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38 < 연오랑 세오녀 –호미곶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 -보릿돌교>
가족여행의 매력은 편안함도 있지만 설령 계획 없이 떠난다 하더라도 일어나는 시간이 아침이요. 머무는 곳이 휴식이며 어느 시간대에나 자유롭게 잠들 수 있다는 것이다. 포항을 투어하기로 하여 목적지에서 아침을 맞으니 더욱더 여유롭다. 이틀째인 오늘은 연오랑 세오녀 테마공원을 찾기로 하였다. 특히 그곳 전시관 <귀비고>는 포항 지역의 특화된 스토리텔링 문화공간을 지향하는 지역특화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고 하니 포항의 정서와 소소한 역사를 알아보기에 좋을 듯하였다. 사실 연오랑 세오녀의 설화는 신라시대의 대표적인 설화로 이곳에 와서 알았다. 이곳은 설화를 새롭게 재구성한 신라의 잃어버린 빛을 찾아 떠나는 여행으로 시각적 효과와 상호작용하는 영상을 즐길 수 있도록 지하 1층 로비를 시작으로 3층까지 다양한 전시와 체험공간을 만날 수 있었다. 세오가 짠 비단을 보관했던 창고의 이름을 <귀비고>라 하여 포항시민과 관광객을 위한 문화 창고로 재탄생되었고 젊은이들의 데이트코스로도 인기가 많다고 한다. 신라 사람인 연오랑 세오녀가 일본으로 건너가니 신라의 해와 달이 빛을 잃어 세오가 보낸 비단으로 제사를 지내어 해와 달이 빛을 되찾았다는 삼국유사 설화를 스토리텔링화하여 조성된 문화공원이다. 시원한 바닷바람과 영일만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그야말로 우리나라 동해가 아니면 어디에서 이러한 절경을 만날 수 있겠는가? 탁 트인 동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아주 넓은 테마공원이었다. 초입에 들어서면 여러 갈래의 길이 있는 입구에서 우리는 귀비고로 가는 길을 택하여 들어섰다. 넓지만 정갈한 정원에 연오랑 세오녀 설화의 시대인 신라시대의 모습을 재현해 놓은 신라마을의 툇마루나 정자에서 오순도순 담소를 나누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평화롭다. 오전시간이라 마치 산책을 나온 듯 맑고 깨끗한 연오랑 세오녀 테마공원을 둘러보는 동안 무심히 날씨가 흐려진다. 오늘 하루 동안에 둘러보아야 할 곳들이 야외라서 우리는 서둘러 포항의 구룡포읍 호미곶으로 향했다. 포항 호미곶은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으로 일출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 명소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또한 호미곶 등대로도 유명하여 등대박물관이 턱 하니 들어 앉아 있다. 우리나라 지도에 백두산이 호랑이 코라면 호미곶은 꼬리에 해당된단다. 호미곶에 도착해보니 멀리서도 손가락이 펼쳐진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인터넷과 사진으로 많이 보아왔던 그림 같은 풍경과 몇 군데 손을 펼친 모습이 있어 눈길을 끈다. 펼쳐진 손톱 위에는 갈매기들이 한쪽 방향으로 나란히 앉아 있다. 어쩜 저렇게 같은 방향을 보고 있는지 마치 손톱 위에 갈매기 조형물을 설치해 놓은 것 같았다. 갈메기랑 함께 사진 속에 담아두기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는다. 먹빛 동해는 점점 어두워지면서 비가내리기 시작했다. 우선 비를 피하기 위하여 등대 박물관으로 들어섰다. 등대의 역사와 세계의 등대를 알 수 있도록 잘 정리되어 있을뿐더러 아이들이 놀면서 체험하기에는 하루도 부족할만한 규모의 박물관이다. 이곳저곳에 앉아 쉼과 관광을 즐기다보니 점심시간이다. 우리는 조일통상장정 이후 일본인이 본격적으로 조선에 터를 닦으며 생겨난 구룡포 일본인가옥의 거리로 향했다. 일제강점기 동안 일본의 중요한 경제 거점 중 하나였던 가까운 목포에도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독특한 풍경을 마주하게 되며 그중에서도 특히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인들이 남겨 놓은 건축물들이 들어서있는 근대역사거리도 있다. 치욕적이고 아픈 역사를 안고 있는 이곳 포항에서도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를 포항 가볼 만한 곳이라 말하는 것은 그 역사를 절대 잊지 말자는 의미와 그렇게 남겨진 곳을 보존함으로써 하나의 관광자원으로 개발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물론 모든 건물이 과거의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영화 촬영지로도 이모저모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었으며 분위기만큼은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어디든지 볼 수 있는 특정 건물과 특정 점포는 추억 팔이 상품이 진열되어 있기도 하다. 이곳에도 마찬가지였으며 분명 잊지 말아야 할 역사를 안고 있는 곳을 훌륭한 관광자원으로 개발하였기에 보고 즐길 수 있는 것이 있어 그 자체로 포항 가볼 만한 곳이라 말해도 좋을 듯하였다. 우리는 일본인가옥의 거리를 관광하고 있으니 만큼 일본식 음식을 선택하여 점심식사를 하였다. 아무리 흔하지 않은 음식이라도 우리 음식만큼 건강한 소울푸드는 없다는 생각도 해본다. 계속 내리는 비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곳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보릿돌교를 둘러 갈 계획이 있었기에 바람처럼 지나쳐오더라도 가보기로 한다. 이곳 역시 날씨가 맑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보릿돌교로 유명해지기전에는 낚시명소였다는 이곳은 해안드라이브코스로도 각광을 받고 있어서 비가 내리더라도 좋을 듯하였다. 이가리닻 전망대에서부터 이틀 동안 동해바다를 안고 돌아왔지만 아담하고 멋진 해양경관을 이루고 있는 이곳은 빗속에서도 편안하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비단 낚시와 상관없는 일정이라도 좋을 듯 코스에 만족하며 다만 날씨 때문에 해질녘 포항의 노을 구경을 할 수 없음에 아쉬움은 남았으나 저무는 해를 뒤로 하고 양산시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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