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바다와 어우러진 진달래 향연
낙엽 활엽 관목인 진달래는 우리 강산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자생 식물로 특히 양지 바른 산에서 군락을 이룬다. 다른 나무들이 기름진 땅에 뿌리를 내리는 반면, 진달래는 강산성의 척박한 땅에서 오히려 붉게 꽃을 피운다. 보라색을 띤 연분홍 꽃이 3~5개씩, 다섯 갈래로 깊이 갈라진 깔때기 모양으로 잎보다 먼저 핀 모습이 아름답다. 남부 해안에서는 4월 초순 무렵에 꽃이 피지만 중부 내륙에서는 4월 하순 무렵에 만개한다. 진달래는 참꽃이라고도 부른다. 먹지 못하는 철쭉을 개꽃이라고 일컫는 데 비해, 먹을 수 있는 진짜 꽃이라는 뜻으로 참꽃이라는 별칭을 붙인 것이다. 참고로, 한라산에서 자라는 참꽃나무는 철쭉류의 하나로서 진달래와는 다르며, 국화과의 한해살이풀로서 한여름에 흰 꽃이 피는 개꽃도 철쭉과는 별개의 꽃이다. 우리나라 곳곳에는 진달래 명산이 많지만 바다와 어우러지는 진경이 펼쳐지는 곳은 드물다. 이제 그 주인공인 거제도로 떠나보자. |
비단처럼 아름다워 대금산
면적 388㎢ 남짓한 거제도는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으로 1971년에 거제대교가 놓임으로써 육지와 이어졌다. 섬이 큰 만큼 거제도에는 산도 많고 골도 깊다. 충남 계룡산과 이름이 같은 계룡산(555m)을 비롯해 가라산(585m), 노자산(565m), 산방산(507m), 북병산(465m), 국사봉(462m), 백암산(493m) 등이 거제도의 대표적인 준봉이다. 이들보다 높이는 낮지만 대금산(437.5m)도 거제도가 내세우는 명산이다. 대금산은 신라 시대에 금과 은을 파냈던 광굴이 있다고 해서 큰 대(大) 쇠 금(金) 자를 썼다. 그러다가 조선 중엽부터 산이 비단처럼 아름답다는 뜻에서 대금산(大錦山)으로 불렸다. 대금산이 아름다운 까닭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남해 바다를 굽어보는 경관이 빼어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봄이면 선홍빛 진달래꽃이 융단처럼 펼쳐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1997년부터 4월 초순 무렵에 ‘대금산 진달래 축제’가 열려 상춘객들을 더욱 흥겹게 한다. 대금산 진달래는 보통 4월 초순 무렵에 만개하지만 올해는 이상 고온 현상으로 3월 하순부터 필 것으로 보인다. |
꽃밭 아래로 학섬 이수도가 누워
대금산은 거제시 연초면 명동리와 장목면 대금리, 시방리, 외포리에 걸쳐 있지만 등산객들은 주로 명동리를 기점으로 오르내린다. 명동리 명상 마을에서 대금산까지는 넉넉잡아 1시간 거리여서 산행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도 쉽사리 오를 수 있다. 정상에서 북쪽으로 넓은 진달래 꽃밭이 붉게 물결치는 자태는 천상의 화원을 방불케 한다. 그뿐 아니다. 동쪽으로는 흥남해수욕장의 하얀 모래밭이 푸르른 남해 바다와 잇닿아 있고, 저 앞으로는 특이한 형상의 작은 섬 하나가 두둥실 떠 있다. 정식 명칭은 이수도지만 이곳 주민들은 학섬이라고도 일컫는다. 지도상으로 살펴보아도 그렇지만, 대금산에서 굽어보면 학섬이라는 별칭이 더욱 실감 난다. 흡사 학이 날개를 펼친 것 같은 모습이다. 더욱이 썰물 때면, 학의 긴 부리가 물고기를 물고 있는 듯한 기묘한 형태여서 한결 신비롭다. 진달래의 붉은 꽃밭과 해수욕장, 바다, 거기에 섬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환상적인 꽃물결. 봄의 대금산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진경 중의 진경이 아닐까?
|
수도권에서는 경부(1번)고속도로-비룡 분기점-대전남부순환(300번)고속도로-산내 분기점-대전통영(35번)고속도로를 거치고 남부 지방에서는 남해(10번)고속도로-진주 분기점-대전통영(35번)고속도로를 경유한다. 대전통영고속도로가 끝나는 곳에서 거제(옥포) 방면 14번 국도를 타고 달리다가 신현을 지나 연초 삼거리에서 하청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그런 다음 3km 남짓한 지점의 다공 버스정류장 앞 삼거리에서 우회전해 4.4km쯤 더 가면 명상 마을에 이른다. |
|
서울남부터미널, 대전동부터미널, 부산, 진주, 마산, 통영 등지에서 거제시 고현(신현)으로 가는 고속버스 및 직행버스 운행. 거제시 고현(신현)에서 명동리 명상 마을로 가는 시내버스는 하루 5회 왕복하며 20분쯤 걸린다. |
|
거제시 신현읍 고현리의 황토마당(☎055-637-5953)은 보리밥 전문점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보리밥과 쌀밥을 따로 지어 손님의 취향에 따라 알맞게 섞어주고 나물을 비롯해 7~8가지 비빔 재료와 구수한 된장찌개를 곁들인다. 보리밥 외에도 된장찌개, 콩국수, 수제비 등의 토속 음식과 해물탕, 해물찜, 아귀찜, 도토리묵 등의 안주류, 동동주도 낸다. 특히 여성 손님들에게 인기가 높은 동동주는 통영시 산양면에서 재래식으로 담아 매일 가져오는데 설탕을 약간 넣어 맛이 달착지근하다. 단 맛이 싫다면 미리 설탕을 넣지 않은 동동주를 달라고 해야 한다. |
|
거제시에는 애드미럴호텔(☎055-687-3761~5), 거제관광호텔(☎055-632-7002), 거제삼성호텔(☎055-631-2114), 오아시스호텔(☎055-636-8900)을 비롯해 숙박업소가 매우 많다. 노자산 기슭의 학동고개 아래에 자리 잡아 아늑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거제 자연휴양림(☎055-639-8115~6)에 묵으며 오가는 것도 좋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