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아버지! 자연의 푸르름이 더해지는걸 보니 봄이 왔다는 것을 몸으로 느낍니다
아버지께서 떠나신지도 벌써 8년이란 시간이 흘렀네요
세월이 너무나 빠르게 흐르고 있어요
어렸을 적, 저는 봄이 오는 것이 싫었습니다. 봄이 오면 포트작업에, 모종작업에 온 가족이 한명이라도
일손을 돕느라 정신이 없는데다, 학교 갔다 오기가 무섭게 농사일을 돕느라 부모님이 공무원인 친구들이
마냥 부러웠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덩치가 컸던 저는 술을 좋아하시는 할아버지의 성화에 못 이겨 집에 오면 소를 몰고
냇가에 나가 풀을 먹이는 것을 시작으로 저녁 무렵까지 돌아다니다 동네 어귀에 들어오면
공무원집 친구가 피아노 학원 가방을 메고 돌아오는 모습을 볼 때면 짜증이 나서
쥐고 있던 지게작대기를 땅바닥에 내팽개치곤 했습니다
아버지도 참 바쁘셨지요
새벽부터 일어나 쇠죽을 쑤고 논과 밭을 한 바퀴 돌아보신 후에 후다닥 아침을 드시곤 또다시 지게를 지고 밭으로 나가셨지요. 그러고는 제가 잠이 든 후에 돌아오시기를 반복하셨지요
벼농사, 고추농사, 담배농사, 감자농사, 오이, 호박, 고구마, 콩 등등... 얼마나 많은 것들을 뿌리고 심고 가꾸셨는지 어린 저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아버지께서는 일 년 내내 밭에서 일만 하셨습니다.
밤이 되면 온 몸이 쑤시는지 끙끙 앓면서 신음소리 내시던 아버지 소리에 잠이 깨서
아버지의 등과 다리에 올라타 밟아드리곤 했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저는 농사 짓는 아버지가 챙피했어요. 친구들이 학원 다닐 때 저는 농사일 돕기에 바빴으니까요.
아버지께서 얼마나 자식들을 위해서 피땀 흘리며 고생하고 계신지를 깨닫지 못했습니다
부모가 돼 봐야 안다는 말이 지금 제가 아버지가 되어서 알게 된 것이 너무나도 슬픕니다
아버지께서는 저에게 커다란 선물을 남겨 주셨습니다.
그 힘든 농사일을 마치고 밤 늦게 돌아오시면 잊지 않고 어머니와 함께,
잠을 자고 있는 자식들을 바라보며 묵주기도를 바치셨지요
저는 묵주기도가 하기 싫어서 잠든 척 하며 두 분의 기도소리를 들으며 잠들곤 했습니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하느님께 대한 믿음의 신앙을 몸소 보여주셨던 아버지!
이제 와서 제가 자식을 키우며 말로써만 신앙을 키우는 것이 잘못된 방법임을 깨닫게 됩니다
하늘이 맑다
바람이 따뜻하다
봄이 왔다
하느님께서는 오늘 나에게
봄에 거름을 치는 아버지의 냄새를 맡게 하셨다
-2024.3.27일 오후에...-
첫댓글 성실한 주님의 농부셨네 아버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