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훌쩍 떠났다.
지난 구정연휴에 형제들과 다녀 왔으나
양이 차지않아 벼르고 있던 터에
내자께서 어깨가 어쩌구 허리가 저쩌구
그래, 석모도 가자, 그렇게 갔다.
더듬더듬 이정표에, 지도 동원하여 가보지만,
나는 유별나게 길눈이 어둡다 이건 약도 없다.
김포 초입에서 잘못 들어선 모양이다.
발밑을 지나고 있어야할 고가도로가 머리위를 지나간다.
어쨌거나 아홉시면 괜찮은 도착시간이다.
시커멓고 지지리도 못생긴 삼식이 회에 매운탕(맛 지대루다) 으로 포식하고,
이슬이도 얼큰하게 걸쳤다. 숙소는 내자가 찍어둔 지하300m
심해 침출수탕이 있는 사우나 겸용 모텔이다.
시음대에서 한모금, 처음 만나는 꾸리한맛 아니 올시다.
안내문에 의하면, 중년녀는 고현정 이나 이영애가 될것같고
중년남은 비나 이준기가 될것같다.
밤새 세번을 들락거리며 담그고 헹구고 또 담그고
아침에 해장국집에서 거울을 보니 어제보다 더 삭았다.
하긴 뭐~ 침출수탕 주인도 푹 삭았더구면,
천년고찰 전등사 매번 느끼는 궁금증,
삼랑성은 정말 단군의 세 아들이 쌓았을까
좁아도 보물인 대웅전 그리고 추녀의 나부상(裸父象)
시인 고은이 '딴사내와 달아난/온수리 술집 애인을 새겨' 라고
적었던 그 여인이다.고목앞에 나는 항상 소인임이 당연하고
광성보, 매복했던 수십의 군졸이 적의 신무기 위력에
겁을먹고 줄행낭을 놓았다는데, 이건 또 무슨소리?
몇명의 중상자를 제외하고 장군부터 졸병까지
전원 장열히 전사라니? 따지기 싫다.
석모도행 배에 올랐다.
거지 갈매기떼의 대대적 이고 열광적인 에스코트? 에
새우깡 두봉지, 기꺼이 쐈다.
이곳 저곳 발길 닿는데로 맑은공기로 심폐기능 청소하고
녹색풍광으로 눈도 호강 시키다가 멈춰진곳,
어느 저수지 뚝위에서 귀에 소라껍질을 덮어댄듯
사~~아 하는 적막강산의 그 느낌,
생활소음이 없으니, 세상의 소리가 생소하다.
움직이는 것은 철새와 까마귀떼 뿐!
내자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저 언덕위에 통나무집 짓고 여기서 살겠노라고,
병원에 가보잰다. 알츠 하이머 초기증상 같으니~
아주대 병원에 3일간 입원해야 정밀검사를... 머시기 궁시렁...
나, 그냥 수원 집에서 살기로 했다.
명산대찰 보문사, 석굴 천정을 보며 감탄한다.
헉헉대며 30여분 마애 석불 좌상은
오랑캐의 노략질에 심기가 불편하신듯
잠시 자애를 덮고 멀리 중국을 응시하고 계신다.
기념품 판매소 주인이 우릴 부르더니
깍아 담은 감과배 한접시를 권한다.
인심도 바다다 손톱만한 거북 손전화 고리 오천원 지불했다.
입구의 인심 또한 후하여 식당 앞마다 좌판을 벌여
튀김안주와 인삼막걸리를 줄줄이 따라 놓았다.
쌉쌀 달작 한것이 땡긴다 게다가 지갑을 꺼내지 않아도 된다하니
아들녀석 석잔 나는 다섯잔(작은 종이컵)을 카~아 했다.
내자께서 코에 후~ 해보란다.
후~우~ 0.05가 넘는다고 해서 운전석 내놨다.
기왕에 거시기 한몸 지갑 꺼내는 인삼계피 막걸리,
왕대포로 두사발 더했다.
마른새우 한됫박 3천원 많이도 준다.
갯엿 한봉 2천원, 땅콩엿을 덤으로 주섬주섬 담으신다.
석모 할머니 손 존경스레 크시다! 그 갯엿에
아들녀석 어금니 땜빵 망가져 다음날 치과에 7만원 보냈다.
해가 뉘엇뉘엇 서산에 기운다.
마구 구겨진 바다가 제살비벼 보챈다
하얗게 소금기 지얹은 갈매기를의 날갯짓 배웅에
아침에 왔던뱃길 거꾸로, 신음하는 잔물살 가르며
저 만큼 갖은불 밝힌 강화포구로 미끄러 간다
강화특산물 순무김치와 전어젓갈에 저녁먹을 식탐이
귀가길 엑셀레이터에 힘을 가한다.
김포지나 길 잘못들어 또한번 헤메고 왔다.
값도 많이 내렸다는데 눈먼돈 생기면 네비게이션,
그거 하나 달아야 되겠다 헤메는 가솔린 값이면
넉넉히 살수 있겠다는 생각은 잘 한것 같다.
2006. 9 . 끝날. 양말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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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 모 도 ~
양말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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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9.30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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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강화 삼랑성에 자리한 천년고찰 전등사와 우리나라 삼대 관음기도 도량인 보문사를 다녀오셨군요. 좋은 시간을 갖은것 같네요. 날마다 좋은날 되세요.
풍성하고 맘 편한 한가위 되시어 행복 하십시요.
양말주인님의 글을 읽으면 그냥 씩 웃음이 나옵니다. 행복한 웃음. 부러운 웃음.
미소가 그려 집니다. 그속에 행복이 듬뿍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