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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하남사랑샘 원문보기 글쓴이: 휘나리
이 글은 그전에 샘방에 퍼왔던글입니다.
어떠한 형식이나 틀에 짜여진 글이 아니고
글쓴이의 꾸밈이 없는 너무 순박한 시골 냄새가 묻어 나오는
고향집의 배경을 그리는 아름다운 글이라서
긴글이지만....
혼자 보기에는 너무 아까워
사랑샘 님들^^에게 보여 드릴려고 훔쳐 왔습니다..
글쓴이는 김문경 님이시고 전문적인 작가는 아니며
지금은 로마에서 공부하고 계시는 분입니다.
그녀....
1
오늘도 저녁 가마솥은 보리 삶는일로 군불이 지피운다.
거무틱틱한 보리쌀 울퉁불퉁 노오란 쌀씻기 함지에
넣고, 박박 치대어 가마솥에 넣어 흠씬 푹 퍼지게 삶아 소쿠리에 건져,
부엌 천장에 메달린 선반에 올려놓는다.
다시 작은 가마솥에 금방 삶았던 보리 깔고 그 위에
아버지만 떠 주는 쌀 한주먹 넣고 저녘을 짓는다.
네모진 까만 옷칠의 소반상은 울아버지와 오빠의 밥상이고
둥그런 호마이카상은 엄마와 우덜 밥상이다.
호마이카상 위의 니스칠이 벗겨져
그 안의 봉황새 그림 꼬리가 잘라나갔어도 좋고,
福 자 가 반은 벗겨져 나가도 좋다.
꽁보리밥이 아닌 아버지처럼 쌀밥만 먹을 수 있다면...
늘 아버지 사기 주발엔 허연 이밥이 고봉으로 담겨있다.
입안에 껄끄런 보리알맹이 이 빠진 사이로 쏙 삐져나오는걸 도로 밀어넣으며
아버지 밥상을 쳐다보았지만, 께적께적 남길듯 남길듯 하면서도
울 아버진 한번도 밥을 남기지 않으셨다.
벼 바심 한지 엇그제로, 한 두번쯤 눈송이처럼 하얀 쌀밥이 올라올만도
하건만,엄마는 있을때 아껴야 한다는 말로 대신했다.
"나 돈벌믄 수리조합 근댕이 보리밭, 싹~ 사가꼬 홈빡 갈아엎어설라믄이
말짱 모꼿여, 광이다가 쌀가마 수북히 쌓놓고 배뚜두리메 먹을껴 ~ "
울 넷째언니다.
딸로 따지면 넷째고,오빠를 포함에 형제로 치면 다섯째가 된다.
쎄꼼맞은 소리로 메마른 엄마 가슴속을 촉촉히 적시고도 남을 유머스런 한마딜
가끔씩 던져놓는 둘째언니.....
복닥복닥한 형제들 가운데에 낑겨, 있는듯 없는듯
뭍혀살았다고 본인은 말하지만,서로 표현을 하지 않았을뿐이지 , 늘 엄마와
우리들의 가슴 한 부분 아픔으로 남게 했던 울 넷째언니...
엄마, 아버지 두분 모두, 커다란 눈을 고스란히, 아들 딸에게 물려준 반면,
유독 넷째언니만큼은 작고 쌍커풀 없는 도톰한 눈을 만들어주셨다.
형제들 아버지의 큰 키의 유전적 소양을 물려받아,보통 사람들보단 약간 큰키들에
속하지만 넷째언닌 일찌감치 성장이 멈춰버린듯 일미터 백오십을 넘어서질
못했다.
작은키임에도 불구하고
두리뭉실 살이 붙어, 친구들에게 갱이언닌 난쟁이 똥짜루란 놀림을 수없이
듣고 자랐어도 나는 울언니가 난쟁이 똥짜루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런 언니를 동네사람들은 돌연변이라 농담처럼 던졌고,
울아버지 바람피워 밖에서 낳가지고온 자직이라고도 쑤군거렸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며 사춘기를 맞았는지
어느날 갑자기 언닌 자퇴를 원했고, 이사람 저사람 말려보다 끝내
고등학교 이학년을 끝으로 언닌 집에서 엄마를 도와주며 살림을 하게 되었다한다.
내 유년의 기억속 넷째언닐
다른모습으로 찾아보려 두눈 꼭 감아 무던히 애써보지만 늘 부엌에서
설걷이하며 씩 웃어주던 기억만이 머리속에 남아 씁쓸함을 안겨주는 내 언니....
분명,똑같은 엄마와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형제들임에 자기만
판이하게 다른 외모를 지니고 있어, 가끔 이팅이 한번쯤 부릴만도 하건만
한번도...언니 얼굴에선 그늘을 찾아볼 수 없었다.
