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의 꽃다운 나이, 그녀에게 첫눈에 반한 9살 연상의 그 남자는 매일 그녀의 집으로 출근을 하며
길목에서 그녀를 마주치길 고대한다....하루 이틀이 아닌 일주일도 더 지나 한달, 두달, 세달을 건너가고 일년.
날이면 날마다 예쁘장하고 오목조목, 야리야리한 그녀를 기다리느라 그 큰키에 목을 길게 더 늘였다.
그 이후로 그렇게 일년 여를 시달린 가늘가늘한 그녀와 가족들은 죽자고 달려드는 남자를 뿌리치지 못하고
딱히 원하지도, 그렇다고 마음에 꼭 내키지는 않았지만 결혼을 승낙한다.
결혼 허락 이유는 의외로 단순했다.
이북하고도 황해도에서 남하하여 그 난리통 속에서도 끈질긴 삶자락을 일궈내고 이름하여 영등포 부자가 되어버린
그 남자네 집은 그녀가 거부하기엔 너무나 생활이 다른 종족같았기 때문이다.
또한 극한의 생존으로도 생활이 고달프고 가난의 극치를 달리던 그녀의 부모로서는
그 시절에 교육자의 능력으로는 생존을 더 이상 버텨낼 여건이 되지 못하므로 허락한 결혼.
그렇게 어찌어찌 하여 그녀는 결혼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채 새색시가 되어버렸다.
그저 식구 하나라도 입을 덜고 혹여 그녀 덕분에라도 궁핍한 살림이 나아진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였을 터이고
1년 여를 지켜본 남자는 한결같음으로 그녀를 위해 줄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으나 그건 참으로 거대한 오판이자 실수였을 터.
그 이후로도 친정 식구들의 가난은 그야말로 끈질기게 그녀의 발목을 잡았으며 결혼이라는 굴레 속의 족쇄가 되었을 뿐.
언제나 그녀를 위해 제 인생을 저당 잡힐 듯 하였던 그 남자는 포획된 물고기에게는 눈길도 안주는 법을 완벽하게 실천하고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그녀를 옭죄이기 시작했다....그 와중에도 그녀는 고단한 시집살이 속에서
친정을 건사하여야 했으니 그 삶자락이 얼마나 고달팠을까 싶어 사연을 듣는 내내 울컥, 화가 치밀었다.
1년 여의 끈질김으로 그녀를 힉득하였노라...같은 시리즈물의 완성편 같은 그녀의 눈물겨운 시집살이 투쟁사는
그야말로 황당 그 자체라, 부모라는 이름을 달고 자식을 건사하는 면면에 두가지 부류가 있다는 것을 알겠다.
자식들을 잘 건사하고 싶어도 해낼 수 없는 최저의 삶을 이끌어 나가면서
사랑과 애정으로는 부족한 현실 속에서 누구나 부모가 될 자격을 갖는 것도 아니고
부모라고 마구잡이로 자식들을 쥐락펴락하는 것도 옳지 않아 보인다 의 끝판왕들.
그녀의 부모와 그 남자의 부모가 그러했다.
없으니까 대신 부를 건네줄 딸의 결혼은 그렇게 자식인 그녀의 목을 조여오며
숨도 못쉬도록 숨가쁘게 살아낼 수밖에 없는 상황에도 어쩔 수 없는...
가진 것이 많은 시부모는 가난한 며느리가 마구잡이로 부려먹기 딱 좋은 **깜냥 정도 되었다.
시댁에 눈치 보랴, 친정을 보듬으랴... 맏딸은 그렇게 세월을 낭비하고 있었다.
제 자존감은커녕 자신을 추스리기에도 모든 것이 부족할 정도로 시댁에 시달리고 친정 식구들의 눈치를 보아야 했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가진 것이 많은 그 남자, 시댁의 아드님이자 그녀의 남편이 더러더러 헤픈 씀씀이를 보인 덕분에
떨어지는 낙엽, 돈 부스러기라도 주워 담을 용기를 냈다는 것.
사실 그녀는 마치 하인처럼 시댁 생활을 하며 그 남자가 거들먹 거리며 건네주는 돈 몇푼에도 고마워 하고 아둥바둥 살다가
어느 날 개화를 하는 천지 개벽을 맞게 되지만 그 또한 오랜 투병과 자신을 온전히 망가뜨린 후 얻어진 결과물로
그녀는 그렇게 시들시들 병들어 가면서도 그것이 세뇌당하는 것인지 일명 가스라이팅인지도 모르고 살았다.
그러다 보니 숱한 시댁의 수발을 들다 지친 그녀가 배속의 아이를 잃어버리게 되자 온갖 화살은 그녀에게로 날아들고
그 원인을 제공한 시댁 식구들은 그녀에게 정신적, 육체적 횡포를 선물처럼 하사한다.
기가 막혀도 그런 기막힘이 없을 것 같은데 그녀는 또 꿋꿋이 견뎌낸다.
그 남자, 그녀의 남편은 그의 입장에서 좋은 부모를 만났다.
그 남자가 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해봐야 하고 그러다가 실패하고 망하기를 수차례.
그래도 먹고남을 만큼의 재력을 가진 그들은 그 정도의 실패율은 껌딱지 정도이려나?
그런 웃지못할 여건 속에서 그녀의 눈물은 마를 날이 없었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착한 심성을 지닌 그녀이기에 나보다 먼저 남을 배려하는 기질을 지녔다.
그런 까닭에 형편무인 지경 환경 속에서 그녀는 온갖 핍박과 무시를 기본으로 받아들고서도 항의 한 번 하지 못했다.
