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 연풍의 이화령을 넘어 선비의 본향 영주를 지나면서 가을 송이와 춘양목으로 알려진
봉화에 다다를 무렵 에움길의 도로를 장 시간 달려 온 터 시장기가 돌았다
봉화군의 음식 특화 단지인 봉성면에서 솔 잎 향 가득한 돼지 솔 잎 숯불 구이로 요기를 한 후
한국의 그랜드 케년이라 불릴 만큼, 빼어 난 계곡미와 풍광을 자랑하는 울진 불영 계곡을 감상하며
살짝 샛길로 접어 들어 신라 진덕여왕때 의상대사가 창건 하였다는
연못 속에 부처님의 그림자가 비춰진다고 하여 불리게 된 비구니 스님의 절인 불영사를 둘러 보았다
진귀한 보배가 많은 곳이란 의미를 가진 울진,울진군 북면 응봉산 자락에는
물이 많이 흐른다 하여 구수곡이라 부르는 아름다운 구수곡 휴양림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는 계절마다 이곳을 찾아 오곤 하는데 오 가며 아름다운 볼 거리와 향토적인 먹을 거리도 많지만
데우지 않고 응봉산 중턱에서 자연 용출되는 수질이 풍부한 덕구 온천과
동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크고 작은 해수욕장 그리고 산림욕을 즐길수 있는
우리나라 최대의 금강송 군락지인 소 나무 숲 길이 조성 되어 있기 때문이기도하다
그야말로 울진은 산과 바다 온천을 동시에 섭렵 할수있는
조용한 휴식과 여행을 함께 할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지도 모른다
언제나 그러하듯
둘 만의 단출한 여행이기에 구수곡 숲 속 의 집에서 가장 작은 칠 평 남짓한 잣 나무 방에 여정을 풀었다
통 나무 현관문을 열고 들어 가니 조그만 텔레비젼과 가스렌즈 소형 냉장고
그리고 크고 작은 냄비 몇 개와 주방용품들이 가지런히 정돈 되어 있었다
강원도 삼척 북평 오일 장은 장꾼인 우리 부부가 가장 즐겨 찾는 전통시장 이기도하다
시장에는 산촌의 진기한 약초들며 산 나물 옥수수 알갱이 결명자 등의 곡식과 신선한 해산물이 풍부하여
언제나 우리 부부의 마음을 들 뜨게 하고 구미를 충족 시키기에 그만인 곳이기도하다
이곳저곳을 기웃 거리다가 골목 한 켠, 바람에 일렁이는 천막을 열고 들어 가니 할머님께서 반색을 하신다
벌써 십 여년이 넘는 단골 메밀 묵 집이다
시장 골목에 자리 잡은 이 집은 장 날 마다 문을 열고 하는데
여럿이 함께 앉을 수 있는 긴 의자 몇 개와 사방으로 파란 포장을 둘러친 허름한 공간에 불과하지만
장날이면 기다렸다 먹어야 될 만큼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굳이 주문을 하지 않았는데도 할머님께서는 신 김치와 두부 당면을 넣어 만든 메밀 전병과
고갱이 배추와 부추를 얹어 창호지 만큼 예술적으로 얇게 부쳐 낸 메밀 부침개
그리고 시원한 멸치 육수에 김 가루와 갓 김치 무 생채를 얹져 메밀 묵 한 사발을 만들어 내 주셨다
후르륵 후르륵~ 소리를 내며 일자로 연결된 나무 의자에 앉아 장터 메밀 묵을 먹었다
인정스런 할머니님의 묵 맛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담백깔끔 하면서도 구수하다
속이 든든해진 우리는 어물전에 들려 남편 좋아하는 문어와 내가 좋아하는 생물 꽁치
친정 어머니께 드릴 건어 물과 곰취 나물 그리고 아들 며느리 줄 요량으로 묵호 할머니표 명란 젖도 샀다
