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 올바로 읽기 (35회)
여래로부터 무량한 여래가 생겨난다.
여래로부터 무량한 여래가 생겨난다는 것은 심증은 가지만 증거를 대야 한다. 보주에서 무량한 보주가 생겨나듯, 여래의 정수리에서 무량한 여래가 생겨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는 어느 책에도 없다. 그러나 도상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연꽃이 나무가 되어 가지마다 무량한 연꽃을 피우며 연꽃마다 여래가 화생하는 도상은 중국 용문석굴에도 있고, 우리나라에도 금강산 유점사에도 있다. 말하자면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한 생명수 혹은 우주목에서 여래가 화생하는 형국이라고 생각한다.
보주를 연재한지 꽤 되었으며 씨방의 씨앗이 보주로 되는 과정을 자세히 설명했으며, 마침내 여래의 정수리에서 무량한 보주가 화생하는 도상을 만나게 되었다. 만일 그렇다면 보주에서 여래가 화생하는 도상은 마땅히 있어야 한다. 그런데 여래의 정수리에서 무량한 여리가 나온다면 조형적으로 보기에 그리 좋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여래라고 하는 강력한 생명력을 상징하는 존재의 정수리가 열리면서 무량한 보주가 나오는데, 남장사(南長寺) 영산회 괘불에서 그 보주를 매개로 하여 여래의 정수리에서 나오는 보주에서 여래가 화생하는 도상을 창출하게 된다.
경상북도 남장사의 괘불은 영산회(靈山會)를 나타낸 그림인데 여래의 머리와 광배의 화불을 살펴보기로 한다.

(도) 1. 남장사 괘불 상단 부분
(도 1, 도 2) 우선 앞서 분석하여 온 것처럼 여래의 머리에서 붕긋붕긋한 영기문으로 표현된 머리칼을 지웠다.(도 3) 여래의 머리에 이런 풍성한 검은 머리칼이 있을 리 없다. 그 부분을 벗겨내니 민머리의 여래 모습이 나타난다.(도 4) 그리고 정수리가 열리면서 무량한 보주가 화생하는데 그 모량한 보주가 우주에 충만하게 된다. 그런데 그런 장대한 광경을 아주 작은 점에 불과한 조그만 보주 하나로 웅변하고 있다.(도 5) 나는 그 보주가 한 점에 불과하여 웃음이 나왔다. 너무나 작아서 코믹하기 까지 하였다. 그러나 이미 언급하였듯이 작은 보주이건 큰 보주이건 그 안에 응축된 엄청난 영기의 양은 같다.

(도) 2. 남장사괘불 얼굴과 화불 백묘

(도) 3. 붕긋붕긋한 머리칼 부분을 지으니 여래의 본 모습 나타남

(도) 4. 민머리를 만듦

(도) 5. 머리 정수리에서 매우 작은 보주가 나옴

(도) 6. 그 작은 보주가 크게 되어 몸에서 떨어져 나옴,
그 보주에서 역시 매우 작은 보주가 나오는데
여래의 정수리에서 나온 것과 같은 작은 크기임
그 작은 보주는 머리 위에 떨어져서 공중에 떠 있는 큰 보주가 된다.(도 6) 바로 그렇게 보주를 크게 표현해야 보주로부터 무량한 여래가 화생할 수 있다. 큰 보주에서 여러 겹의 구멍에서 무량한 보주가 발산하여 역시 우주에 충만할 것이다. 그 큰 보주 끝에 여래의 작은 보주와 같은 크기의 작은 보주가 한 점으로 표현한 것도 웃음이 나온다. 바로 그 보일까 말까 한 작은 점과 같은 보주에서 두 줄기 영기문이 서로 어울려 꼬며 올라가다가 붕긋붕긋한 모양 네 개가 4태극을 이루며 양쪽으로 두 줄기 영기문이 길게 뻗쳐 나가는데 광배 너머로 뻗쳐나가 끝 간 데를 알 수 없다.(도 7-1, 7-2) 바로 4태극으로 뭉친 영기문 위로 연꽃모양 영기꽃이 화생하고 이어서 비로자나 여래가 화생한다.(도 8-1, 8-2) 최고의 여래가 석가여래의 정수리에서 보주를 통하여 화생하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비로자나여래의 석가여래 화생’이다. 즉 ‘영기문 →석가여래 → 보주 → 영기문 → 연꽃모양 영기꽃 → 비로자나여래’의 단계적 과정을 거쳐 비로자나여래가 가장 근원적인 영기문에서 화생하는 것이다.

