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둥이 아들은 변비가 있다. 그래서 매일처럼 똥을 싸지 못하고 며칠에 한 번씩 몰아서 싼다. 녀석이 똥을 쌀 때가 되면 평소에 활발하던 애가 갑자기 한 쪽 구석에 가서 무언가를 잡고 심각한 표정으로 서 있는다. 아들은 바로 화장실에 가지 않다가 가끔 팬티에 똥을 조금씩 묻히기도 한다. 아들은 화장실에 가서도 많은 시간이 지나야 겨우 똥을 싸곤 하는데, 올 3월부터 초등학교를 다니기 때문에 본인이 어려운 것뿐만 아니라 담임 선생님의 고충도 크다. 그런데, 아들은 똥을 쌀 때마다 똥이 거의 팔뚝만한 크기로 나오기 때문에 마치 애를 낳는 것 같은 산고를 겪곤 한다. 우리 아들은 "똥이 굵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아들이 똥을 쌀 때마다 화장실 변기가 막히곤 한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우리집에서 그 때마다 소위 "뻥 뚫어"를 이용하여 변기를 뚫는 것은 아내가 담당한다. 사실 굳은 일이고 힘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남의 집은 보통 남자들이 그 일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 집은 거꾸로인 것이다.
변기 뚫는 일을 아내가 담당하게 된 것은 우선 그 일을 아내가 더 잘하기 때문이다. 아내는 자신의 똥이 막히곤 하면서 스스로 뻥 뚫어 기술을 터득했다. 물론 나도 똥이 막힐 때가 있다. 그러나 빈도 수에 있어서 나보다 아내가 훨씬 더 많다. 한 번은 우리가 친하게 지내는 목사님 집에 간 적이 있었는데, 아내가 그 집에서 나오기 직전에 싼 똥으로 변기가 막혀버린 경우도 있었다. 아내는 뻥 뚫어 기구를 찾았지만 불행하게도 그 집에서는 전에 변기가 막힌 일이 한 번도 없어서 아예 뻥 뚫어 기구를 갖고 있지 않았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변기가 막힌 그대로 놔두고 그냥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그 집에 전화해서 물어봤더니 변기를 뚫기는 했지만, 냄새도 심했고 잘 뚫어지지 않아 너무 힘들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한 번은 아내가 우리 아파트 단지의 아는 사람 집에 간 적이 있었는데, 아내는 그 집 변기가 똥으로 막혀 며칠 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변기를 뚫어주었다고 한다. 물론 그 집에도 남편이 있고, 변기를 뚫어 보려고 가족 모두가 나름대로 노력을 했지만 결국 뚫지 못하고 포기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아내가 그 집에 들렀다가 구세주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아내의 뻥 뚫어 기술이 그 정도이니 나는 집에서 변기 뚫는 데는 나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집에서는 아내가 그 일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가급적 내가 똥 싸다가 막힌 경우는 내가 처리하고 있지만, 그 경우도 내가 제대로 못해서 답답해 보일 때는 아내가 나서기도 한다. 그러면 난 슬그머니 양보하곤 한다. 아내가 나보다 더 잘하니까 그래도 된다는 생각이지만, 사실 내가 남자답지 않게 유난히 깔끔을 떠는 성격이어서, 그것도 한 이유가 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는 집에서 변기 뚫는 것을 아내에게 의존하고 있지만, 사실 아내의 뻥 뚫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잘 알지 못했다. 그저 내가 다른 보통 남자들보다 힘이 약하기 때문에 아내가 나보다 잘하는 정도일 뿐이지, 다른 보통 남자들보다는 당연히 못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얼마 전에 아내의 뻥뚫어 실력이 상상 이상으로 높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지난 1월 9~10일에 우리 가족은 강원도 화천의 산천어 축제를 다녀왔었다. 그 때 그 지역에 있는 분양 직전의 어느 아파트에서 일박을 하게 되었는데, 공교롭게도 어느 누군가에 의해 그 집의 화장실 변기가 막혀 있었다. 우리는 바로 관리사무실에 연락을 했다. 