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의 조용한 사찰에서 마음이 때를 닦다.
글/사진:
이종원
안성의 비구니 사찰
석남사는 참 정갈합니다.
시어머니를 모시는
효부의 집 같아서 이곳에 오면 늘 옷깃을 여미게 됩니다.
주련의 새겨진 글씨도
여인내의 섬세한 감성이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서운산 아래 금광루에서
부처님의 광명이 다시 빛나리'
금강루 문살에서 바라본
세상 풍경입니다.
빛과 그림자.
안성의 청룡호랍니다.
여름내내 손님을 태우고 호수를 배회했던 오리보트도 이젠 일손을
멈추고 긴 겨울잠에 돌입합니다.
저는 청룡사를 참
좋아합니다.
고단한 삶을 의탁할
수 있는 사찰중에 하나거든요. 전국의 떠돌이 남사당패도 겨울철엔 청룡사로
돌아와 고단한 삶을 내맡깁니다. 남사당패의 고향이지요.
그렇다고 연습을
게을리 할 수 없습니다.
'잘 하면
살판이요, 못하면 죽을판이다.' 라는 남사당패의 살판처럼 청룡사 앞마당에서는
살기 위해서 돌고, 뒹굴고 ...외줄을 탔습니다.
어름산이
연가
사랑은,
허튼 사랑을 빼 놓고는 모두 외줄 위에 선다. 건너가려 할수록 그대는 멀다. 마음의 중심이 문제겠으나 사랑은 그마저
흐트러뜨린다. 누가 나를 부르는가, 일순 발끝의 긴장은 풀어지고 고된 몸뚱러라 하나 허공에서 휘청거린다
오늘날 남사당패의
흔적은 없습니다. 노을을 바라보며 눈물흘리는 바우덕이 묘가 더욱
애절하게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청룡사야 말로 진정한
대웅이 계신 곳입니다. 큼직한 현판 글씨가 시원스럽습니다.
대웅전에서 가장 사랑받는
곳이 측면이지요.
곧은 나무를 구할
수 없어 휘어진 나무로 건물을 올렸는데 오히려 자연스럽고 건물이
더욱 견고해졌어요. 부드러움이 단단함을 이기고, 곡선이 직선보다
강함을 한옥은 말해주고 있습니다.
기둥 하나를 부여잡고...부처님의
화신인양 기도드리고 있습니다.
왼쪽 측면도 꼬부랑
할머니랍니다.
한국건축의 승리는
바로 처마에 있습니다. 둥근 원목이 집단이 되어 장엄한 곡선미를 만듭니다.
메주 냄새가 풀풀~
노을이 아름다워서
문명의 이기가 못된
시누이역을 맡고 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