아랫동생, 대학에 들어간다고 설쳐댈때도...읍네나갔다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한몸에 받고 들어온날도...언닌 그렇게 밥상에서 너스레 떨듯
우스갯소리 퉁 던져놓곤 부엌으로 들어가곤 했다...
우리 자매들역시 그런 언니를..그런 동생을 한번도 창피해 한다거나
따돌려 놓은적 없이 다른집 자매들과 똑같이, 한 이불속에서 살 부대끼며
핏줄의 정을 쌓고 살아왔다.
다만
언니 친구들이 가끔 아주 가끔 우리집에 놀러왔다간날 만큼은
유난히 말이 없어 보였고, 그런 언닐 바라보는 어린 나 역시 공연히 눈물 삐져
나올만큼 언니가 불쌍해 보인다고 생각한 적은 더러 있었다...
2
그 해의 지겹고도 오랜 가믐은
낱알이 다 익어 고개가 넘어가고서야 늦 장마로 끝이났다.
예년 같으면
늦장미가 제철 장미보다 더 화사하게 마당 화단에 아름드리 피어있을
텐데 그 해의 장마는 추수가 한창인때 찾아들어
거히 동네 논자락을 휩쓸고 지나간 끝이라 퇴락한 장미 몇 송이
고개 간다당 떨구고 있을뿐 화단속은 웃자란 잡초만이 황량했다.
늦장마가 지나간 논은 그야말로
황량하기 그지 없었지만 낱알 한알이라도 더 건지려는 엄마의 손놀림은
바쁘게만 돌아갔다.
그런 와중에
넷째언니에게 중신이 들어왔다.
이미 다섯째 언니가 먼저 결혼을 하였고, 아들까지 낳아, 잦은 친정나들이로
그걸 지켜보는 엄마의 마음이야 오죽하랴만,정작 당사자인 넷째언닌
아무런 변화없이 예전과 똑같은, 우스꽝 스런 말로 한번씩 집안을 웃음바다로
만들어낼뿐 그 어떤 불만을 털어놓지 않았다.
대대로 교육자 집안에다, 그런대로 먹고사는데 불편없이
근동에선 유일하게 이층 양옥으로 방문만 열면 ,화장실이 있고..목욕탕이며
부엌이 집 안에 있는 신식살림이라고, 그집과 다리를 놓고 있는 수복이 엄마
수다가 늘어졌다.
신랑인물이 좀.....
집안그늘이야 어찌됐든, 여잔 뭐니해도 신랑그늘이 아니겄느냐
신랑사진좀 내어놓으란 말에 수복엄마 말끝을 흐렸다.
사람이 성실하고 부지런하면 됐지 인물이 밥먹여주는거 아니다. 엄마의 반문에
수복엄마 다시금 수다가 이어졌다.
신랑인메 머리좋아 공주 사범대학교까지 나와, 국민학교 선생까지 했었는데
요즘은 사업할려고 집에서 쉬고 있단다.
다음날로, 예산 역전다방에서 언니의 양가 맞선자리가 있었다.
장마가 지나간지 얼마 되지도 않아
아침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다..
점심참에 나갔던 엄마와 아버지..그리고 큰언닌 해가 꼴깍 넘어간 캄캄한 어둠속,
터덕터덕 우산도 없이 과수원 언덕을 올라오고 있었다.
아버진 아버지대로 아무런 말없이 사랑으로 들어갔고,
엄마와 언닌 안방에 들어서자마자 홈박 젖은옷 그대로 비통한 표정과 함께
힘없이 방바닥에 무너졌다..
우루루 안방으로 몰려가
역전다방 이야길 들으려했던 우린 서로 눈만 껌벅이며 엄마와 언닐
벌갈아 쳐다보다 그만 슬그머니 방을 나오고 말았다..
엄마가 갑자기 가슴속 끓어오른듯한 눈물을 토해냈기 때문이다..
안방을 싸고도 남아도는 엄마의
진한 피빛 애끓는 울음은 두루마기 멍석으로 돌돌말아 어둠에 잠긴
뒤란으로... 과수원 끝자락 쪽으로 끝없이 풀려나가
그 위로 아우성치듯 내리꼿는 비소리만큼이나 두텁게 깔리고 또 깔려
속내 까지 다 토해내고서야 안방은 잠잠해졌다.
큰언니도 함께 그렇게 울고 있었는지
붉게 충혈된 눈,소맷자락 꾹꾹 누르며 안방을 나왔다.
"엄마 왜근겨 ? 언니는 왜 안오구 ? 말줌 히보당께 ?
"수복어메 머리끄댕 틀어쥐구 역전통 끌구댕기지 뭇헝게
억울히서 죽겄쌰 ? 우리집을 오티기보고 그런 사람을 중신헌다네 ? "
큰언니말인즉
신랑될 사람이 국민학교때, 온몸에 화상을 입어 근 오년을 넘게
병원 들락거려 그나마 그런 얼굴이 나왔다는데, 그나마라는것이 똑바로
일분을 못 쳐다볼만큼 흉터가 심해 괴물스러웠다고 한다.
