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남정맥 중심, 봉우리 가장높아
- 남고북저 지세로 홍수 났을 때
- 산 정상 배만큼 남았다는 설 유래
- 원점회귀 시·종착점은 좌촌마을
- 거리 10.5㎞, 5시간20분 소요
- 등산로 곳곳 편의시설 잘 갖춰
- 산길 초입 소나무숲에 가슴 시원
- 정상 천길 낭떠러지·조망에 놀라
- 능선길·하산길에서도 쉼터 만나
'아라가야의 유서 깊은 역사와 찬란한 문화를 간직하고 있으며, 경남의 중심지로서 교통이 편리하고 창원시 배후지역으로 발전하는 추세에 있다. 그리고 기업하기 좋은 지역이며, 시설농업의 발달로 농공병진의 고장이다'. 자체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경남 함안군에 대한 설명이다. 여기에 함안군은 경남을 대표하는 '군사 도시'라는 새로운 수식어를 하나 더 얻게 됐다. 창원시에 있던 향토 부대 39사단이 함안군으로의 이전을 완료했기 때문이다. '근교산&그너머' 취재진이 함안 여항산을 찾은 지난달 25일은 39사단이 함안 시대를 알리는 기념식을 개최한 다음 날이다.
여항산(艅航山·770m)은 예부터 함안의 주산(主山)이자 진산(鎭山)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리산 영신봉에서 김해시 신어산을 잇는 낙남정맥의 한가운데에 위치하며, 지리산권을 제외하고 낙남정맥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이기도 하다. 행정구역상으로 함안군 여항면 주서리·강명리 일원과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여양리 일원에 걸쳐 있다. 함안은 전체적으로 남고북저(南高北低)의 지세이며, 이로 인한 하천 역류로 홍수에 취약한데 이는 남쪽에 위치한 여항산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재밌는 여항산 유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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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함안군 여항산 정상의 모습. 거대한 바위 봉우리 사이로 등산객들의 편의를 위한 나무덱이 설치돼 있다. 여항산 정상에 서면 깎아지른 듯 높은 절벽에 움찔하고, 맑은 날에는 대마도까지 보일 정도로 탁 트인 조망에 다시 한 번 놀란다. |
'여항'이라는 지명의 유래와 관련해서는 천지사방이 물에 다 잠겼을 때 여항산의 꼭대기만이 배만큼 남았다고 하는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경상도지리지'를 비롯한 조선시대 대부분의 기록에 '남을 여(餘)'자에 '배 항(航)'자의 '餘航(여항)'으로 표기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한편, 1586년 한강(寒岡) 정구(鄭逑)가 군수로 부임하면서 함안이 남고북저의 지형으로 물이 역류하는 까닭에 역모를 꾀할 기운이 있다 하여 이를 풍수지리로 바로 잡고자 낮은 북쪽은 뜻과 글자로써 높여 대산(代山)으로, 높은 남쪽은 배가 다닐 수 있는 낮은 곳이라는 의미에서 여항(餘航)으로 고쳤다는 설도 있다. 하지만 대산과 여항은 이미 사용해 오던 지명으로 이는 잘못 알려진 것이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명칭은 배 이름 여(艅)자에 배 항(航)자의 '艅航(여항)'으로 문헌기록과 각종 지도로 보아 18, 19세기 사이에 '남을 여(餘)에서 배 이름 여(艅)'로 뜻이 변경된 것으로 추정되나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기록이 없어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여항산은 이외에도 마을주민들에 의해 곽(갓)데미산 등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곽(갓)데미산은 정상 근처의 마당바위(平岩·곽바위)를 가리키는 '곽(槨, 郭)'이나 '갓(冠)'에 큰 덩어리를 의미하는 순우리말 더미(데미)가 붙어 만들어진 이름으로 생각된다. 또 '갓'을 '어미'로, '데미'를 '산'으로 보아 '어미산' 또는 '모산(母山)'의 의미를 가진다는 의견도 있다.
6·25전쟁 당시 낙동강 방어선 사수를 위해 여항산을 중심으로 피아 간 격렬한 전투가 있었는데 이때 많은 피해를 입은 미군들에 의해 '갓뎀(goddam·빌어먹을 혹은 제기랄)산'이라 불리기도 하였다. 이는 '갓데미산'의 발음을 듣고 희화화하여 부른 것이다.
