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빠진 독에 국민연금 붓기?’ - 노동자 서민의 돈으로 도박하는 이명박
최근 경제 위기 대응 과정에서 이명박이 실력 없는 도박꾼이라는 것이 밝히 드러났다. 문제는 이 도박꾼이 도대체 남의 돈, 그것도 노동자 서민의 돈으로만 도박을 한다는 사실이다. 이명박 때문에 국민연금이 “제2의 BBK”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9월 26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에서 7조2천억 원, 해외 주식에서 1조3천억 원 등 총 8조5천억 원의 평가손실을 냈다. 서브프라임모기지 관련 1천2백억 원 투자 손실은 약과다.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9월 15일(블랙먼데이) 이후에는 더 많은 연금이 주식시장에서 증발하고 있다. 이후로만 5조 2천억 원이 투입됐다. 특히, 주가지수가 9백 포인트 대까지 폭락하던 10월 마지막 주에는 매일 수천억 원씩의 연금이 주가 떠받치기에 동원됐다. 그 시점 이후로만 주가지수는 4백 포인트 가까이 추락했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연말까지 대략 5조 원 가량이 추가로 주식시장에 투입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대로라면 총 10조 원이 넘는 돈이 사라질 지경이다. 국민연금은 올해 만기 도래하는 25조 원 은행채권 중 10조 원 어치 역시 매입할 계획이다.
미국 FRB와 3백억 달러 통화스왑협정을 맺으면서 주가가 회복됐다지만, 해외 투기자본의 팔자 주문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주가 9백 포인트까지 떨어졌던 10월 27일, 국민연금은 5천4백억 원을 투입했다. 이 시간 해외 투기자본들은 4천여 억 원의 팔자 주문을 했다. 이런 식으로 주가를 올려 봤자 헤지펀드의 단기 차익 실현에만 도움을 줄 뿐이다.
10월에는 이명박의 조카가 근무하고 있는 맥쿼리그룹이 유동성 마련을 위해 내놓은 서울 충무로 극동빌딩을 국민연금이 사주겠다고 나선 적도 있다. 맥쿼리그룹은 인천국제공항 사유화시 유력 매입자로 거론되고 있는 금융(투기)그룹이다. 국민연금의 매입 계획은 같은 이유로 빌딩들을 내놓은 국내 기업들의 항의로 좌절됐다.
투기 기업들과 주식 부자들, 해외 투기자본들이 국민연금의 ‘전천후 자선 행각’ 덕에 손실을 줄이고 있다. 이들의 손실을 줄이는 만큼 평범한 다수의 노후는 불안해 지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한술 더떠 연기금 운용을 아예 민간 투자회사에 맡기자는 법안을 내놓았다. 연금의 헤지펀드 투자도 허용하려 한다. 5년 안에 주식투자 비중을 40% 이상 늘리려 한다.
따라서, 당장은 노동자와 시민의 대표들이 참여하는 기금 운용 개혁을 요구해야 한다. 아울러, 근본적으로 국민연금을 부과식으로 바꿔 연금의 주식 투기를 원천 봉쇄해야 한다.
국민연금이 적립식으로 운용되면 막대한 적립금이 쌓이는 것은 필연이다. 적립된 기금은 운용돼야 하고, 일정한 수준의 수익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다수 나라에서 신자유주의 연금 개혁은 연기금을 적립식으로 바꾸고 적립된 막대한 연기금의 주식 투자를 전면 허용하는 것이었다. 주식시장의 활황을 위해선 수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처럼 부과식 전환을 먼 미래의 일로 미뤄서는 안 된다.(프레시안, 10.16) 오 실장은 부과식 전환이 연금 가입자의 미래 연금에 대한 불안감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연기금이 추락하는 주식시장에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동원되는 것이야말로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것이다. 자신이 낸 연금이 당장 눈 앞에서 자기 부모에게 지급되는 현실이야말로 연금에 대한 미래 불안감을 불식시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국민연금을 동원한 ‘친부자 자선 행각’을 중단시키려면 진보 진영은 부과식 전환을 대안으로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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