괴물스럽다는 말이 어느정도인지 짐작이 가지 않았지만
코가 없다는 말엔 언듯 침팬지를 떠올려보며 흠짓 놀라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턱과 목 경계가 없다는 말엔
상상도 하기 싫었다..
"문례(넷째언니)가 남들보다 좀 작은키고, 인물이 썩 이쁘진 않히두
뭇봐줄만큼 밉게 생기지두 않힜잖여... ...손끝
맵지... 허이구... 나 기멕혀 죽을거가터... "
그날밤, 수복엄만 우리집 안방에 불려와
사정없이 쏱아내는 원망을 쪼글씨고 앉아 고스란히 받아내고 있었다.
수복엄마, 죄송하단 말과 함께
자초지정이나 듣고 역정내라며 긴 이야긴 시작되었다.
교회청년회에서,찬양의밤 뭐 그런걸 한 모양이였다.
언니가 울며 간증하는걸 남자가 보았고, 그때부터 언닐 마음에 담아두었다가
자기 엄마에게 고민을 털어놓아, 그집과 친분이 있는 수복엄마를 내세워 맞선이
이루워졌다고 한다.
온 집안식구 모두 절실한 기독교 신자에, 신랑자린 모태신앙이란 말끝엔
엄만 고개만 떨구고 있었다.... 긴 한숨소리와 함께....
막차에 돌아온 언닌
그 다음날 새벽, 기도원에 다녀와 자기 뜻을 전하겠노라 편지한장 달랑 남겨놓고
사라져버렸다.
엄마는 안방에 자리깔고 누워, 심한 몸살을 앓고있었다....
이틀째 추적거리는 빗줄긴 음산한 기운으로
과수원집 마당을 칭칭감아돌며 그렇게 하염없이 내리꼿고 있었다....
3
겨우네 얼어붙었던 과수밭에도, 파릇파릇 새순이 돋기시작했다..
담장밑 목련꽃, 오리 주둥이만큼 부풀어 오름을 시작으로
과수원 울타리엔 개나리꽃, 노오랗게 아우성치듯 꽃망울 툭툭 터뜨리며
언니의 결혼준빈 시작되었다..
뒤란 살구꽃이 휘들어지게 피어올라
꽃비가 내리던날, 작은 교회에서 언니의 조촐한 결혼식이 있었다..
작은키에 맞는 웨딩드레스를 구하지 못해 한복을 입는이 어쩌니 하던중
웨딩대여를 하고 있는 셋째언니친구의 도움으로 유행은 지났어도 그런대로
귀여운 드레슬, 셋째언니의 이틀밤샘으로 언니 몸에 딱 맞는 드레스를 입게
되었다.
의상학과는 거져 다닌줄 알았더니
그래도 쓸만한 구석은 있다며 자매들 놀려대면서도 흐르는 눈물들은
어쩔 수 없었는지 모두 훌쩍훌쩍 연신 화장지를 밀고 당겨, 두루마리 화장지
하나가 싱롤만 덩그러니 방바닥에 굴러다녔다...
"문례야... 잘 살아야혀...잉 ? 심들구... 마음고생 신역 고디믄 바보마냥
꾹 참지말구 그땐.. 보따리 싸들구 와두 뎌.. 우덜 심 모으믄 너 하나
뭇 거두구 살것네 ? 네가 결정헝거라 더이상 말은 뭇허지만... 우덜 생각나구...
엄니 생각나구....집 생각나믄 온제든지 찾아와 잉 ?
살인을 허구와두 내 동생이구... 도둑질을 허구 왔다히두 내 동생이구...
우덜은...핏줄잉겨... 핏줄잉께 넘덜이 뭇허는걸 우덜은 헐 수 있는겨...미안햐..
미안햐 문례야...큰언니가 디가꼬.. 진즉 좋은 자리 매련 뭇히주구... 널
이렇게 보내고 있으니 오쩐다냐..... "
큰언닌
고스란히 양볼을 빌어 끝임없이 타고 흘러 앞지락 흠벅 적시도록 눈물을 쏱아놓고
있었다......
"나를 처음으로 이쁘다고 이야기 해준 사람이여....키가 작어 엎어주기
좋다고 나 태어나구 츰으루다가 들어본 칭찬이여...그걸.. 그사람이 히준겨.. "
결혼하겠노라 폭탄선언 한날, 모두 반대하는 말끝에
언니는 고갤 떨구며 그렇게 말했다...
언닌 탤런트 노주현씰 광적으로 좋아했다.
온 베란빡에 선데이서울 잡지책에서 오린 노주현씨 사진으로 도배를
하다시피 덕지덕지 붙혀놓아
한진희씨를 좋아하는 다섯째언니와 늘 잦은 다툼을 하곤 했다.
