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슈터
새벽 네 시 신데렐라가 옷 벗는 시간, 지겨워 오늘은 클럽에서 서랍으로, 서랍 속을 보며 엉엉 울 뻔했지. 원나잇 한 애인들의 손톱이 일제히 검은건반만을.
부푼 검은 봉지 몇이 내 방 모퉁이를 쥐고 날아오르는데, 늘 같은 구름의 층계에서 빵빵 터지는데, 여전히 난 스피커 앞에서 반음이 모자란 춤을.
링 귀고리 한 애인을 좋아해, 푸른 써클렌즈를 좋아해, 다리 길면 더. 늘 새 애인들은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을 하고 있지. 혹 첫사랑과 결혼 한 친구가, 뷔페에 가면 꼭 알밥만을 찾는 이유가.
구름을 몰고 이 술집 저 술집 다녀도, 어제 저녁같은 비가 내리지 않아, 빗소리를 내는 어플을 켰어. 가로등과 가로등 사이 주저앉은 불빛은 김빠진 맥주 맛. 술독에 빠지려는 사람은 자신의 색이 묽어지길 바라는 것일 텐데. 술에 물을 타도 결국은
그래, 애인들아 나 오늘 또 술 마셨다
그래, 우린 음악에서 다시 서랍으로
서랍에서 다시 풍선으로
그래 모든 시작은 풍선이지 풍선
언제나 똑같은 링 귀고리를 낀 애인들은 언제나 검은건반을 출렁이면서 다리가 길어지고 스카치블루 17년산은 언제나 파도소리를 몰고 오고 난 또 총 맞은 놈같이 언제나 푸른 눈의 새 애인을 맞이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