관리사무실에서 관리인이 와서보고 돌아갔다가 어떤 건장한 체구의 남자와 함께 다시 왔는데, 그의 손에는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굉장한 압력을 뿜어낼 수 있는 커다란 뻥 뚫어 기구가 들려 있었다. 그것에 비하면 우리집의 기구는 장난감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내 눈에 그 사람은 전문가로 보였다. 그래서 속으로 전문가가 왔으니 변기가 곧바로 뚫리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그 사람이 그 엄청난 기구를 가지고 아무리 노력해도 변기는 뚫리지 않았다. 그러자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관리인은 "단단히 막혔구만" 하면서 걱정스러운 듯이 바라보더니 "안 뚫리니까 비상수단을 강구해야 되겠다" 고 하면서 나갔다. 그 사이에 아내는 자기가 한번 해보겠다고 나섰다. 나는 "전문가가 못하는 것을 당신이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 고 만류했지만, 아내의 뜻을 꺾을 수는 없었다. 나는 속으로 '아내가 한 번 해보다 말겠지'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 장정이 아무리 해도 뚫리지 않던 변기가 아내가 한번 시도하자마자 뚫려버린 것이다. 아내는 집에서 거의 장난감 수준의 장비로 변기를 뚫곤 했는데, 장비가 워낙 좋아 아내의 기술이 더욱 진가를 발휘하게 된 것이다. 그 장정도 옆에서 놀라워 했다. 아내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그 남자에게 어떻게 해야 변기를 뚫을 수 있는지 뻥 뚫어 장비를 이용하여 노하우를 지도해주었다. 잠시 후 관리인이 돌아왔다. 그의 손에는 엄청난 길이의 호스가 들려 있었다. 아내가 변기를 뚫었다는 얘기를 듣고 관리인도 깜짝 놀랐다. 아내는 친절하게도 어떻게 뚫었는지 궁금해 하는 관리인에게도 기술지도를 해주었다.
나는 그 상황에서 "다이하드"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시리즈로 계속해서 인기가 높았던 그 영화에서는 하나의 패턴이 있는데, 초반에는 파괴와 살육을 저지르는 악당들을 처단하기 위해서 가공할 최첨단 무기를 갖춘 정예요원들이 등장하여 달랑 권총 한 자루밖에 없는, 촌스러운 외모의 주인공 존 맥클레인(브루스 윌리스)을 무시하는 행동을 보이지만, 결국에는 정예요원들은 모두 악당들에게 패퇴당하고 존 맥클레인이 악당들을 처단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겉보기와 달리 전문가가 따로 있는 것이다. 외모나 장비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Try not to judge a man by his appearance. 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 나는 관리인과 함께 온 남자의 외모나 그가 들고 온 장비를 보고 그가 전문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오산이었다. 전문가는 그 남자가 아니라 우리 아내였던 것이다. 아내는 집에서 아들의 똥으로 변기가 막힐 때마다 장난감 수준의 뻥 뚫어 기구를 가지고 변기를 뚫는 기술을 연마하더니 마침내 그 실력이 어느 누구도 따라 올 수 없는 경지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비록 뻥 뚫어 기술이지만, 기술에 귀천이 있을 수 없다. 나는 생활 속에서 그렇게 높은 기술을 획득하게 된 아내를 치하하고 싶다. TV에 보면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언젠가 우리 아내도 그 프로그램에 뻥 뚫어 전문가로 출연하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아내야말로 진정 "생활의 달인"인 것이다.
첫댓글 아내분이 정말 대단하시네요 ^^
대단하십니다.![ㅋ](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5.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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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만나뵙게 되서 많이 반가웠구요^^
네 저도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작은 모임인데도 회원들이 대전과 광주에서까지 참석하는 것을 보고
놀랐고, 토론도 정말 뜨겁게 진행되는 것을 보고 또 놀랐습니다.