벽 여기저기 붙혀놓았던 노주현씨 사진을
띄어 아궁이속으로 들어가고.. 스케치북 알록달록 예쁘게 모양내어 붙어놓았던
사진들 모두 아궁에에 쑤셔넣곤 불을 지피는 언니옆에 앉았다.
"노주현이 시러졋어 언니 ? "
"아니... "
궁굼한 얼굴로 빠히 쳐다보는 막내이동생 머릴 끌어 가슴에 포개며
나즈막히 중얼거렸다...
"언닌... 이제 시집가자녀...글구...잘생긴 얼굴 들여다보는 눈을....하나님이
막아주셨거든 ? 그리서... 언닌..이제 사람얼굴 안보여... 마음속 눈빼기
읎어... 형부를 볼때... 얼굴보지말고..눈감구선 목소리만 들어봐... 굉장히
멋있어.."
그 탤랜트의 사진이 포르르 사그라져 들때까지 언니의 나즈막한 이야기는 계속
되었지만 나는 언니의 말 뜻을 하나도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언니의 가슴에
뭍은 귀속으로 웅웅 언니의 정스런 소리가 멀어짐만이 아쉬울뿐이었다.
언니의 결혼식은
조촐함보다는 초라하단 말이 더 어울릴만큼 치루워졌지만
그 뜻은 넒고도 넒은 바다만큼이나 큰 사랑을 품고 있었다..
제주도로 향하는 신혼여행길을 우리 자매는 물론이고
언니역시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끝네 눈물한자락 떨구어내곤 언니는
떠나버렸다...
넷째언니 시십가던 첫날밤....
방안이 온통 뼛속까지 갉는 듯한, 숨죽여 우는 엄마의 아픈 소리로
가득 차고 있었다....
4
넷째언닌
다음해 예쁜 딸을 낳았다.
형부 자신이 선천적 장애가 아닌줄 알면서도
아기가 나오는순간 코부터 만져보고, 조막손이면 어쩌나 두눈 꼭 감아
손을 더듬었다는 형부의 이야기가, 지나온 세월, 길고 힘들었던 시간의 단면을
늦끼기에 충분했다.
둘째 아리를 낳고부터
작은 슈퍼마켓을 인수받아 두 부분 정상적인(?) 부부들보다 더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런 언니에게 첫번째 시련으로 짐작하는 계기는, 대형마트붐이 일어나고
시작되었던것 같다.
길건너에 엘마트니 이마트니 대형 마트가 들어서며
언니네 슈퍼는 문을 닫았다.
후로 형부가 황토매트 공장을 차려 한동안 그런대로 현상유지가 되는듯 하더니
그것도 오래가지 못하고 작년 이월에 문을 닫았다..
산더미같은 빛만 끌어안고...
해외근무 마치고 돌아오고, 두어달 지났음에도 나는 언니를 볼 수 없었다.
전화로 간간히 대화를 했을뿐이었다.
직장에 다니느라 시간을 낼 수 없단말에
그럼 내가 언니네집에서 하룻밤 자면 어때 ? 하고 물었다.
언닌 나중에..나중에란 말로 얼버부려
늘 가슴한쪽 보고픔을 뭍어왔다.
구월중순쯤 어렵게 언니와 통화가 되어, 보고싶어 죽겠다 너스렐떨자
언닌 기술배워 회사에 취직했다며 깔깔 거렸다.
몇칠전 언년이로부터 전화 한통을 받았다.
예산에 내려갈 일이 있어, 올라오다 신창 넷째언니네 들렸더니
형부도 없고 언니도 없는데, 이웃사람들이 하는말로 언니가 목욕탕에 취직
했다는 이야길 들었다한다.
모피코트만 안 입고 갔어도
어디 목욕탕이냐.. 목욕탕에서 무슨일을하냐 꼬치꼬치 케 뭍고 싶었지만
동기간이라는것이 빼지룸하게 차려입고, 언니가 어찌 사는줄도 모르고 살아온
자기 자신이 부끄러 그냥 목욕탕에 취직했단 말만 듣고왔다는 언년이...
형부는 수도공사에 일일노무자로 나섰다니
세상에 이런 기가막힌 일이 어딨겠냐며 전화가로 침이 튀어나올것같이
소릴질러댔다.
목욕탕에서 언니가 할 수 있는일이 무엇일까...
카운터 ? 청수부 ? 빨래 ?
머리속 온통 복잡한 상상에 나는 아무일도 할 수가 없었다.
내 언니...내 언니가 도대체 얼마나 힘이 든거야.....
5
몇칠밤을 설쳐대다 새벽, 불현듯
회사걱정을 뭍은채 예산으로 향해 차를 몰았다.
