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일기(34) - 역답사(함안역/마산역)
밀양에서 갈라지는 두 개의 노선, 양산과 부산으로 향하는 낙동강 길과 김해와 창원 그리고 함안과 진주로 향하는 철길이 있다. 무엇이든 새롭게 만나는 것은 신선한 느낌을 준다. 비슷하지만 특별한 기운이 새로움에는 담겨 있다. 최근 만나는 진주행 철도에는 그것이 있다. 오늘은 전설과 역사가 숨겨져 있는 매력적인 도시 ‘함안’으로 갔다. 폭우로 기차길이 상해있고 속도도 늦추는 바람에 원래 시간보다 지나서 도착했다. 이용하는 사람은 적었지만 역은 웅장했고 주변은 고요했다. 그곳에서 함안의 역사답사길이 시작된다.
1. 경남 <함안역>
함안역의 첫인상은 상큼하다. 흰색의 역 건물은 과거 함안의 <아라가야> 유적지에서 나온 토기의 형상을 디자인적인 이미지로 변환시켰다. 역 주변에는 아무 것도 없다. 멀리 산과 논 그리고 고요만이 있을 뿐이다. 연착 관계로 밀양에서 먹으려 했던 점심을 먹기 위해 마을 쪽으로 이동했다. 마을에는 ‘한우 곰탕촌’이 있었다. 함안에서는 제법 유명한 관광지인 듯하다. 많은 차량들이 주차하고 있어 활기찬 모습이었다. 곰탕의 맛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구수하고 편안하다. 빈속을 채우고 다시 역 쪽으로 돌아왔다.
역 앞에는 함안의 역사 유적지를 모두 돌아볼 수 있는 코스가 안내되어 있다. 약 6시간이 소요되는 충실한 역사탐방 코스이다. 함안은 아라가야 왕족들의 무덤들이 모여있는 <말이산 고분>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에서는 대표적인 가야 국가였던 고령의 <대가야>와 김해의 <금관가야> 못지않게 특별하고도 역사적인 가치가 우수한 유물과 유적이 발견되었다. 특히 이곳에서 발견된 ‘이형토기’와 ‘마갑“은 가야 문명의 특별한 아름다움을 증명하였다. 코스 안내도를 보니 ’말이산 고분‘ 이외에도 많은 유적지와 문화시설이 있었다. 역 가까이에는 <성주산성>이 있고, 광한루만큼 아름다운 누각 <무진정>도 있다. 오늘은 일정상 말이산 고분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지만, 다음에는 시간을 여유롭게 잡아 함안의 역사장소를 제대로 탐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말이산 고분까지는 약 50분 정도 소요된다. 국도는 넓었고 푸른 논들이 함안의 들판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 사이에 드문드문 건물들이 보인다. 건물보다는 논과 산이 압도적인 풍경은 자연만 있는 곳과는 다른 느낌이다. 인공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이 공존하면서도, 자연적인 것이 여전히 우세한 장소가 갖게 되는 일종의 자부심과 같은 아름다움이다. 날씨가 오락가락하다. 맑게 개인 하늘은 어느새 흐려지고 있었다. 결국 말이산 고분에 도착하자마자 장댓비가 쏟아졌다. 폭우가 앞을 가려 제대로 사진으로 담기도 어려웠지만, 비와 안개 속에서 바라보는 고분들의 단단한 모습들은 일종의 장관이었다. 정돈된 무덤들의 연결은 신라 경주의 <대능원>에 필적하는 오래된 역사에서 발견하는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함안군청>도 말이산 고분 바로 아래 마련되어 있었다. 함안은 여전히 ’아라가야‘의 후손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2. (창원) <마산역>
내친 김에 바로 옆에 있는, 하지만 거리로는 괘 먼, <마산역>을 방문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도시, 한때 전국 7대 도시 중에 하나였다는 마산시는 지금 없다. 오래 전에 창원시와 병합되어 마산구로 축소되었기 때문이다. 시가 되건 구가 되건 사람들은 그저 살아갈 뿐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특별한 기억과 인상을 갖고 있던 도시가 축소되어 독립적인 위상을 잃어버렸을 때의 아쉬움은 분명 있다. 그것은 마산과 마찬가지로 시에서 구로 전락한 <진해>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말일 것이다. 마산과 진해라는 독특한 지명은 ’창원‘이라는 공업도시에 포섭된 낭만과 문화의 공간이 되었다. 항상 공업과 상업은 문화와 예술을 압도한다는 점을 이곳에서 확인하게 된다.
마산역사에서 나와 약 30분 정도 걸었다. 어떤 지역보다도 매력이 없다. 거리도, 건물도, 특정한 인상도 없는 너무도 전형적이어서 특별하게 할 말이 없는 그런 공간이자 장소였다. 마산만 쪽으로 가면 다른 느낌을 얻겠지만, 역과 그 주변의 거리는 지극히 평범한 얼굴로 서있을 뿐이다. 도시는 새로웠지만, 새로움과 함께 낭만적인 모습도 빼앗아 갔다. 마산은 이름만 낭만적이다.
첫댓글 - 도시화는 모든 것을 집어 삼킨다. 괴물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