■명산 대접 받는 이유 눈으로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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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산길에 나무골 임도 근처에서 바라본 여항산의 모습. |
이런 얘기를 머릿속에 넣은 채 나선 여항산 산행은 함안 사람들이 이 산을 아끼는 이유를 확인하는 여정이었다. 여항산의 함안 쪽 등산로 시·종착점은 좌촌마을 주차장이다. 이곳은 여항산 둘레길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취재진도 이곳에서 출발해 다시 돌아오는 원점회귀 산행을 했다. 좌촌마을에서 여항산 정상까지 오른 다음 능선을 타고 마당바위 바로 앞까지 가서, 왼쪽 별천(상별내) 계곡 쪽으로 내려온다. 갈림길이 나오면 별천 쪽으로 가지 않고 다시 한 번 왼쪽(좌촌 주차장 방향)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전체 거리는 10.5㎞이고, 산행 시간은 휴식 시간을 포함해 5시간 20분쯤 잡으면 된다.여항산은 등산로 입구부터 다르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널찍한 주차장에 화장실과 식수대 에어건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이런 느낌은 산행 내내 받는다. 당연히 길을 잃을 염려도 없다고 보면 된다.
좌촌마을에서 여항산으로 올라가는 등산로는 모두 3개의 길(1·2·3코스)이 있다. 1코스가 최단거리이고 3코스는 오른쪽으로 약간 더 돌아간다. 3코스는 여항산 횟집이 있는 쪽으로 올라가는데 팻말만 잘 따라가면 된다. 산길 초입은 즐비한 아름드리 소나무가 등산객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준다. 완만한 경사에 길도 제법 넓다. 가재샘 갈림길을 지나면서부터는 으레 그렇듯 길도 좁아지고 경사도 급해진다. 힘에 부친다 싶으면 어김없이 벤치가 있고, 위험하다 싶은 곳은 나무로 계단을 만들어놨다. 물론 숲도 울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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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촌마을 여항산 등산로 입구에 서 있는 수령이 300년 가까이 된 느티나무. |
산행을 시작한 지 1시간40분쯤 지났을 무렵 눈앞에 나타난 정상의 모습 자체도 예사롭지 않다. 거대한 바위 봉우리인데 나무덱을 이용해 정상에 올라서면 두 가지 이유로 놀라게 된다. 바위가 천길 낭떠러지를 이루고 있어 놀라고, 또 한 번은 탁 트인 조망에 놀란다. 맑은 날은 대마도까지 보인다고 하는데, 이날은 마산과 진주 일부를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날부터 시작된 장마가 얄밉다.
취재진은 능선을 타고 서북산 쪽으로 1시간 이상을 더 걸어가, 마당바위 바로 앞에서 별천(상별내) 쪽으로 좌회전 했다. 능선길을 걷는 동안에도 여러 차례 쉼터를 만날 수 있고, 우거진 나무 사이로 조망도 가능하다. 산을 거의 다 내려왔을 즈음 산행 초입과 마찬가지로 또 한 번 소나무숲을 지나는데, 여기를 빠져나오면 임도다. 이제부터는 여항산 둘레길과 대촌 마을길을 번갈아 쉬엄쉬엄 걸으면 된다.
◆교통편
- 주동마을행 군내버스 이용, 좌촌마을 정류장서 승하차
함안 여항산 산행의 출발은 여항면 주서리 좌촌마을에서 시작한다. 부산에서 좌촌마을로 가기 위해서는 부산서부버스터미널에서 함안까지 간 뒤 다시 주동 마을 행 군내버스를 바꿔 타야 한다.
부산서부터미널에서 함안행 버스는 오전 7시30분, 9시30분 등 7회. 함안시외버스터미널에서 주동행 버스는 오전 6시40분, 11시30분 등 4회 운행하며 함안역을 거쳐 간다. 산행한 후 함안터미널로 나가는 버스는 주동마을 종점에서 오후 3시10분, 6시에 출발하여 곧 좌촌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니 미리 기다려야 한다. 부전역에서 출발하는 경전선 무궁화호 열차를 이용하여 함안역에 내려도 된다. 부전역 출발 오전 6시25분, 10시35분. 주동행 버스시간을 맞추기가 힘들면 함안터미널 또는 함안역에서 택시를 탄다. (함안중앙콜택시 055-585-7725) 요금은 1만5000원 안팎. 대중 교통이 불편하다면 자가운전을 이용한다. 남해고속도로 함안 요금소를 나오면 가야읍이다. 여항 진동 방면으로 직진하는 79번 도로를 타고 가다 외암2교차로에서 오른쪽 여항면사무소 방향으로 꺾는다. 면사무소를 지나 갈림길에서 여항로 주곡방향 우회전을 하면 봉성저수지를 돌고 좌촌마을 입구를 지나면 여항산 주차장이 나온다. 내비게이션 여항산횟집 또는 055-583-0900 입력.
문의=스포츠레저부 (051)500-5147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근교산 & 그너머' 기사에서 GPX와 고도표가 당분간 실리지 않습니다. 기술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대로 GPX와 고도표를 다시 싣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