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의 어원은 무엇?…"철제 타이어도 있었다는데“
지난달 모 타이어 회사 신제품 발표 기자회견장. 여러질문이 오가던 가운데, 한 기자가 건성으로 "타이어가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를 대답하지 못해 침묵이 이어졌다. 차에서 가장 피곤하게 굴러가는 부품이어서 ‘피곤하다(tired)’는 이름이 붙었다는 농담섞인 답변도 나왔다. 후에 찾아보니 이를 사실인양 적은 글도 있었다. 하지만 굉장한 속도로 돌아 훨씬 더 피곤할 것 같은 엔진이나 변속기를 제쳐두고 타이어에 ‘피곤하다’는 이름을 붙였을리 만무하다. 더구나 타이어는 자동차가 개발되기 한참 전부터 손수레나 대포의 바퀴에서 먼저 사용 돼 왔다.
▲ 간단한 철제링으로 만든 수레 바퀴용 타이어
사실 ’타이어’라는 표현이 처음 사용된건 프랑스에서다. 여러 부품으로 나뉘어있던 손수레나 마차 바퀴를 하나로 묶어주는 링을 뜻하는 것이었다. 당시 타이어는 당긴다는 의미의 불어 ‘Tirer’로 표기됐다. 이게 영국과 미국으로 넘어가면서 유사한 발음의 ‘묶다(Tie)’와 비슷한 타이어가 된 것으로 추정한다. 그래서 표기도 Tire, 혹은 Tyre로 제각기 다르게 적혔다. 영어로는 1753년 영국 스캇매거진에 적힌것이 가장 오래된 기록이다.
최초의 타이어는 가죽으로 만들어 손수레의 나무 부품들을 한데 묶은 것이었는데, 이후 철제링 방식을 도입하면서 주행가능 거리와 내구성이 크게 증가됐다. 철로 된 링을 뜨겁게 달궈 팽창 시킨 후 마차 바퀴에 끼워 식히면 철제링이 식어 수축되면서 부품들이 강하게 결합되는 형식이다. 당시로선 제조가 쉽지 않아 전쟁용 수송 마차나 대포용 마차 등에 먼저 사용됐는데, 전투력이 크게 향상되는 등 그 성과가 매우 뛰어나 점차 널리 사용됐다.
▲ 철제 링의 위에 고무를 덧입힌 스웨덴 왕궁의 대포
이후 바퀴의 조립방법이 바뀌어 철제 타이어는 필요가 없어졌지만, 이후 자동차의 그립력을 높이는 고무 재질의 타이어가 만들어졌다. 현대적인 타이어와는 달리 고무를 입히거나 두터운 고무 링을 끼우는 방식이다.
공기 타이어의 시대…겨울용 타이어 ‘법제화’까지
1893년 스코틀랜드의 던롭(John Boyd Dunlop)씨는 아들이 자전거를 타고 거친도로를 달리면 두통이 심해진다는 말을 듣고 공기 튜브를 집어넣어 쿠션을 더하는 방식의 타이어를 만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타이어 상당수가 이를 본떠 공기를 집어넣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후 던롭(Dunlop)은 지금까지도 이어내려오는 유명 타이어 회사의 이름이 됐다.
1980년대쯤부터 튜브레스 타이어가 도입돼 튜브 없이 고무와 휠 사이에 바람을 집어넣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특히 트럭 시장에선 최근까지도 튜브방식을 고집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제는 파열시 안전 문제 등으로 인해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한때 사용되던 바이어스타이어도 자취를 감추고 이제 대형차를 포함한 모든 자동차에는 대부분 레디얼 타이어를 이용하고 있다.
타이어의 종류도 다양해져 노면 추종성능을 높인 초고성능(UHP)스포츠타이어, 타이어의 바람이 빠져나가도 시속 80km로 80km까지 주행이 가능한 런플랫 타이어, 못이 박혀도 스스로 구멍을 메우는 셀프-실링 타이어, 주변에 물이 덜 튀도록 만드는 타이어까지 개발돼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 타이어에 못이 박혀도 바람이 새지 않도록 '셀프-실링' 기능이 내장된 독일 컨티넨탈의 컨티실(Conti seal) 타이어.
한때 겨울철에는 '스터드타이어'라고 해서 작은 철제 스파이크를 박은 타이어가 유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스터드 타이어가 발생시킨 노면 분진이 환경을 해친다는 이유에서 대부분 금지되고 '스터드리스' 겨울용 타이어를 사용한다.
스터드타이어가 가장 먼저 금지된건 일본이고, 이를 극복한 스터드리스 겨울용 타이어를 먼저 만든 것도 일본 회사인 브리지스톤이다. 고무 패턴 형상이 깊고 날카로워서 눈이나 얼음 속을 쉽게 파고들 뿐 아니라 타이어의 재질을 달리해서 쉽게 열이 오르고, 낮은 온도에서도 유연성을 잃지 않아 영하의 온도에서도 충분한 그립력을 확보하도록 만들어졌다.
독일 등 자동차 선진국 또한 겨울철에 겨울용타이어를 장착하도록 의무화하는 등 각종 타이어 발전에 발맞춰 정책이 변화되고, 또 반대로 정책에 맞춰 타이어 업계도 발전하는 상승 작용을 이루고 있지만, 국내 시장과 정책은 아직 이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