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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은 서울의 용마루라 부를 만한 남산과 응봉근린공원의 숲길을 엮은 코스다. 숲으로 들어서면서부터 곳곳에 설치된 전망대가 발길을 끌어당기는 이 길은 처음엔 혹해서 사진도 찍고 와~! 하는 감탄사도 자동으로 터진다. 하지만 곧 이 길 자체가 거대한 조망라인을 이룬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매봉산이라고도 불리는 응봉근린공원 정상 팔각정에서 아득하게 펼쳐진 한강을 바라보면 느릿느릿 움직이는 풍광 속에 오직 사람만이 여유로움과 큰 거리를 두고 있는 듯 보인다. 발걸음을 더욱 천천히 하여 걷고픈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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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응봉근린공원의 소망탑.
- 성동구에서 개발해 발표한 도심 등산로 중에서 접근성과 걷기가 좋은 숲길만을 골라 중간을 잘라 이어 붙였다. 그리고 전반부와 전혀 다른 느낌의 남산식물원과 남산산책로, 남산한옥마을을 후반부에 접붙여 두 가지 느낌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도심 숲길산책로가 되었다. 응봉근린공원이 자연스런 숲길이라면 남산구간은 인위적인 생태공원의 느낌이 물씬 풍길 수밖에 없다. 또 코스 끝 무렵에 만나는 남산한옥마을에서는 숨겨진 비밀산책로도 살짝 공개한다.
잠실대교에서 동작대교까지 한눈에!
지하철 5호선 신금호역 1번 출입구(1)를 나와 오른편으로 유턴하듯 돌아 큰길을 따라간다. 5분 못미처 보도블록 길을 걷다 화장실과 ‘구립금호어린이집’ 푯말이 가리키는 왼쪽 길로 들어서자. 약간의 언덕을 찻길 옆으로 옹색한 인도를 밟고 간다. 10분 못미처 가면 ‘응봉근린공원(금호산)’ 돌푯말이 있는 쉼터(2). 이곳부터 응봉공원 숲길이 시작된다. 안쪽으로 성동구에서 붙여놓은 ‘도심등산로’ 표시가 있지만 우리가 갈 길은 그 루트와 다르다. 올라오던 방향 그대로 쭉 직진하다 주차장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차량차단석이 박힌 길로 들어선다. 입구에 ‘응봉근린공원’ 이라고 쓰인 길쭉한 돌비석이 길 왼편으로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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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서울타워의 명물, 자물쇠전망대.
- 철망을 오른쪽에 두고 2분만 걸으면 이 코스에선 흔전만전한 조망명소다. 아무리 조망이 흔한 길이지만 그래도 처음 만난 시원한 풍광이라 사진도 찍고 안내판을 보며 눈앞에 펼쳐진 곳들의 이름을 확인해 보기도 한다. 왼쪽으로 남산과 함께 오른쪽 뒤로 북악산, 북한산, 도봉산 능선들이 사람 사는 마을 너머로 아득하게 출렁인다.
첫머리에서 인사를 건넨 조망명소를 뒤로하고 이제부터 본격적인 숲길로 접어든다.
골이 깊어 걷기가 좋지 않은 곳은 나무데크를 깔아 손쉽게 골짜기를 건너갈 수 있으며, 길 곳곳에 벤치를 놓아 어디서든 쉬어갈 수 있다. 그런 숲길을 10분 정도 곧장 가면 관리사무소와 화장실이 있는 곳을 지난다.
응봉근린공원관리소 앞을 지난 직후에 돌기둥 6개가 길 옆으로 나열된 곳을 지나 곧바로 오른쪽 길로 들어선다. 생물이동통로 푯말을 보았다면 제대로 길을 찾아들어온 것이다. 숲길은 얼마가지 않아 차가 잘 안 다니는 좁은 찻길을 만나면서 끊긴다. 찻길로 3분 정도 걷다 ‘응봉근린공원(매봉산)안내’라고 쓰인 큰 푯말에서 가드레일 위쪽 길로 올라간다. ‘응봉근린공원 조망명소’ 푯말도 그쪽을 가리키므로 도움이 된다.
