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기맥의 끝자락을 걸으면서
(무안-청계구간)
Daum Blog:- kims1102@
2012년 새해 임진년(壬辰)은 흑룡(黑龍)의 해다.
과연 우리는 용꿈을 꾸었을까?
길몽중의 길몽이라는 용꿈도 좋지만 새해엔 어떤 꿈을 꾸어도 좋다.
우리 앞엔 새로운 한해가 꿈처럼 펼쳐져 있고 다가올 하루하루가
희망의 날들이니까.
그것이 바로 용꿈이 아닐 런지---
아무런 흔적 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굳이 분절(分節)해서 사용하는 것은
새로운 기회를 갖기 위해서 일 것이다.
새해 첫날은 밤사이 눈이 내렸었다.
첫눈은 지난해의 허물을 이미 다 덮었으니 우리는 그 위에 새로운
설계도를 그려보면 어떨까?
하나씩 하나씩 꼬박꼬박 틀림없이 실천 할 그런 청사진을 하얀 눈밭에
새해의 꿈을 그려 보셨는지요!
금광산악회에서는 임진년 첫 산행지로 영산기맥의 끝자락인
연징山(淵澄산: 300.5m)에서 승달산(僧達山: 317.7m)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을 걷기로 했다.
호남정맥이 내장산 까치峰 어깨를 지나 순창새재에서 서쪽으로 가지 친
영산기맥이
영산강을 가르며 정읍 입암산, 고창 방장산과 문수山을 지나면서 남쪽으로
내달리며 영광 불갑산, 함평 군유山, 무안의 연징山, 마협봉, 승달산을 거쳐
목포 유달산에서 서해로 숨어든다.
물줄기는 영산강에 살을 섞은 뒤 서해로 흘러간다.
오늘은 1년 중 가장 춥다는 소한(小寒)이다.
소한은 동지와 대한 사이의 절기로
명칭으로 보았을 때는 大寒일 때 가장 추울 것 같지만 실제로는
小寒시기가 한국에서는 1년 중 가장 춥다고 한다.
세시에서는 기러기가 북(北)으로 돌아가고,
까치가 집을 짓기 시작하고, 꿩이 운다고 하였으니,
우리나라에서는 이 시기의 기상은 불규칙적이어서
1년 중 가장 추운경우도 있고 겨울철로는 비교적 따뜻한 날씨를
나타내는 경우도 있어,
“대한이 소한 집에 놀러 갔다가 얼어 죽었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로
1년 중 가장 추운 해도 많으나 따뜻한 해도 많아서 이 날을 전후한
시기의 평균기온은 대한은 물론이고 입춘을 전후한 시기보다도 높은
편이다.
호남의 8대 명당인 승달산은
황토 골 무안의 청계와 몽탄을 동서로 구획하고 있고
옛 부터 풍수지리상 고승이 제자들을 모아놓고 불공드리는 노승예불
(老僧禮佛)의 지세로 그 명성이 자자하다.
이를 증명이나 하듯 승달산은 목동과 황소가 절터를 잡았다는 목우암,
불법(佛法)이 샘솟는다는 법천사(法泉寺),
옛적에 건물이 90여동이나 있었던 거찰 총지寺 터를 품었고,
호남의 8대 명당중 제1의 명당이라는 유명세 때문인지 산줄기에
유난히 무덤이 많은 산이란다.
어제까지만 해도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는데 오늘 낯부터 점차 풀리기
시작한다는 예보다.
등산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서는데 싸늘한 기운이 사정없이 나를 덮친다.
오늘은 신창 골 동생부부가 차를 가지고 집 앞으로 온다는 문자가 있어,
바쁠 시간인데도 여유를 부리며 아이젠도, 신발 덥게도, 두꺼운 장갑도,
털벙거지도 차근차근 챙겼다.
총무에게 홈플러스 앞에서 산행버스를 기다린다는 전화를 했다.
8시20분에 산행버스가 도착했는데 지난주처럼 많 치는 않아도 40여명의
회원들이 산행에 참여했다.
정대진회장이 5년을 맡아 운영해오던 금광을 졸지에 오늘부터 내가 맡게
되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취임 꽃다발을 받고, 인사말도 해야 하고, 새로운 임원들을 소개하는
소정의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나도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 한 가지는 이왕에 맡은 책임이니까
임원여러분과 회원님들과 성심성의 것 협의하고 노력하여 산악회를
더 좋은 상태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뿐이다.
오늘산행은 1팀과 2팀으로 분리 운영하기로 계획되었다.
1팀은 무안읍남산입구에서 -남산 -연징산 -연징삼거리 -마협봉
-헬기장 -구리峰 -기봉 -하루재 -승달산- 송씨묘 -목포대로 하산하고,
2팀은 태봉에서 -태봉2재 -구리재 -기봉 -승달산 -목포대로
하산하기로 했다.
“아픔에 익숙해지듯이 추위에도 익숙해진다.”는 말이 있다.
우리 피부에는 온점(溫點)과 냉점(冷點)이 있다한다.
온점이 어떤 자극에 반응하면 따뜻함을,
냉점이 반응하면 차가움을 느끼게 된다는데 냉점은 온점보다 훨씬
많고 피부 바깥쪽에 많이 분포돼있다.