다들 그렇게 살아지는 것이라 여긴 탓이며 순종의 미덕만 가르친 친정부모의 웃기는 혜량 덕분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그녀는 그 어디에도 자신의 처지를 용기내어 발설하지 못하고 우울증을 덤으로 얻는다.
지리멸렬하게 많았던 고난을 일일이 거론하기에도 벅찰 그런 시간들을 그녀는 묵묵히 견뎌내다
두번의 암환자가 되어버리고 가까스로 목숨부지 하며 이겨 낸 후에는 자식이 없을 여자가 되어버렸다.
시댁이라는 공간에서 여자의 능력치였을 자궁까지도 들어내 버리고
황폐한 삶자락 속으로 꺼져들어가는 생명을 부여잡고 간신히 매어달린 채
제 삶을 저당잡힌 볼모의 생존을 연명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그리고 지금 그녀의 머리 속에는 꽈리가 들어앉아 시한폭탄으로 덩그라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야말로 뇌 속의 꽈리가 그녀를 지배하기 시작하고 온갖 악조건이 그녀를 짓눌러오는 삶.
게다가 사업의 "ㅅ" 도 모르는 그 남자의 경명마인드 제로,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며
예술적인 끼와 주체하지 못할 낭만을 온몸으로 품어내며 한량의 삶을 살던 그 남자를 위해 헌신하였던
그녀의 삶조각에 파편음이, 산산조각난 생활의 파문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제 인생은 룰루랄라였던 그 남자가 참으로 한심따라지, 망나니 구실을 하느라
광풍이던 지나가는 바람이던지간에 숱하게 피워대고 그녀는 그 뒤치다꺼리를 해내느라 인생을 소진하였으므로
그녀의 기진맥진으로 얼룩진 삶자락은 끝을 향해 가고 있었던 것이리라.
또 한 번 그녀의 생이 안타까워 눈물이 나던 대목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모든 것을 초월한 채로 전전긍긍의 삶에서 주도권을 쥔 여자로 돌변하였다.
사실 그녀는 그 남자나 시댁으로 부터 무시당하거나 구박을 받을 "제로 지대" 여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뒤늦게라도 자신에게 경제력을 거머 쥘, 경제력을 향상시킬 능력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투자의 귀재가 되어 역전의 역전의 명수가 되어 친정과 시댁살이의 한을 풀어내고 있다.
그렇게 온 힘을 다해 살아낸 덕분에 그녀는 어떤 이유로든 경제적 부를 성취하였다.
하지만 가진 것이 많아졌으나 이제 세월은 너무나 빠르게 달려가버렸고
자식조차 주어받지 못한 아픔을 봉사와 후원으로 달래고 있다.
이제 그녀의 소원은 자신에게 주어진 경제력을 사후에 서** 교수에게 후원 헌납하여
나라를 올바르게 널리 알리는데 사용하길 원하고 많은 이들에게 도움의 혜택이 나눠지길 바라며
그것이 살아지는 삶의 목표와 지향점이 되도록 나머지 인생을 잘 살아내는 것이 되었지만
그것도 장담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그녀가 최대치로 혼신의 힘을 다해 살아낸다 하여도 머리 속 폭탄이 견뎌줄지.
어쨋거나 오늘, 불현듯 그녀가 자신의 삶자락을 아주 담담하게 들려주었다.
물론 더 일찍 그녀와 소통하였더라면 아마도 조금은 더 빨리 그녀의 자존감을 끌어올려 주었을지도 모를 일이나
한참을 못 만난 후에 만나진 그녀의 삶이 변하였다는 것을 알겠다.
그렇게 스스로 무방비, 대책 없음에 가둬두고 무저항의 시대를 살아내면서 자신의 무력감으로 눈물짓던 그녀가,
그리고 그렇게 자책하며 방황하던 인생관이 이제는 널럴하게 바뀔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도 알겠다.
절대 멍청이라 불리울 그녀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칭타칭 그녀는 자신을 그렇게 축소시키며 살아왔다.
이제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자신의 정체성과 자존감을 찾아가고 있는 고로.
남겨진 삶자락 이나마 그녀가 원하는 대로 살았으면 좋겠다.
그녀의 마음이 그녀가 기대게 될, 기댐의 모체가 되었던 성모님께 전달되어
올곧이 그녀가 바라는대로 이뤄지길 바란다.
사실 그녀에게 들었던 이야기는 티끌보다 못한 일부에 불과하다.
아니어도 그녀의 그 고단하고 지난한 세월을 어찌 감히 미뤄 짐작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저 귀동냥으로 들어온 것이 전부 인 듯 해도 눈빛 하나, 담담한 표정과 무덤덤한 어조 속에서
얼마나 많은 고통과 인내가 있었을지 가늠은 된다.
그래도 잘 버텨내줘서 고맙고도 고마울 뿐이다.
추신 : 이글을 읽은 그녀가 보내온 답신을 첨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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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을 보니 지나간 내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면서
아련한 아픔, 슬픔 같은 게 밀려오기도 하네?
이정도의 인생 같으면 얘기 조차도 안했을 것이야.
돌이켜보면 내가 어떻게 그런 세월을 견디며 살아왔는지,
나자신의 대단한 인내력에 감탄도 해본다.
세월의 흐름 속에는 망각의 신비도 있다지?
그래서 사람들이 살아가나 보다.
지금은 평온한 마음으로 모든 걸 하늘에 맡기고
주어진 운명에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갈 뿐.
너라는 친구를 만나게 해주신 주님께 감사의 화살기도를 드려본다.
고맙다... 내 얘기를 진심으로 들어줘서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