갈림길이 나와도 계속해서 직진하듯 10분 정도 가면 매봉산 2층 팔각정이 나온다. 응봉근린공원(매봉산)의 정상 조망명소인 이 팔각정 2층에 올라 남쪽을 내려다본다. 왼쪽의 잠실대교부터 동작대교까지가 열두 폭 병풍처럼 화끈하게 열린다. 멀리서 바라본 위대한 한강은 흐르지 않고 정지된 듯 유유하다. 그 정지된 흐름에 긴 파문의 꼬리를 내는 건 사람들이 띄운 유람선뿐. 하지만 강은 그 파문마저도 고요함으로 곧 말끔히 지운다.
N서울타워를 잇는 소나무 산책로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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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단풍나무가 겨우내 오그라든 잎을 간직하는 응봉근린공원 산책로.
- 팔각정에서 한강을 조망했으면 가던 길을 그대로 이어간다. 팔각정이 응봉근린공원(매봉산)의 가장 높은 곳이므로 이제는 조금씩 내려가는 길이다. 팔각정을 지난 지 3분 만에 만나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을 택한다. 그리고 곧 만나는 갈림길에서는 용산구 방면이다. 5분 정도 더 가다 오른쪽에 큰 바위가 있는 갈림길에서 바위를 끼고 오른쪽 길로 간다. 그리고 15분 정도 가면 남산과 매봉산(응봉근린공원) 사이에 있는 버티고개삼거리로 내려오게 된다. 버티고개삼거리까지 가는 동안 갈림길이 나오면 ‘조망명소(정자쉼터)’와 ‘한남배드민턴장’ ‘주차장’ 이정표를 따르면 된다.
버티고개삼거리에서는 건널목을 두 번 건너 남산예술원웨딩홀, 하얏트호텔 방면으로 가야 한다. 남산식물원으로 진입하는 숲길은 남산예술원웨딩홀 주차장에서 비롯된다.
버티고개삼거리에서 하얏트호텔 방면으로 7분 정도 걸으면 남산예술원웨딩홀 진입로가 오른쪽에 나온다. 큰 길을 버리고 웨딩홀 안내 푯말을 따라 그쪽으로 들어간다. 웨딩홀 앞에서 왼쪽을 보면 주차장 옆으로 아늑한 숲길 입구가 보일 것이다. 그리로 간다. 낮은 계단 몇 개를 밟으면 잘 생긴 정자와 시원한 약수가 기다린다. 약수 이름은 ‘남산천’.
남산천약수터에서 왼쪽으로 3분만 숲길을 따라가면 별다른 경계표시 없이 남산야외식물원(3)으로 접어든다. 남산야외식물원은 길이 여러 갈래여서 원하는 길을 택해서 가야 한다. 어느 길로 가든 5~10분 정도 걸으면 야외식물원에 잘 지어진 화장실 앞을 지나게 된다. 화장실에서 수복천약수터, 화목원 방면으로 길을 이어간다. 그리고 5분 만에 만나는 연못 습지원을 지난다. 연못 습지를 지난 지 얼마 안 되어 벤치가 여러 개 있는 작은 공터가 나온다. 이 공터를 끼고 오른쪽으로 간 후 또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아름드리 소나무 사이로 난 포장길 언덕이다.
