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창업주 손자 홍모(40)씨의 범행장면이 녹화된 호텔 지하주차장 CCTV 영상 캡처.
검찰이 3인조 가수 그룹 멤버인 미국 국적의 가수 안모(40)씨 주거지에서 발견한 대마 및 재배 장비. 미성년 자녀들이 있는 거실에도 대마 줄기 등이 장식돼 있었다
검찰이 남양유업 창업주 손자를 포함해 마약 혐의로 입건된 재벌가 3세 등 20명 중 17명을 재판에 넘기고 해외 도주한 3명을 지명수배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검사 신준호)는 26일 지난해 9월부터 4개월 간 수사한 결과 남양유업 창업주 손자 홍모(40)씨, 고려제강 창업자 손자 홍모(39)씨 등 10명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대마)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남양유업 창업주 고(故) 홍두영 명예회장 차남의 아들인 홍씨는 지난해 10월 대마를 주변에 유통하고 소지·흡연한 혐의를 받는다. 고려제강 창업주인 고(故) 홍종열 회장의 손자인 홍씨는 여러 차례 대마를 사고팔거나 흡연한 혐의로, 대창기업 이동호 회장의 아들(36)은 모두 8차례 대마를 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3인조 가수 그룹 멤버인 미국 국적의 가수 안모(40)씨는 대마 매수·흡연·소지뿐 아니라 실제 재배한 혐의도 받았다.
대마를 매수하고 소지·흡연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기소 된 7명 중엔 효성그룹에서 분리된 DSDL의 이사 조모(39)씨가 포함됐다. 조씨는 고(故) 조홍제 효성그룹 회장의 손자로 지난해 11개월 동안 네 차례 대마를 구매해 흡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JB금융지주 일가인 임모(38)씨와 전직 경찰청장 아들 김모(45)씨 등도 대마를 유통하고 흡연했다가 불구속기소 됐다.
한일합섬 창업주 손자 김모(43)씨 등 해외로 도주한 마약범 3명에 대해선 검찰은 지명수배를 내렸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9월 경찰이 대마 재배 등 혐의로 알선책 김모(39)씨를 구속 송치한 사건을 검찰이 보완 수사하면서 수면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김씨의 메시지·송금내용·우편물 등을 추적한 끝에 그의 알선으로 대마를 유통·흡연한 연루자들을 밝혀냈다. 검찰은 해외 유학 중 대마를 접한 부유층 자제들이 귀국 후에도 자신들만의 은밀한 공급선을 만들어 대마를 유통·흡연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어린 자녀와 함께 사는 집에서 대마를 재배하거나 임신한 아내와 ‘태교 여행’을 가 대마를 흡연하는 등 중독성과 의존성이 심각한 상태였다.
검찰청 관계자는 “최근 마약이 연령·계층·성별·지역을 불문하고 퍼질 뿐만 아니라, 마약 사용에 대한 죄의식도 약해지고 있다”며 “마약 청정국의 지위를 회복하기 위해 마약범죄에 엄정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