꽁치는 구워 먹으려 삼삼하게 굵은 소금을 살짝 뿌려 두었다
다음날,죽변 항을 찾았다
포구 주변의 즐비하게 늘어선 오징어 덕장과 그물 망을 손질하는 고단한 어촌의 아낙네들 그리고
알수 없는 손짓으로 항구의 하루를 여는 경매인들의 바지런하고 활기찬 삶의 현장을 만나게 된다
요즘 한창 오징어가 제철임에도 낮은 수온으로 인하여 예년에 비해 수확량이 금감하여
어민들의 시름이 깊다고 한다
하지만 밤이 되면 동해 바다는 온통 대낮 같은 불야성을 이룬다
불 빛을 이용하여 오징어를 유인하기 때문이다
나곡 해변의 청냉한 바닷 바람을 폐부 깊숙이 끌어 안고 숲 속의 집으로 돌아 왔다
얼른 쌀을 불려 양은 냄비에 한 줌의 차조를 넣고 저녁 밥을 지었다
밥 국물이 부글부글 끊어 넘쳤다
뜸이 드는 동안 남편은 밖에서 꽁치을 구었다
저녁 밥 익는 냄새가 산 기슭을 타고 오른다
상 다리가 살짝 삐걱이는 밥 상 위에 먹기 좋을 만큼 잘 익은 갓 김치와 꽁치 구이
그리고 오징어 물 횟집 아주머니께서 싸 주신 오묘한 맛의 가자미 식혜가 차려졌다
되직하지도 지룩하지도 않은 고실한 밥 을 퍼낸 다음 구수한 숭늉을 먹기 위해 물 을 부었다
그이가 내 숟가락의 차조 밥 알갱이 위에 꽁치 가시를 발라 올려 주었다
나는 화답으로 문어를 간장 양념장에 발라 남편의 입 안에 넣어 주었다
남편은 문어를 먹을때면 초 고추장보다 간장 양념장을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더 차릴것도 부러울것도 없는 둘 만의 우아한 만찬이다
오목한 밥 공기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끈한 숭늉을 부딪히며 우리는 조금 어색한 러브 샸을 했다
서서히 잣 나뭇집 창가에 어둠의 사위가 내리기 시작 하였다
남편이 시원스레 썩썩 비벼 빨아 놓은 감색 두 켤레의 양말이 가지런히 발 아래 닿을 듯 널려 있다
늘씬한 취청 오이처럼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금강송 우듬지로 한 가위 보름 달이 예쁘게도 걸려 있다
귀 뚜르르 귀 뚜르르~귀 뚜라미가 애닮게도 울어 댄다
귀뚜라미가 울면 괜스레 서글 퍼진다
불현듯 남편은 '당신,다음 생에 태어 나면 나랑 결혼 할거야?'하는 남편의 물음에
나는 단호하게 만나고 싶지 않다고 하였더니
그럼 당신은?'나는 당신 또 만나 살거야'...마주 보며 멋 쩍게 웃었다
세월은 유수와 화살과 총 알과 같다 했던가
어느 듯 지천명 줄에 들어 선 우리부부
이제는 어떤 설레임 보다 몇 십 년 켜켜이 쌓아 놓은 미운정 고운정
해 묵은 정분으로 살 부비며 사는 것이리라
가랑가랑 남편의 코고는 소리가 들렸다
만 날 분위기 타령 낭만 타령만 하는 나의 잔 소리에 익숙해져 있는
그이는 이미 꿈 속을 헤메고 있는 것이다
보란듯 위상을 뽐 내던 소나무 며 전나무 갈참 나무도 깊이 잠들어 있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 날 짐승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잠을 깼다
무서움에 남편을 흔들어 깨웠다
남편은'고라니인가'하며 드르르 창문을 열어 제쳤다
고라니는 부리나케 솦 속으로 달아나 버렸다
가로 등 불 빛에 희미하게 고라니의 흔적이 잡혔다
이른 아침,누룽지를 삶아 먹고 온천으로 향 하였다
노곤해진 몸을 따스한 온천에 담갔더니 여행의 지친 피로가 금새 확 가시는 느낌이 들었다