조금 경사진 오르막이지만 잘 자란 토종소나무들이 품어내는 건강한 향기로 기분은 상쾌하기 그지없다. 잠깐 오르막은 10분이 안 되어 끝나고 천연가스버스가 언덕을 기어 올라가는 ‘남산남측순환산책로(4)’가 얼굴을 내민다. N서울타워가 있는 왼쪽으로 방향을 튼다. N서울타워까지는 약 30분이 소요된다. N서울타워(5) 옆 자물쇠조망대에서 남쪽 서울 풍광을 만끽할 수 있다. 또 팔각정을 지나 만나는 목멱산 봉수대 터에서는 반대방향의 서울 모습이 오랜 세월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N서울타워에서 내려가는 길은 이 목멱산 봉수대 터 옆으로 난 계단을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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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응봉근린공원 정상에 자리한 2층 정자. 잠실대교부터 동작대교까지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위).숲길 초입에 만나는 전망대. 후반부에 걷게 될 N서울타워를 볼 수 있다(왼쪽).남산한옥마을의 서울 정도 600년 기념공원 가는 길(오르쪽).
- 남산한옥마을 비밀산책로를 아세요?
남산케이블카와 나란한 이 계단 옆으로는 숭례문으로 향하는 서울성곽이 도열하고 하늘에는 신갈나무를 비롯한 온갖 활엽수들의 가지들이 뒤엉킨다. 계단 중간에는 ‘잠두봉 포토아일랜드’라는 포토존이 사람의 발길을 머물게 한다. 역시 서울의 북쪽은 북한산, 인왕산, 북악산, 안산이 자연스레 땅의 경계를 이루어 아름답다. 너르게 펼쳐진 이곳 풍광은 한양을 도읍으로 낙점한 무학대사와 정도전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한다.
계단을 다 내려오면 화장실이 있는 갈림길에서 남산케이블카 방면인 오른쪽을 택한다.
그리고 곧 찻길에서 오른쪽으로 틀어 가면 바로 2시 방면으로 남산 산책로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남산 북측순환산책로(6)’ 입구다. 온갖 수목들의 텅빈 겨울가지들이 치렁치렁한 이 길은 자전거조차 통행을 금지시켰을 정도로 걷는 이들의 천국을 만들어 놓았다. 총 길이는 3.3㎞이고 중간에 제갈공명의 사당인 ‘와룡묘’가 있으며 노약자와 시각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편의시설도 갖추고 있다.
- 우리는 북측순환산책로를 모두 걷지 않고 중간에 왼쪽으로 빠져서 남산한옥마을로 갈 것이다. 본래 남산한옥마을로 가는 방법은 ‘서울시청 남산별관’ 쪽으로 내려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삭막한 포장길을 피해 흙길을 밟고 내려서는 길이 있어 그쪽으로 안내하려 한다. 넓은 북측순환산책로를 약 1㎞(15분 내외) 정도 걷다 왼쪽으로 ‘TBS방송국’이라고 써진 작은 샛길로 들어선다. 좁은 흙길을 따라 쭉 내려서다 오른쪽으로 서울유스호스텔이 보이면 그쪽으로 간다. 서울유스호스텔 앞에 있는 ‘서울종합방재센터’ 옆을 지나 서울시청 남산별관 방면으로 5분 정도 걸어가면 터널 통과하기 직전에 왼쪽으로 남산한옥마을로 건너갈 수 있는 아치형태의 구름다리가 보인다.
구름다리를 건너 오른쪽으로 간 후 곧바로 왼쪽, 그리고 곧 만나는 남산한옥마을 후문(7)으로 들어선다. 남산한옥마을에는 서울 정도 600년을 기념하는 타임캡슐과 함께 우리나라 한옥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만들어놓은 한옥전시장들이 있다. 혹 이런 것들이 식상하다면 남산한옥마을의 숨은 비밀산책로를 거닐어보는 것도 권할 만하다.
후문을 통과한 후 왼쪽 공간을 눈으로 더듬다 보면 사람 발이 남긴 오솔길의 희미한 자국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비밀산책로는 정문 부근까지 작은 물길을 따라 이어진다. 남산한옥마을 정문을 나서면 지하철 충무로역(8)까지 3분 만에 닿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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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사진 윤문기 도보여행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