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얄 캐리비안, 소통 부재·계속된 출항 지연에 승객 불만 폭주
세관 문제로 하선도 못 해…수백 명 발 동동, 일부 일정은 이미 취소
지난주에도 엔진 문제 있었다는 주장 나와…'예고된 사고'였나
알래스카의 빙하 대신 밴쿠버의 스카이라인을 하염없이 바라봐야 하는 신세가 됐다.
로얄 캐리비안 소속 크루즈선 '세레나데 오브 더 시즈'호가 출항 직후 엔진 고장으로 밴쿠버 항에 다시 발이 묶이면서, 수백 명의 승객들이 세관 문제로 하선도 못한 채 선상에 갇혔다. 승객들은 악명 높은 '악몽의 크루즈'를 떠올리면서도, 술과 음식으로 지루함을 달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꿈에 부풀었던 7일간의 알래스카 여행은 지난 6일 출항 45분 만에 악몽으로 변했다. 승객들에 따르면, 캐나다 플레이스를 떠난 배가 보웬 아일랜드 근처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엔진이 멈춰 섰다. 결국 배는 예인선에 이끌려 저녁 6시경 출발했던 항구로 되돌아오는 신세가 됐다.
문제는 그 이후부터다. 세관 규정상 이미 출항했던 승객들은 항구에 배가 정박해 있음에도 육지로 내려올 수 없다. 수백 명의 승객들은 밴쿠버 시내가 눈앞에 보이는 '바다 위 호텔'에 갇혀 기약 없는 기다림을 이어가고 있다. 선내 바와 뷔페는 시간을 보내려는 승객들로 북적이고 있지만, 특히 먼 곳에서 온 미국인 승객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출항 지연으로 지친 승객들의 불만에 기름을 부은 것은 로얄 캐리비안 측의 우왕좌왕하는 대응이었다. 7일 정오로 예정됐던 업데이트는 몇 시간이 지나서야 나왔고, '곧 출항할 수 있다'는 기대감은 저녁이 되자 '내일 출발'이라는 절망감으로 바뀌었다.
오락가락하는 공지 끝에 결국 알래스카 싯카 기항 취소가 통보되자 승객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여기에 지난주에도 비슷한 엔진 문제가 있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이번 사태가 단순한 사고가 아닌 '예견된 인재(人災)'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2013년 '카니발 트라이엄프'호의 끔찍한 재난을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최악의 참사: 악몽의 크루즈(Trainwreck: Poop Cruise)'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이 배는 멕시코만에서 엔진 화재로 전력과 배관 시스템이 모두 마비됐고, 승객들은 화장실도 가지 못한 채 악취와 더위 속에서 며칠간 표류하는 최악의 경험을 했다.
다행히 현재 세레나데 오브 더 시즈호의 전력과 화장실 등 기본 편의시설은 100% 정상 작동하고 있다. 한 승객은 "만약 여기가 '악몽의 크루즈'가 된다면, 그냥 바다로 뛰어들어 집까지 헤엄쳐 갈 것"이라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지만, 기약 없는 기다림과 부실한 대응에 승객들의 인내심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