(도) 7-1. 큰 보주에서 생긴 작은 보주에서
두 갈래 영기문이 서로 어울려 회돌이치며
입체적 4태극으로 응축하며
양쪽으로 두 갈래로 뻗어나감.

(도) 7-2. 큰 보주에서 생긴 작은 보주에서
두 갈래 영기문이 서로 어울려 회돌이치며
입체적 4태극으로 응축하며
양쪽으로 두 갈래로 뻗어나감.

(도) 8. 여래가 영기화생하기 시작
그런데 비로자나여래의 정수리가 열리면서 석가여래에서와 같이 작은 보주가 나오고, 다시 큰 보주로 되면서 다시 그 큰 보주 끝에 작은 보주가 나오고 있으며, 무량한 보주와 함께 무량한 여래가 화생하는 광경을 상상하여 볼 수 있다.(도 9-1, 9-2, 9-3) 단적으로 말하면 석가여래의 정수리에서 보주가 나오고 그 보주에서 영기문이 두 갈래로 발산하면서 그 갈래 사이에서 비로자나여래가 화생하는 형국이니, 여래로부터 무량한 여래가 화생하는 도상을 마침내 찾아낸 것이다.

(도) 9-1. 화생한 여래의 정수리에서 작은 보주가 나오고,
다시 보주가 나오며 여래가 화생할 것이나 이쯤에서 멎음,
아마도 연속적으로 여래가 보주에서 화생할 것임.

(도) 9-2. 화생한 여래의 정수리에서 작은 보주가 나오고,
다시 보주가 나오며 여래가 화생할 것이나 이쯤에서 멎음,
아마도 연속적으로 여래가 보주에서 화생할 것임.

(도) 9-3. 부분
그러므로 광배의 각각 다른 수인을 보여주는 네 여래는 비로자나여래와 마찬가지로 석가여래의 정수리로부터 화생한 것이라 볼 수 있다.(도 10) 따라서 이 괘불은 다른 불화와 달리 화불이 영기문에서 화생하는 것이 아니고 여래로부터 화생하는 독특한 도상을 보여 준다. 그동안 여래로부터 무량한 여래가 화생할 수 있다는 이론적 근거는 충분히 있었지만 도상으로 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여래의 정수리로부터 보주가 무량하게 화생하는 도상을 분석하는 중에 이와 같은 도상을 보니 얼마나 기쁜가. 기회를 두고 쓰기를 기다려왔는데, 오늘 포스텍에서의 이 번 주 강의가 끝나서 비로소 마음의 여유가 생겨 남장사 괘불의 도상을 조형해석학적 방법으로 풀어본 것이다.

(도) 10. 광배 주변의 각각 수인이 다른 여래들도 큰 여래의 정수리에서 나온 보주에서 화생한 여래임.
여래의 정수리가 열리면서
무량한 보주 솟아나와
삼천대천세계에 충만하듯,
여래의 정수리가 열리면서
무량한 여래가 화생하여
삼천대천세계에 충만하겠지.
화불이 무엇인가 의문을 품어왔는데
오늘에야 정답을 얻었네.
여래가 어떤 존재인지
용을 통하여 깨쳤는데
의 입에서 무량한 보주 쏟아져 나오듯,
여래의 정수리에서 무량한 보주 쏟아져 나오네.
용의 입에서 연꽃의 씨방=보주 나와
여래가 화생하듯,
여래의 정수리에서 보주 솟구쳐 나와
여래가 화생하네.
당신의 정수리가 열려 보주 솟구쳐 나와
무량한 보주가 삼천대천세계 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