사람이 더위보다 추위에 민감한 이유 중 하나다.
온, 냉점은 온도에 순응하는데 우리가 냉탕에 들어갈 때 처음엔
차가워도 곧 익숙해지는 게 그 증거다.
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적응하는 냉점 덕에 덜 춥게 느껴지는 것이다.
나는 등산외투를 벗어 배낭에 달고 10명이 한 조가 된 1팀에 참여했다.
산행이사가 나를 보고 괜찮겠냐고 묻는다.
산길은 며칠 전에 내린 대설로 하얀 눈길이었고
인근의 모든 마을과 들녘은 새 하얗게 질려있다.
잎이 진 마른 나뭇가지사이로 속살을 내비친 산들이 겨울의 정취를
그대로 말해준다.
무안의 주산인 남산에서 연징山으로 이어지는 등산코스를 올랐다.
연징산은 산 주변에 용(龍)샘을 비롯한 물 맑은 연못과 샘이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정상에 올라서니 동쪽으로 전남의 젖줄인 영산강이 도도하게 흐르는
모습이 매우 인상 깊었다.
솔밭 사이로 솔밭 사이로 들어가자면 / 불빛이 흘러나오는 古家가 보였다
거기 / 벌레 우는 가을이 있었다. / 벌판에 눈 덮인 달밤도 있었다.
(노천명 시인 의 “길”에서)
300m내외의 낮은 산들이 능선과 봉우리로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고려 인종 때 원나라 원명의 500제자들이 깨달음을 얻었다는 설화를
간직한 승달산은 목포 유달산과 쌍벽을 이루며,
북쪽의 무안 남산 -연징山 -마협봉-기봉과
남쪽의 국사峰-유달산으로 이어지는 영산기맥의 끝자락 산줄기 중에
가장 높고, 계곡이 깊으며 수림이 울창한곳이다.
서쪽 산자락에 목포대학이 들어선 뒤부터 사시사철 인산인해를 이룬 것도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서해바다가 환상의 장면을 연출하며 산행객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무안의 망운 운암반도, 압해도 섬들에게 둘러싸인 서해바다가 마치 한적한
겨울호수처럼 느껴지고,
북으로 봉대산과 모악산, 북동으로 금성山과 가야산, 동으로 안의산.
덕룡산. 국사峰, 동남으로 월출산과 흑석山, 남으로 유달산이 조망된다.
오늘은 / 또 몇 십리 / 어디로 갈까.
산으로 올라갈까 / 들로 갈까 / 오라는 곳이 없어 나는 못 가오. (중략)
여보소, 공중에 / 저 기러기 / 열십자 복판에 내가 섰소.
갈래갈래 갈린 길 / 길이라도 / 내게 바이 갈 길은 하나 없소
(김소월 시인 의 “길”에서)
산행시간 5시간을 잡고 출발한 우리는 눈 쌓인 산행 로를 잊고 있었다.
아이젠을 하고 걷는 길은 힘들고 많은 시간을 요구했다.
산길은 소나무, 동백, 잡목 숲으로 연결되면서 새로운 환경을 연출해주고
능선을 지나면 봉우리요, 봉우리를 넘으면 또 능선으로 이어지고,
하얀 눈을 밟고 걸어가는 기분은 걸어보지 않으면 모를 것이다.
연징산을 넘고, 마협봉을 지나고, 태봉2재를, 그리고 구리재를 지날 때도,
모두들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능선과 재와 봉우리에 지치기 시작했다.
5시간이 지났어도 하산길이 보이지 않는다.
산행을 하지 않는 사람들과 2팀들한테서 하산독촉전화가 왔다.
기봉을 넘어 목우암을 지나 승달산 삼거리에서 목포대로 하산하는
단축코스를 잡았다.
꼬박 6시간이 넘는 겨울산행으로 모두들 지쳤다.
목포대학 체육관 뒤에 산행버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우리를 기다리다 지친 회원들은 굴 넣은 떡국을 끓여 먹고 있다.
날씨가 춥기 때문에 나주 문사장님이 기증한 맥주와 하산 주 소주가
불티난다.
지치고 피곤한 나도 엉겁결에 떡국 한 그릇을 받았는데 그 맛이
천하일품이었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이 시장기라 하지 않았던가.
(2012년 1월 6일)
첫댓글 저의 시장기가 떡국 2그릇을 비웠습니다. 감사드려요...덕분에 잘 먹었습니다.
맛있게 먹어치웠지요...
몸도 많이 지쳤지요...
회장님
또 쉴때 함께 하겠습니다
참여해 줘서 고맙고,
새로운 임진년에는 하는 일마다 대박나고 행복한 한해가 되기를---
바보 바보 Y 2012.01.08 09:17수정 | 답글 | 삭제 | 신고
올해는 바보처럼 살거에요, 나는 바보이니까!
제비가 그날 북으로 가는 중이 였나봐요.줄지어 날아 가는것도 보았구요.회장님이 되셨으니 더욱 바쁘시겠어요.
지도를 보는듯한 내용 감사합니다.
총무님! 이왕에 맡은 책임이니까, 올 1년 죽기 살기로 열심히 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