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38년간 돌본 중증 장애인 딸을 살해한 60대 어머니에게 실형을 선고하지 않고 선처했다. 이에 검찰도 항소를 포기했다.
인천지검은 최근 살인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A씨(64·여)의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기로 했다.
형사사건의 항소 기간은 판결 선고 다음 날부터 1주일이며 주말, 공휴일도 모두 포함된다. 지난 19일 선고됐던 A씨 사건의 항소 기간은 지난 26일까지였다.
하지만 검찰은 A씨가 장기간 힘들게 장애인 딸을 돌본 점 등을 고려해 항소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항소장을 법원에 제출하지 않으면서 A씨의 1심 형은 확정됐다.
검찰은 앞서 지난해 12월 열린 결심 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한 바 있다.
A씨는 지난해 5월 23일 오후 4시30분쯤 인천시 연수구 한 아파트에서 수면제를 먹여 30대 딸 B씨를 살해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뇌병변 1급 중증 장애인이던 딸은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앓았고 지난해 1월 대장암 3기 판정을 받았다.
A씨는 범행 후 수면제를 먹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지만 6시간 뒤 아파트를 찾아온 아들에게 발견됐다. 그는 생계를 위해 타지역을 돌며 일하는 남편과 떨어져 지내며 38년간 딸을 돌봐온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결심 공판 최후 진술에서 “당시 제가 버틸 힘이 없었다. ‘내가 죽으면 딸은 누가 돌보나 여기서 끝내자’라는 생각이었다”며 “(딸과) 같이 갔어야 했는데, 혼자 살아남아 정말 미안하다. 나쁜 엄마가 맞다”고 오열했다.
A씨 아들은 “우발적 범행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우리 가족이 엄마를 모시고 살면서 지금까지 고생하며 망가진 엄마의 몸을 치료해드리고 싶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이후 인천지법 형사 14부(재판장 류경진)는 지난 19일 선고 공판에서 살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살인죄를 저질러 죄책이 무겁다. 아무리 피해자의 어머니라고 해도 딸의 생명을 결정할 권리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38년간 피해자를 돌봤고, 피해자가 대장암 진단 후 항암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극심한 고통을 겪는 모습을 보면서 우발적으로 범행한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또 “장애인에 대한 국가나 사회 지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장애인을 돌보는 가족들은 오롯이 자신들의 책임만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며 “이번 사건도 피고인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