싸늘한 새벽공기가 조금도 춥게 느껴지지 않는다.
단잠에 빠져 있는 도시의 아파틀 벗어나며,어수선하고 심란한 기분에 레디오를
틀었다.
또랑한 여자 음성이 들려오곤 이내 아바의 안단테가 흘러나온다.
왈깍
알 수없는 설움이 복받친다.
톨케이트를 빠져나가면서 가는 눈발이 날렸다.
고속도로를 접어들자 나는 힘껏 엑셀러레이터를 뭉개듯 밞았다.
내 차의 계기판은 130킬로미터를 가리키고 있었다.
계기판은 130 이쪽저쪽 바들 떨면서도 겁을 먹었는지 그 이상의 숫자를
넘기지 못했다.
길 양편으로 나즈막한 산들이, 무자비하게 잘려나가듯 스쳐갔다.
밤새 몽롱한 빛을내며 서 있었을 가로등 일제히 꺼지고 있음을 느끼며
잃었던 맥이 피톨속으로 되돌아온듯 덩달아 가슴이 뛰기시작했다.
휴게소에 들려
커피한잔 들고 나와, 부옇게 밝아오는 새벽의 미명을 맞는다.
가는 눈발은 천안을 지나, 온양 시내를 벗어나며 진눈개비로 변해
시야를 어지럽혔다.
신창 휴게소가 보이면서
뛰는 가슴속에 후드득거리는 빗방울 소리가 들렸다.
깊게 숨을 들이마셔 호흡을 가다듬곤 언니네 동네를 들어섰다.
몇칠의 애 태움으로 바싹 마른 입술을 침발라 촉촉히 적셔 손가락빗질
머릴 정리하곤 차에서 내렸다.
군청색 쪽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안의 인기척을 바라며 대문을 쿵쿵 두드렸다.
두두린문은 언니네집인데 옆집아주머니가 얼굴을 삐쭉내밀었다.
"오쟁이네 암두 웂는듀 ? 두 내왼 일갔꾸..애덜은 핵교갔쓔.. "
"네.. 안녕하세요.. 저는 오정이 이모예요...저희언니 어느 목욕탕에서
일하는지 알 수 있을까요 ? "
아침부터 무슨일이냔느듯 위 아래 훑어보던 아주머닌 쉽게 언니있는곳을
알려주었다.
"아주머니... 혹시 언니가 목욕탕에서 무슨일 하고 있는지 아세요 ? "
"오쟁엄마 때밀유...한.. 서너달 됐쥬 ? "
뒷통수를 뭔가 둔탁한 물건으로 얻어맞은듯
아득한 현기증을 느끼며, 차속으로 몸을 던져 깊게 꾸겨넣는다.
엄마....들었어 ? 언니가... 언니가 때밀고 있다네 ?
어쩌면 좋아엄마....나 언니 못 볼것같에....내 언니가 벌거벗은 사람들
뉘여놓고 때밀어 돈을 벌고 있대 엄마......
목이 잠겨온다...
월래 갑산성 때문에, 피곤하거나 과로했을땐 어김없이
편도로 올라와, 목이 깨진 질그릇소리를 내어놓는데, 이렇게 가슴터질때도
갑산성이란놈은 봐주질 않고 사정없이 목을 조여온다.
얼마나 울고 울었는지
퉁퉁 부어올라온 눈을, 차안 여기저길 뒤져 변변치 못한 화장품 서너갤 찾아내어
대충 찍어바르곤 도고쪽으로 차를 몰았다.
도고온천 여기쯤일까 두리번거리다 그 아주머니가 알려준 목욕탕간판을
발견하곤 아까처럼 또 그렇게 가슴에서 후드득 빗소리가 들려왔다.
목욕탕 문을 밀치고 들어서며, 오천원짜릴 밀어넣으며
주머닐 뒤져 지폐한장을 손에 꼭 쥐었다.
사실 대중목욕탕비가 얼만지 나는 모르기에, 모자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아크릴 구멍사이로 수건 한장과 천 오백원이 밀려나왔다.
목욕탕비가 삼천오백원인듯 하지만
애초에 목욕탕비가 얼만지엔 관심조차 없었다.
빨갛고 굵은, 여탕이라 적혀있는 문을 밀치고 들어갔다.
마루무뉘 모노륨이 넒게 깔려 있는 탈의실엔 벌거벗은 여자 서너명이,
쥬스를 마시고 있을뿐 그 어디에고 언니는 없었다.
탕으로 들어가는 유리문앞에 "때 밀어드립니다"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내 언니가 지금 저 안에 있다고 생각하니, 미칠것만 같았다.
까치발들어 유리문을 통해 언닐 찾아보려했지만
부연 습기로 가득한곳에서 내 키작은 언닐 찾아내기란 그리 쉽지가 않았다.