실핏 줄 아니 뼛속 까지 물의 온기가 전해 왔다
살이 시리도롣 찬 냉탕과 자연 용출 온탕을 번 갈아 오 가며 온천욕을 즐겼다
돌아 오는 길,느린 걸음으로 울진군 소천면 소광리,금강 소나무 숲으로 향 하였다
'나의 열매는 도토리로 불리는데 야생 동물의 먹이가 되며 얇은 껍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옛날 신발에 나뭇 잎을 깔고 다녔다 하여 붙여진 신갈 나무 할아버지께서 반갑게 맞아 준다
금강 소나무는 줄기가 곧고 윗 모습은 좁은 삼각형으로 껍질이 얇고 붉은 색을 띠며
나이테가 가지런하고 촘촘하며 마치 거북이 등 같았다
그리고 쓰임으로는 궁궐이나 왕실의 장례용 관을 짜기도 하고
피톤치드를 발생하여 상쾌하고 쾌적한 공기를 뿜어 낸다고 한다
청량 음료보다 더 상쾌한 소나무 숲에서 양 팔을 벌리고 커다랗게 심 호흡을 하였다
보호수로 지정된 530년생 금강 소나무의 곁 가지는 가늘고 짧으며 줄기가 곧고 미끈했다
고개를 한참 위로 올려 바라 보아야 끝이 보일만큼 최고의 자태를 뽐내고 있었으며
소나무 한 그루에 자신이 초라해 보일 정도로 위상이 압권이었다
마악 발 길을 돌리려는데 수염이 허연 사진 작가가 포즈를 취해 달라고 주문을 하기에
여고시절 처럼 나무의 곁 가지를 붙들고 엷은 미소를 띤 채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작가는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그려 보였다
건들 바람에 마타리가 우후 죽순처럼 산자락 여기저기 피어 난다
황순원의 소나기에서 소년이 소녀에게 건네 주었던 노란 마타리 꽃,마타리 꽃이 피면 가을이다
남편은 어디서인지 주머니 가득 깨금[개암나무 열매]을 따 왔다
껍질을 벗겨 입 안에 넣어주었다
우드득 하고 깨무니 무척이나 고소했다
운동화를 벗고 포근한 숲 길을 걸었다
'구월이 오는 소리 다시 들으면 사랑이 오는 소리 사랑이 가는 소리~'
패티 김의 구월의 노래를 불렀다
계곡 물이 끊임없이 내 그림자를 따라 온다
졸졸졸~솨아솨아~이렇듯 자연의 소리는 언제 들어도 그윽하고 평화롭다
떨어진 솔 잎이 개울 물에 실려 작은 웅덩이를 만나면 잠시 주춤하다가 또 다시 물 살에 떠 내려간다
우리 부부는 지금 솔 향기 그윽한 골 깊은 금강 소나무 숲에 와 있다
노오란 마타리 꽃 위로 초 가을 입김이 서서히 번진다...
첫댓글 갈향님 어쩜 이렇게도 세심하게 잘 표현을 하셨는지요
이글을 읽는 제가 마치 갈향님을 따라 다녀온듯
잘읽고 갑니다. 자주 오시여 아름다운글 남겨 주세요
틈날때면 곁지기랑 여행을 떠나곤 한답니다
트렁크에 누룽지며 라면 멸치 김치 된장 고추장 등..을 싣고서요..
계곡에서 야영을 하기도하며 멱도?감고 물고기도 잡으며 자연을 친구심아 놀다 오지요
진달래님 감사해요
마타리,,, 아~~~ 마타리이네요
며칠전 시골에서 마타리를 보고 이름이 도무지,,,,,
알던 꽃이름도 놓치는것을 보니 이제 연식이 ㅎㅎㅎㅎㅎ
암튼 행복한 여행을 댕기시네요,,,,, 부럽당``````````````````
갈향님 글을따라 강원도 삼척인 고향을 단여 온것 같아요~ 아~고향에 맛 가자미 식혜 침 넘어가요~감사합니다~
향수님 고향이 삼척이신가요?저희부부는 삼척을 무척 사랑한답니다..정라진항으로해서 해돋이 해변..추암해수욕장..삼척 전통시장 으로 달려가곤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