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원씨가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었습니다. 이번 달 20일부터 석원씨 통장에 돈이 입금됩니다. 의료급여도 1종이 되어서 이제는 마음 놓고 아파도 걱정이 없습니다.
십여 년 전에 다니던 회사도 그만 두고, 부인과 헤어지고 난 후에 충청도에서 인천으로 올라왔습니다. 처음에는 막노동을 다니면서 살았습니다. 죽어라고 일을 해도 살림살이가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힘들어졌습니다. 몸도 약해졌습니다. 아픈 날이 더 많았지만 병원 한 번 가 볼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2008년 여름에는 결국 노숙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무 생각도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민들레국수집에 밥 먹으러 왔습니다. 그러다가 해기씨와 함께 민들레의 집 식구가 되었습니다.
해기씨는 아주 심한 알코올중독이었습니다. 석원씨가 막노동을 나가서 힘들게 벌어오는 돈은 해기씨와 함께 먹는 술값을 대기에도 모자랐습니다. 해기씨와 떨어뜨려놓기 위해서 석원씨를 옥련동 민들레의 집으로 보냈습니다. 그곳에서는 선호씨와 어울려서 술을 마셨습니다. 그런데 몸 상태는 점점 나빠졌습니다. 그래서 봉화 산골로 가서 지내게 했습니다. 몇 달을 봉화에서 지내다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옥련동에서 편하게 지내도록 했습니다. 그러다가 민들레 희망지원센터에서 일을 거들면서 살고 싶어 했습니다. 그런데 선호씨와 떼어놓아야 술을 먹지 않을 것 같아서 민들레국수집 근처에 방을 하나 얻어서 이사시켰습니다.
그리고 제일 부부 치과의원 원장님이 주헌씨와 영두씨 치과 치료와 틀니를 해 주신다고 했을 때 주헌씨가 병원 다닐 때 함께 동행해서 다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석원씨가 기꺼이 주헌씨를 돕겠다고 했습니다.
제일 부부치과의원의 유 실장님은 참 예쁜 분입니다. 마음도 착하시지만 얼굴도 참 착하십니다. 주헌씨와 영두씨 치과치료를 할 수 있도록 해주시곤 덤으로 석원씨도 치과 치료가 필요한지 물어봅니다.
석원씨에게 치과치료보다 더 급한 것이 빨간 코 치료라고 말씀드렸더니 옆의 피부과 선생님께 도움을 청해서 진찰을 받았습니다. 빨간 코가 된지 삼년여만에 처음으로 병명을 알아내었습니다. “주사”라는 치료하기가 아주 어려운 병이라는 것을 알아내었습니다. 피부병 치료약은 간이 튼튼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유실장님의 도움으로 내과에서 간 기능 검사까지 받았습니다. 아주 간의 상태가 나쁘기 때문에 의사선생님의 정밀 검사를 받았습니다. 초음파검사도 했습니다. 지방간에 간이 엄청나게 커졌습니다. 술은 독약이라고 합니다.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하기 위한 진단서 받았습니다. 6개월 이상 치료해도 어렵다는 진단서입니다. 그때부터 석원씨는 술을 마시지 않았습니다.
월요일에 주민센터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확정되었다고 합니다. 세상에! 안 될 줄 알았습니다.
요즘은 석원씨 얼굴에 행복한 표정이 가득합니다. 딸기코도 치료 효과가 있습니다. 얼굴이 환해졌습니다. 간 치료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유실장님의 주선으로 석원씨의 치과 치료도 잘 되었습니다. 앞니가 부러졌는데 말끔하게 새 치아가 되었습니다.
11월 베베모임은 석원씨 집들이 겸해서 석원씨 집에서 하기로 했습니다.
어제 저녁입니다. 국수집 문을 닫을 무렵에 처음 온 손님이 왔습니다. 오른 손이 의수입니다. 접시에 밥을 담아드리고 원하시는 반찬도 담아드렸습니다. 계란 프라이도 두 개를 해 드렸습니다. 그런 다음 손님 앞에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물어보았습니다.
지난 4월부터 노숙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장애2급이기에 전철을 타고 의정부를 오가면 왕복 다섯 시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지하철에서 잠을 잔다고 합니다. 낮에는 율목공원에서 지낸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친구들의 도움으로 밥을 먹었지만 오래되니까 미안해서 얻어먹기도 어렵다고 합니다. 민들레국수집에는 오고 싶었지만 자존심 때문에 버텼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젠 춥고 배도 고프고 그래서 왔다고 합니다.
전에 기초생활수급자로 있다가 작은 가게를 하면서 살 것 같았는데 쫄딱 망했다고 합니다. 빚만 천만 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제안을 했습니다. 밤새 생각해 보신 다음에 내일 국수집으로 오신다면 도와드리겠다고 했습니다. 마침 옥련동 민들레 집에 방이 하나 비어있으니 그곳으로 가셔서 기초생활수급자 신청도 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다고 했습니다. 오늘 오면 참 좋겠습니다.
첫댓글 너무 감동적인 나눔이네요. 민들레 국수집 일상을 보며 저절로 숙연해지는 이 느낌은 무엇일까요? 몇일전 11시 MBC '함께 하는 세상'에서 민들레 국수집이 제 가슴 깊이 박혔습니다. 감동으로 보았습니다^^ 민들레 수사님 힘내세요!!
민들레 수사님과 민들레 가족분들 Merry Christm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