주섬주섬 옷을 벗어 아무렇게나 꾸겨넣곤, 머리 틀어 키 고무줄로 질끈묶곤
탕으로 들어갔다.
목욕탕 가운데로 둥그런 탕이 하나 있고, 맞은편엔 냉탕인지 제법 긴 탕에
금방 누군가 허부적대다 빠져나온듯 파란 물은 찰롬찰롬 넘치고 있었다.
옥 사우나...안개 사우나... 느리게 탕안의 풍경을 살피다 뭔가의 경계선인듯
아이보리색 타일벽에 눈이 멈췄다.
사람은 보이지 않고, 길게 누운 여자의 발목이 보였다.
순간 불쑥 타일벽위로 머리 하나가 올라왔다 내려갔다에 언니인듯 아닌듯
안경탓으로 돌리며 습기 제거하곤 다시 타일에 눈을 돌렸을땐
또다시 여자의 발목만이 보였다.
조심스레 타일벽에 몸을 붙혀 고갤 들이밀다 나는 심장이 멎는 충격을
느꼈다....
내 작고 작은 언니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그 작은 몸을 던져 육중한 몸매의
여자를 자근자근 밞고 있었다...
뭐야... 때만 미는것이 아니라,안마까지 하는거야 ?
그래 언니 ?
나는 심한 현기증에 그만,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여봐유 ~ 여 앉아있으믄 걸지적거려 안듀... 때밀라믄 쩌그서 좀 지달려유.. "
나는 고갤 들 수 없었다.
어찌 내가 언니 얼굴을 쳐다볼 수 있으랴...
때미는 침대는 두개 나란히 놓여져 있었다.
한눈에도 판이하게 달라 ,한쪽은 높은 침대고 또 다른 하난 낮은 침대로
언니의 키에 맞춰 짜놓듯 낮은 침대에서 언닌 가뿐숨을 몰아쉬며, 제차 비켜줄것을
내게 말했다.
고갤들었다....
하지만
눈은 침대 다리쪽을 향했다.
"막내야............. "
....
....
"오쩐일이여....왜 왔어...머러옹겨.... "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진 않았지만, 언닌 분명 눈에 눈물가득 담고 있으리라...
가뿌게 호흡하는 목소리에서, 흘러나오는 언니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음이 그러했고,
코 훌쩍임이 그러했다....
"뉘셔 ? 오쟁엄마 동생이여 ? 동생은 키가 멀쑥허니 크고먼
오쟁엄만 누 닮어 짜근겨 ? 업세 ~ 눈두 오쟁엄마하구 다르게 왕방울만허내 ? "
언니와 같이 일하는 아주머니인듯
까만 팬티에 맨 가슴 출렁거리게 웃어 제꼈다.
"야가 머리가 조아가꼬 애려서부터 공부두 겁나 잘힜쓔.. 외국이두 나가서 일힜슈..
나하군 달러유... 내 막내이 동생이유.... "
나는 언니의 허풍스런 말이
무슨뜻인줄 댄박 알 수 있었다.
그런 험한 일을하며, 언니는 얼마나 그들에게 놀림을 당했으며
흘린 눈물이 또 얼마만큼 이었을까를 나는 언니와 그 아주머니의 주고받은
한마디의 말에 느끼고도 남았다.
"목욕탕이서 때 안말어봤지 ? 쩌그 탕속이 들어가서 푹 불리구 와봐...
언니가 오늘 우리 막내이 호강시켜 줄팅께 잉 ? "
"언니..... 오늘 일 안하면 안돼 ? "
"쨈 있따 예약하나 받구 나가자... "
육중한 여자는 샴푸질로 끝났다.
'애갸 ~ 이리와.. "
"언닌... 내가 머 맨날 애긴가 ? 나 때 안밀어... 좀 쉬었다가해.. "
"언니눈엔 늙어두 애깅겨..어여와... 언니가 얼마나 때를 잘 미는가
실험두 히보구..넌 오늘 마루따여.. 히히 ? "
싫다는 나를 언닌 기어히 끌어다, 침대위에 눕혔다.
나는 두눈을 꼭 감았다.
"우리 막내이 때순이네 ? 때 많은 아가씨라구 언니가 소문 터뜨릴까 ? "
언니...아무말 하지마...
나 지금 가슴이 터질것 같단말야... 말하면서 하니 숨 차잖아...
엄마...지금 보고 있는거야 ? 엄마딸... 넷째딸좀 오티기 해봐...
감은 눈 으로 삐져나오는 눈물, 언니에게 들킬까봐
이내 돌아누웠다.
언니도 무언갈 느꼈는지,뒤돌아눕는 나를 어찌하지 못하고
팔목잡아 느리게 손을 움직였다.
언니의 훌쩍임 소리가 들려오고.... 나는 등까지 들먹이며
서럽게 서럽게 소리없는 울음을 토해냈다...
