주탑의 거리가 2023m
세계 최대 규모의 현수교로 터키 공화국 수립
100주년인 2023년 준공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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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세기 중앙아시아 유목민이었던 돌궐족은
당나라에 막혀 서진하다가 아나톨리아반도에
정착해 세운 '셀죽 튀르크'가 '오스만 튀르크'를
거쳐 지금의 터키가 되었다.
몽골계 황인종이었던 튀르크족은 토착민족인
백인과의 오랜 세월 혼혈 과정에서 우성(優性)인
백인화(白人化)가 이루어져 지금은 동양인의
모습을 거이 찾아 볼 수 없다.
터키에는 고대 그리스나 로마 시대 유물•유적의
원형이 잘 보존된 곳들이 많이 남아 있다.
서양사, 특히 기독교 역사에서 종묘(種苗)의 온실
역활을 한 곳이 터키다.
1차 여행에서 이스탄불•카파도키아•파묵탈레 등
관광코스는 얼추 보았기에, 이번 여행은 고대 7대
불가사의 '아르테미스신전'이 있는 '에페소스'와
'트로이' '베르가마' 등 기원 전 유적지를 탐방하는
역사기행을 준비하고 왔다.
죽기 전에 꼭 가 보기로 결정한 곳의 3번째,
<하투샤>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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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수도 앙카라의 오토 가르 (버스 터미널),
서울 고속버스 터미널 4~5배의 크기다.
터키에서 가장 큰 노선 버스회사인 '메트로'
매표소 직원에게 말했다.
"하투샤 가는 버스 티켓 주세요."
"하투샤가 어딘데요?"
찾아 오는 관광객도 드물고, 터키 국민도 잘
모르는 히타이트는 동서양 고대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지만, 미스터리에 싸인 <잊혀진 제국>이다.
단군께서 태백산 신단수 아래 신시를 세울 무렵,
소아시아 아나톨리아(태양이 떠오르는 땅)에
인도 유럽어족의 한 무리가 이주해 온다.
어떤 민족이었으며 어디에서 왔는지도 모르는
수수께끼의 그들은 BC 18~12세기에 오리엔트
세계를 지배하는 대 제국 '히타이트'를 세우는데,
그 수도가 바로 <하투샤>이다.
그리스•로마보다 앞선 문명, 세계 최초로 철기를
사용했고 독창적인 상형문자와 법전까지 갖춘
문명국으로,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동방문명을
지중해로 전하여 그리스와 로마 등 서양문명의
태동(胎動)을 도왔다.
히타이트는 바빌로니아를 멸망시키고 트로이를
주눅들게 했으며, 동시대 최강국 이집트 람세스
2세와 맞선 강력하고 거대한 제국이었다.
그처럼 막강했던 히타이트는 어느날 갑짜기
<"바다에서 온 사람들에게 멸망했다">는 전설만
남기고, 홀연히 역사에서 사라져버린다.
그리고 3,000년이 넘는 20세기 중반까지 인류의
역사에서 까맣게 잊혀져 있었다.
19세기 중엽 프랑스 학자 '텍시에'는 터키 여행 중
고대의 한 유적지을 발견한다.
아테네만큼이나 거대 도시이면서도 이전까지
보지 못한 생소한 양식의 유적이었다고 기록했다.
히타이트를 성경에선 <헷>으로 표시하고 있다.
'다윗'이 헷 사람 우리아의 아내 '맛세바'와
동침하여 <솔로몬>을 낳았다.
다윗이 헷 상인에게서 철제 2륜 전차를
구입했다는 내용도 있으며, 또 '열왕기 하'에는 헷
왕을 이집트 파라오보다 먼저 언급해 히타이트의
위상이 막강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그 잊혀진 제국은 20세기 중반 불과 70여 년 전,
2만 장이나 발견된 점토판 문자를 해독하면서,
3,000년 이상 잠자던 역사를 깨워 히타이트를
세상에 알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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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기 전 꼭 봐야 할 곳으로 선정한 10곳 중
1번째로 인류가 세운 가장 큰 건축물 <만리장성>,
2번째는 우리 한민족의 시원지로 추측하는
시베리아 <바이칼 호수>를 찾았다.
3번째 탐방이 불가사의하고 베일에 싸여 있는
히타이트제국의 수도 <하투샤>이다.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동쪽으로 약 150km,
버스 매표원도 모르던 하투샤는 '순두룰루'라는
작은 도시에서 택시로 30km를 더 간
'보아즈카레'(좁은 산골짜기 성)라는 작은 오지
마을에 있었다.
하투샤는 해발1,000m의 바위 투성이 고원지대
험준한 계곡의 양쪽 경사면에 펼처져 있었다.
거대 제국의 수도를 강도 없고 메마르고 불편한
고지에 왜 세웠을까?
하투샤는 고대 유적지 중 가장 방대한 규모다.
8km가 넘는 2중 성벽 안에는 신전과 왕궁,
시장•교역소•공동묘지와 비밀통로, 왕의 문•
사자의 문 등이 광대하게 펼처져 있다.
중앙문 양편에는 사자•스핑크스•전사 등 수호
정령이 나열해 있고, 7개의 신전 중 가장 큰
사원엔 날씨의 신 '하티'와 태양의 여신 '아린나'의
성소가 자리잡고 있다.
하투샤는 높낮이가 다른 큰 바위로 쌓은 2중
성곽에 둘러 싸인 요새로, 성벽 밑에 비밀통로를
뚫어 전시에 직접 적진으로 나갈 수 있게 했다.
또 2km 좌측 계곡의 '야질리카야' 지역은
종교적 성소(바위 신전)로 바위 절벽엔
그 유명한 <12신상 부조>가 새겨져 있다.
아~ 히타이트~
감격의 환호가 나도 모르게 터져 나왔다.
40도 가까운 살인적인 터키의 8월 기온,
또 다시 볼 수 없을 하투샤 유적지를 2일간
10km가 넘는 거리를 2번이나 왕복 답사했다.
독충에 쏘이고 아열대 가시풀에 만신창이가
됐지만, 돌너덜에서 육지거북도 만나고 이상한
도마뱀과 이름 모르는 예쁜 꽃과 나비도 보았다.
하투샤 주요 유물들은 이미 오래 전 도굴되어
세계 여러 나라로 흐터졌고, 수도 앙카라
문명박물관에 다수가 전시돼 있다.
나는 이 시간 이후에도 1천 컷이 넘는 사진을
넘겨 보며, 영원한 하투샤 시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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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의 <바빌론>, 요르단 <페트라>는
전쟁으로 여행 금지지역이다.
아프리카 말리 <팀북투>, 페루 <마추픽추>, 이집트 <룩소르>, 칠레 <이스트섬>,
터키 <아라랏산> 등,
과연 죽기 전에 이 모두를 다 볼 수 있을까?
<Uska Dara>
https://youtu.be/RcioBQJ6sI4
하타이트 지도
보아즈 카레 성채
신전
출토 토기류
왕의 문
사자의 문
스핑크스의 문
지하통로
예르 카피 요새
점토판
아질리카야 유적
12신상 부조
12신상 부도 앞에서
히타이트 유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