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立秋) 전후로 칠석날이 온다. 옛 중국 장뢰(張耒)가 칠석(七夕)을 노래한 시에 “인간 세상에 오동잎 하나 날리니, 가을을 관장하는 신(神)이 가을을 운행하여 북두칠성 자루를 되돌리네 [人間一葉梧桐飄, 蓐收行秋回斗杓]”라고 하였다.
칠월 칠석날 밤에는 '걸교(乞巧)'라 하여 부녀자들이 과일과 떡을 차려 놓고 직녀와 견우에게 길쌈과 바느질 솜씨가 좋아지게 해 달라고 빌었다. 우리나라 유현(儒賢)들이 칠석날에 지었던 시를 옮깁니다(출처: 고전번역원).
● 이곡/가정집16권
이 명절에 누가 내 집을 찾아오려고나 할까 / 佳節無人肯見過
인간 세상에 세월만 북처럼 빨리도 내달리네 / 人間歲月逐飛梭
아득히 하늘의 신선들 합환하는 짧은 시간에 / 神仙杳杳合歡少
아녀자들은 분분하게 걸교하기에 바빠라 / 兒女紛紛乞巧多
맑기가 물과 같은 객사의 가을빛이라면 / 客舍秋光淸似水
물결 없이 고요한 은하의 밤 색깔이로다 / 天河夜色淨無波
일어나서 시구 찾다 괜히 머리만 긁적긁적 / 起來覓句空搔首
풍로 어린 뜨락의 이 밤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 奈此一庭風露何
● 이제현/동문선15권
빤히 바라보아도 만나보긴 어려운 터 / 脈脈相望邂逅難
하늘이 오늘 저녁엔 단란 한 번 허하네 / 天敎此夕一團欒
오작교는 은하수 멂을 한했었지만 / 鵲橋已恨秋波遠
원앙 베개엔 밤 누수 다해감을 어이 견디리 / 鴛枕那堪夜漏殘
인간에야 어이 모였다 헤어짐 없으랴마는 / 人世可能無聚散
신선도 역시 슬픔과 기쁨이 있는 것을 / 神仙也自有悲歡
예의 아내 영약을 훔쳐 마시고 / 猶勝羿婦偸靈藥
만고에 홀로 광한전 지킴보다야 낫지 / 萬古羇棲守廣寒
● 서거정/속동문선6권
천상의 신선 만남은 / 天上神仙會
해마다 이 날이로다 / 年年此日同
하룻밤이 얼마나 되랴마는 / 一宵能有幾
만고에 다함이 없었나니 / 萬古亦無窮
달빛은 벌레 소리 밖에 빛나고 / 月色蛩吟外
강물 소리는 까치 그림자 속에 흐르네 / 河聲鵲影中
여기는 비록 걸교의 글은 없으나 / 雖無文乞巧
시를 얻으매 말이 도리어 묘하여라 / 得句語還工
● 윤증/명재유고2권
초승달이 떠오르자 밤이 처음 맑아지고 / 新月纖纖夜始淸
누워 은하수를 보니 더욱 또렷해지네 / 臥看河漢更分明
병든 뒤로 몸가짐을 전혀 단속하지 못해 / 病來身檢全疎放
조석으로 후생들을 대하기가 부끄럽네 / 朝夕相觀愧後生
● 이색/목은시고35권
하늘 위에선 그래도 가끔씩 만나건만 / 天上頻遭値
인간 세상은 이별에 이골이 났는지라 / 人間慣別離
여흥(여주)에 몸 부친 흰머리 나그네 / 呂興白頭客
홀로 앉아서 그저 시만 읊노라 / 獨坐只吟詩
● 신흠/상촌선생집20권
직녀의 베틀 머리에 한밤중이 되거드면 / 織女機頭夜欲分
견우 위해 은하수엔 까치가 모인다네 / 牽牛河上鵲成羣
졸한게 도리어 편안함을 근래 점점 알겠기에 / 年來轉覺安吾拙
용성의 걸교문을 베끼려들지 않는다네 / 不草龍城乞巧文
● 이산해/아계유고2권
백일홍 꽃이 오죽 가에 피어 있고 / 百日花開烏竹邊
작은 못에 맑은 이슬 홍련에 떨어지네 / 小塘淸露落紅蓮
만량은 나무에 일고 매미 울음 멎었는데 / 晚凉生樹蟬初歇
초승달 발을 엿보고 길손은 잠 못 이루네 / 微月窺簷客未眠
천상의 아름다운 기약 이 날 저녁이거니와 / 天上佳期知此夕
인간 세상 좋은 만남은 다시 언제런고 / 人間好會更何年
다정한 한 조각 오동잎이 떨어지니 / 多情一片梧桐葉
시름겨운 귀밑털 오늘 밤 모두 쇠잔하리 / 愁鬂今宵共颯然
● 김정희/완당전집10권
울 호박 잎이 커서 빗소리 거칠으니 / 瓜籬大葉雨聲麤