정말 대단하시네요.^^![깜놀](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_4.gif)
했습니다.![ㅎㅎ](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70.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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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배변습관에서 우리 아들의 모습이 보여
울 아니는 변비까지는 아닌데...그런 경향이 좀 있는 것 같아서요.
암튼...갑자기 그런 생각이 드네요. 어떤 글이건 결국...제가 공감하는 내용이 가장 크게 다가온다는...
잔잔한 교훈의 글 고맙습니다.^^
희망씨앗님, 안녕하세요?
늦둥이 아들이 초1입니다. 그동안 변비로 고생이 심했는데,
다행히 최근에는 조금 나아지고 있습니다.
나도 성진이 생각했음![ㅋ](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5.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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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온님 재미있는 글 퍼와주셨네요![ㅎㅎ](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70.gif)
어제 뵙게 되어서 반가왔습니다^^
봉지님, 안녕하세요? 오늘도 폭염이군요.
글은 제 블로그에 있는 글이랍니다.
우리 가족의 이야기구요.
저도 어제 반가웠구요,
담에 또 뵙기로 하죠.
저는 항상 다시 오는 사람입니다.
직접쓰신글이군요![ㅋ](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5.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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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닉이 정말 멋지세요![~](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ㅋㅋㅋ 어쩜.ㅎㅎ 나도 전문간데..ㅋㅋ
그러세요? 누구 실력이 더 나은지 언제 한번
시합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난 고무장갑끼고 손으로 처리해 본적도 있는디 ㅋㅋ
윀![~](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가토 ![~](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토나와...
혹시 변기가 막혀 고생하시는 분들이 원하신다면
언제 한번 우리 아내가 노하우를 전수하는 시간을 마련하겠습니다.
저 신청합니다![ㅎㅎ](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70.gif)
좀 드러부지만... ^^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살짝 손 들어봅니다..![ㅎㅎ](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70.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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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가 변비로 인해서 막힌 거라면 한양둥이 물을 끌려서 변기에 부으면 자연히 뚤립니다.. 단 한동안 냄새가 심하다는 거..... 물의 온도가 높을 수록 ... 뜨거운 물이 많을 수록 효과가 높음.... 화상주의.
저도 가끔 이방법 사용 하는데 죽임이지요
울 아들때문에
월수이천님 이렇게 길게 댓글 다시는 거 처음 봅니다.![ㅎㅎ](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70.gif)
뜨거운 물로 뻥뜷어 ![~](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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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방법도 있었군요. ![짱](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_44.gif)
다시온님![!](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4.gif)
반가웠습니다.. 저와 비슷한 체질인가보네여![~](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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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비데로 고쳤는디유![?](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9.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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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니라 아내가 변비가 있었는데,
요새는 아내도 애기님처럼 비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애기씨 넘 적나라하시넹![~](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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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온님~~~오프에서 뵙고 온에서도 뵈니 더욱 반가워요.^^
글 넘 재미있게 읽었어요...ㅎㅎㅎ글 쓰시는 솜씨가 수준급....
한국의아줌마들은 생활 속에서 뭐든 한가지씩 이상 달인이랍니다....ㅋㅋㅋ
방가방가^^ 어제 즐거웠습니다.
그동안 온에는 꾸준히 다시와서 가끔 댓글도 쓰곤 했는데,
아무도 몰라주더군요.
나는 언소주 운영에 대하여 이러니저러니 나서서 글쓰는 것은 싫으니,
내 블로그 글이라도 여기 게재해야 할 것 같군요.
다시온님 글 재미지네요. 계속 기대하겠습니다.![^.^](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30.gif)
고맙습니다. 성원에 부응하려면 분발해야 할 듯 하군요^^
진짜 실화인가요![?](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9.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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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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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벙글쇼 사연 제보감인디요... ![ㅎㅎ](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70.gif)
![ㅎㅎ](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70.gif)
다시온님, 어제 뵈어서![~](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완전](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35.gif)
친근합니당... ![하하](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46.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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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실화 맞습니다. 한번 제보해 볼까요?
실실대면서 어느새 긴 글 다 읽었네요.
다시온님, 여러모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