땀인지..물인지.. 눈물인지 알 수 없는 액체가 등으로 떨어진다.
다시 똑바로 뉘여지고.... 동시에 언니와 나는 눈을 마주쳤지만 이내
언닌 고개를 돌려버렸다.
이미 언니의 얼굴은 눈물과 땀으로 범벅되어
묘한 표정을 만들고 있었다.
얼굴을 정성스레 닦아내다 ,가만히 내 얼굴을 쓰다듬으며, 언니는
짦은 한마딜 나즈막히 던졌다.
"미안해......언니가 이런 모습 보여줘서 미안해....."
6
언니네 집 현관문을 들어서다, 나는 또 다른 충격적인 장면을 보았다.
형부가
거실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만두를 빗고 있었다.
언니가 형부에게 전화한듯, 앞지락 오만난상 어질러놓고 형분 환하게
웃고 있었지만
한 두해 보고지낸 세월도 아니면서 나는 그것이 웃고 있는표정인지,
화가난 표정인지, 그때만큼은 형부가 낮설게 느껴졌다.
일하는 도중에 들어와, 막내처제 좋아하는 만두를 빗어 댄다며
언닌 작은 몸을 크게...크게 부풀려 형부의 허물(?)을 덮고 있었다...
작은 앉은뱅이 탁자에 만두국이 올라왔다.
그리 맛있는 만두국은 아니였지만, 조막손으로 만든 형부를 보아서라도
한그릇 후딱 먹어치워야겠다는 부담감에 꾸역꾸역 밀어넣긴 해도
시간 시간 빠르게 목을 조여오는 갑산성으로 한그릇을 다 비운다는건 내게는
고문이었다...
입이 자유자재로 벌어지는 보통 사람들과 달리
작게 벌려지는 형부는 내가 신경이 쓰였는지 흘리지 않을려고 무던히 애 쓰는게
역력했고, 옆에서 그걸 지켜보는 언니또한 아까보단 더 훨씬 크게 몸을
부풀려 형부를 덮고 있었다....
느 형부가 요리솜씨하난 일품이라며,추켜세우는 것이 그러했고,
형부 사발속에 담겨있는 만둘 수저 모서리로 잘게 다져놓는 언니의 손놀림이
그러했다.....
"우리 처제 아메리카 스타일이여 양촌리여 ? "
"음....어메리카 ? 오케 ? "
"오케이 ~ "
나는 형부의 또다른 모습을 본다...
언젠가 언니가 그랬지....
자기는 하나님이 잘생긴 사람 보는 눈을 막아주셨고,
대신 마음을 볼 수 있는 눈을 주셨다고....
그렇담 지금 이 부부는 서로 마음의 눈으로 대화를
하는것인지...그 깊은 속마음이야 내 어지 알겠나만, 오늘 나는
마음의 눈을 조금..아주 조금 뜨고 있음을 느낀다.
형부의 불안정한 제스츄어가 , 불편한 마음에서 살가운 정으로 다가오는건
왜인지....
머그잔 가득 담아온 커피를 들이밀며, 두 자매 둘이서 이야기하라며
문을 닫아주다말고 자길 도마에 올려놓고 요리(?)는 하지 말란다.
알고보면 자기가 마음이 무지 약한 사람이라 상처를 받아 가출할지
모른다는 농담을 던졌고, 별루 재미없는 이야긴데도 언닌 까르르 숨넘어가게
웃어제낀다..
한바탕 너스레떨은 방문이 닫히고, 나는 밀려오는 피곤함과 일순간
무너져 내리는 긴장감으로 베게에 머릴뭍고 이내 잠속으로 빨려들었다...
그리 긴 시간이 아니였는듯
반짝 눈을 떴을땐 언닌 아까와 똑같은 자세를 고수하고 앉아 내 머릴
만지고 있었다..
"깽겨 ? 너... 째깐헐때.. 우덜이 너 머리 맨져주믄 곰방 잠들었었어....
기억나 ? "
"언니..... 힘들면.. 우리한테 기대...우리 형제들..기댄 어께 충분히
싸 안을 수 있어... "
"막내야...... 언니 행복햐.. 고짓말 하나 안 보태고 증말 행복햐...
애덜 모두 건강하지.... 느 형부 이날이땝꺼정 언니한티 너 소리 한번 안하구
살었어...큰 소리두 안내봤고....신역은 고대두 마음은 편혀...맘 편한곳이
천국인겨... 그리서 언니네집은 천국이여...울엄마 생선다라이 이고 나설땐
엄마위해 그맀껐어 ? 우덜때미 그런겨.... 나두 마찬가지루 자식때미 허는겨...
자식한틴... 다 줄 수 있는겨...엄마가 그렇게 고생허구 들어온날 우덜하고
있으믄 웃었잔여 ? 자식보믄 다 잊아묵는게 에미여...
