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3000만원으로 즉시입주 특별분양’
경기도 용인시 한 대로변의 가로수에 매달린 현수막 문구가 눈길을 끕니다. 용인시 A아파트 분양을 홍보하는 현수막인데요. 이제 막 입주를 시작한 아파트인 것 같아 전화를 걸어 봤습니다.
상담원의 대답은 예상과는 달랐습니다. 입주한 지 2년이 됐다고 하더군요. ‘특별분양’을 내세워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미분양 아파트였습니다.
최근 길거리에서 ‘분양가 최대 40% 할인 분양’ ‘회사 보유분 특별 분양’ ‘중도금 무이자 지원’과 같은 문구를 내건 분양 현수막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해당 아파트의 분양 대행업체가 홍보를 위해 눈에 띄기 쉬운 대로변이나 유동인구가 많은 상가 근처에 현수막을 내건 것인데요.
새 아파트 분양시장이 호황을 누리면서 건설사와 분양업체가 미분양 아파트를 털기 위해 홍보전략 펴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정된 게시대에 현수막을 걸지 않고 도로와 횡단보도 등 장소를 불문하고 분양 현수막을 설치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분양 물량 털기에 나선 분양업체 등이 마구잡이식으로 현수막을 내걸고 있는 겁니다. 지방자치단체가 단속을 나가 철거를 해도 다음날이면 현수막이 또 걸려있다고 하는군요.
불법 현수막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분양 대행 맡은 업체가 많이 걸어
신규 아파트 분양과 달리 미분양 아파트는 전문 분양업체 등이 건설업체로부터 분양 대행을 맡아 분양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분양에 성공하면 분양수수료를 받아가는 구조입니다. 때문에 물불 가리지 않고 마케팅 총력전을 펼칠 수밖에 없는 것이죠.
물론 업체 등이 내건 현수막이 단속에 걸려 철거되면 과태료를 물어야 합니다. 과태료 상한선은 하루 500만원이라고 하네요. 과태료 금액이 수천만원에 달해도 분양만 성공하면 큰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에 현수막 설치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서울 용산에서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현수막 3000개를 제작해 내걸었습니다. 지역 실수요자를 타깃으로 하다 보니 인터넷이나 매체에 광고를 하는 것보다 현수막을 거는 것이 효과적이에요."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의 말입니다.
수천만원의 과태료를 내고도 수십억의 분양수수료를 챙겨갈 수 있다면 더 이득이란 셈이죠. 예상 과태료 금액을 아예 광고비 예산으로 책정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분양 대행을 맡긴 건설사도 이를 묵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미분양 아파트를 홍보하는 분양 현수막.
분양 현수막이 난립하다 보니 과장된 문구에 '낚이는' 소비자는 혼란스럽습니다. '반값' '주변보다 1억원 저렴' '마지막 기회' 등 실제 분양 내용보다 부풀려진 내용이 많습니다.
중대형 미분양 아파트를 ‘특별 할인'해 싸게 파는 것처럼 포장하거나 입주한 지 3~4년 지난 악성 미분양 아파트도 '마감 임박'이 얼마 안 남은 아파트로 홍보하기도 합니다.
‘회사보유분 한정 분양’도 알고 보면 미분양 아파트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자칫 큰 재산 손실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현수막 문구에 현혹되지 말고 광고 내용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불법 광고물 대부분이 분양 현수막
지방자치단체도 분양 현수막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불법 광고물인 경우가 많아서입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단속한 불법 현수막은 72만건. 2011년 29만건보다 2.5배 늘었다고 합니다. 불법 유동광고물(현수막, 입간판 등)로 거둬드린 서울시의 과태료도 지난해 150억원을 넘어섰습니다. 올 1월부터 4월까지 부과된 과태료만 65억4932만원입니다. 이 가운데 분양관련 현수막이 많다고 합니다.
서울시 한 자치구 관계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최근 아파트 분양이 많아지면서 불법 현수막 설치가 크게 늘었습니다. 매일 철거하고 과태료를 부과해도 또 분양 현수막을 걸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일부 분양업체 등이 미분양 아파트를 팔아 수익을 챙기기 위해 불법인지 알면서도 내거는 현수막과 수천만원대의 과태료. 그 비용이 결국 소비자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건 아닐까요?
자료원:중앙일보 2015. 6.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