강남이라 백척의 오동과 어떨는지 / 爭似江南百尺梧
삼을 훑어 베 만드니 딴 축원 있을쏜가 / 擂麻作布無他祝
교를 비는 소반 안에 기쁜 거미 낼오기만 / 乞巧盤中有喜蛛
● 이행/용재집5권
까막까치 다리를 놓은 밤 / 烏鵲成橋夜
직녀가 또 은하수 건너도다 / 天孫又渡河
한 해 이별이 하루만 같아 / 隔年如一日
작별은 넘기기가 어려워라 / 作別便重過
그저 건곤이 있으면 그만 / 但使乾坤在
세월이 많은 건 꺼리지 말자 / 休嫌歲月多
우리네 인생 잠시 동안에 / 吾人暫時內
타향살이를 또 어이할거나 / 更奈異鄕何
● 김상헌/청음집5권
오동 잎새 떨어지고 가을바람 불어오니 / 梧桐葉落西風起
은하수의 다리 가엔 까막까치 나는구나 / 銀漢橋邊烏鵲飛
견우 총각 은하 밖서 누런 소를 몰고 가자 / 牽郞河外駕金犢
비단실이 구름 속의 옥 베틀에 버려졌네 / 錦縷雲中抛玉機
하룻밤의 즐거움 뒤 한 해 내내 이별이니 / 一宵之樂隔年別
만겁 세월 흐른 이래 비몽사몽인 듯하네 / 萬劫以來如夢非
펑펑 솟는 두 줄기의 눈물 금키 어렵기에 / 滂滂雙淚禁難得
저녁나절 무산 앞의 비가 되어 돌아가네 / 暮作巫山行雨歸
● 신익전/동강유집4권
은하에서 견우직녀 두 별이 만나니 / 銀漢雙星會
가을바람에 한 잎 낙엽 시드는구나 / 金風一葉凋
또 보건대 사람들은 솜씨를 빌고 / 又看人乞巧
까치가 다리 만든다고 너도나도 말들 하네 / 爭道鵲成橋
귀뚤귀뚤 귀뚜라미 촉급하게 우는데 / 切切蛩音促
아득해라 밤 시간은 길기만 하네 / 悠悠夜漏遙
명절인데 외로운 촛불만 짝했으니 / 佳辰伴孤燭
나그네 시름 더욱 견디기 어려워라 / 羈緖轉難聊
● 이응희/옥담사집
하늘에서는 칠월 칠석에만 / 天中七月七
직녀가 견우와 만난다 하지 / 織女會牽牛
해마다 오작교에서 이별하고 / 歲歲橋頭別
해마다 은하수 가를 노니누나 / 年年河上遊
슬픔과 기쁨이 하룻밤에 교차하니 / 悲歡同一夕
이별과 만남 몇 천 년 있어 왔던가 / 離合幾千秋
이 한은 어느 때나 끝날거나 / 此恨何時歇
하늘 무너지고 땅 갈라져야 끝나리 / 天崩地拆休
● 송상기/옥오재집2권
오늘 밤 두 별이 은하에서 만나니 / 雙星今夜會天河
만고의 신비한 광채 마침내 어떠한가 / 萬古神光竟若何
난새 장막 같은 옅은 구름에 달빛 어리고 / 鸞帳淡雲籠月色
오작교 신령한 비가 가을 물결 흔드네 / 鵲橋靈雨動秋波
애틋한 정 끊이지 않아 베 짜기도 잊었는데 / 深情脈脈忘機杼
이별의 눈물이 아롱아롱 소매를 적시네 / 別淚斑斑染綺羅
거미줄 빽빽하게 얽지 마라 / 莫遣蛛絲煩曲綴
세상에 영악한 사람 많음을 한하노라 / 世間剛恨巧人多
● 조경/용주유고4권
삼복이 이미 지나고 칠석이 왔는데 / 三伏已過七夕來
손님 같은 까치를 저녁 매미가 재촉하네 / 玄禽如客暮蟬催
추위와 더위 번갈아 바뀌니 천기는 오묘하고 / 炎涼迭代天機妙
은하수는 밝게 돌아오고 달은 환히 비추네 / 雲漢昭回月魄開
재주로움을 비는 우리가 어찌 졸렬함 면하랴 / 乞巧吾人那免拙
오작교 만들어지니 원래 재주 많구나 / 成橋烏鵲故多才
찬 바람과 맑은 이슬이 폐를 조금 소생케 하니 / 金風玉露稍蘇肺
아내에게 막걸리 담근 것 있는지 물어보네 / 試向山妻問舊醅
● 이건명/한포재집1권
천상에서 두 별이 만날 때 / 天上二星會
인간 세상에선 오동 한 잎 날리네 / 人間一葉飄
과일에 거미줄 치는지 앞다투어 보고 / 爭看蛛綴果
누가 보냈기에 까치는 다리 놓았나 / 誰遣鵲成橋
기이한 일 믿을 순 없지만 / 異事無徵信
좋은 시절이 쓸쓸함을 달래 준다 / 佳辰慰寂寥
술잔 멈추고 내 묻고 싶나니 / 停杯吾欲問
은하수는 참으로 멀기만 하네 / 河漢正迢迢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