나는.. 엄마가 그 무거운 생선다라이를 이구 그러구 댕기멘서 무슨생각을
힜을까 디게 궁굼힜넌디... 시방은...알거가터... 엄마가 무슨생각으루다 그러구
다녔구.. 그 힘이 워디서 나는지두 알었어...
우덜 엄마한티 배운게 뭐겄어...살아가는 벱이여...강단이었구... 들판이
버려져두 풀 띁어묵고 사는거 갈컀잔여... "
"언니 이젠 늙었잖아.... "
"허이구 이보슈 아가씨 ~ 울엄마 환갑지나 진갑때두 그러구 댕겼네유 ~
쉰뒹이 때미 더 그맀잔여... 언니두 나이묵어 갤혼히서 자식들 아직 어링께
울엄마한티 대븐 나는 아직 께딱읎쌰 ?
다만... 언니가되아가꼬... 동생으루..넘덜한티 내 동기간덜 낮이나 안 껙였으믄
좋겄어...챙피헌 언니는 안디야 헐틴디...그기 질루다 맴이 걸려...
느 형부가 생김세는 그리두..내 마음속에 반짝 불씨를 심어준 사람이여...
그리서 사랑허는겨... "
긴 이야길 언닌 꿈을꾸듯
강하면서도 느리게...때론 부드럽게.. 대답없는 메이리속에 던져지듯
지천명을 지난 언니의 이야긴 헌 도꾸리에서 실 풀어내듯 쉼없이 쏱아내고 있었다...
7
비가 꺼끔해진틈 ,집에서 저녁 먹자는 언니와 형부를 억지로 온양까지
데리고나가 숯불고기라는 간판이 걸려있는 집에 등 떠밀어넣었다.
지글거리는 고기를, 언닌 가위로 잘게 잘라, 형부접시에 담고 또 담아
놓으며 정작 본인은 몇절 넘기질 못한다.
언니도 먹으라는 내 말에 언닌 주름활짝 펴 보이며
안먹어도 배가 남산만하게 부르단다.
후식으로 식혜가 나오고
나는 봉투 하날 내밀었다..
"이거... 작은애 내년 복학할때 등록금 보태써... 이모가 돼서 조카
군대갔을때 면회한번 못 가본게 많이 걸리거든 ? 이거 다 로비야... 나 노후
대책이거든... 설마 지덜이 늙은이모 용돈 안줄라고 ? "
형분 고생해서 번돈 함부로 쓰지 말라며
극구 밀어냈고, 언닌 그저...물끄러미 내 얼굴만 쳐다보았다..
"네 마음 편하라고 받는겨...이런거보다 언니는... 자주 얼굴좀 볼 수 있었으믄
좋겄어... 예산 니려가다가 언니네집두 들리구... 언니 목욕탕이 있는거
챙피허믄 미리 즌화햐... 언니가 집이서 지달릴팅께...그리구..이건 부탁인디..
동기간덜 한틴 언니 때민단 소리 안힜으믄 좋겄어...그냥..형부하구..언니가
행복헌 모습만 기억하구.... 알았지 ? "
가는 눈발이 진눈게비가 되고... 다시 비가되어
분말처럼 몽금몽근 흩 뿌리기도 하고,때로는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것 같은 기세를 반복하며 칠흑의 밤을 온통 질펀히 적시고 있었다.
빗속을 부옇게 밝히는
골목 가로등 흐릿한 외등 불빛밑에, 언니와 형부는 내가 골목을 벗어날때까지
눈으로 차 뒷꽁무닐 바라보고 있었다..
휙 돌려다보았을땐
언닌 형부의 옆구리에 머릴 뭍고 있었다...
내 언닌 막내동생을 보내며
진한 울음을 토해냈으리라.....
차창 밖으로 이슥한 작은 도시의 야경이 물살처럼 흘러 지니가고 있었다..
몇칠을 속 끓여오다, 한순간 긴장이 무너지며, 목의 심한 통증과 허탈감이
동시에 엄습했다..
씨딜를 밀어넣었다.
청아하고 맑은 선율이 살도...뼈도 그렇게 녹일듯 자지러지고 있었다...
내 언니는 작은이지만
그 안에 담겨져있는 것들은 아무리 키가큰 사람도 감히 내어놓지 못할
위대함으로 가득차있다.
백명의 가슴도 훈훈하게 녹일 수 있는 따스한 정과..
끝없이 분출하는 강인한 에너지를...
남편의 허물을 폭 싸안아놓은.. 그 수만은것들을 가슴에 담고있으면서도
아프다는 외마디 신음조차 하지 않는 내 언닐 나는 사랑한다...
때밀이 내 언닐.....
이세상에
살 의미를 부추겨 주는건, 울엄마도...언니도.. 자식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가슴속에 사랑의 불씨가 피어있기에.......
비가 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