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주름진 마을
케이크
다른 여자
모성애 그리고 담배꽁초
그레이스
어느 소소한 죽음
2부
인생의 서막
데스
인형놀이와 남편
아하, 그거였어!
그리고 또다른 기억
착한 사람
미스터 브라운
트리시 고모
족쇄
기사
키티
고열
불청객
간추린 죄의 목록
정부(情婦)
인생의 전환점
총알
고향
서약
미란다
눈 내리던 날
3부
사자의 똥과 감자
크리스
다시 과거로
일탈
에드워드 호퍼
4부
노란 트럭
“피파는 미스터리이자 암호 같은 여자예요.”
모두가 부러워하는 완벽한 여자, 피파 리
누구나 그녀를 사랑하지만 그녀의 진짜 모습은 알지 못한다
『피파 리의 특별한 로맨스』는 2009년 베를린 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된 동명 영화의 원작소설이다. 영화 <피파 리의 특별한 로맨스>는 로빈 라이트, 키아누 리브스, 모니카 벨루치, 줄리앤 무어, 위노나 라이더, 블레이크 라이블리 등 쟁쟁한 할리우드 배우들의 출연으로 화제가 되었고, 원작소설을 집필하고 직접 메가폰을 잡은 소설가이자 영화감독인 레베카 밀러는 집필 단계부터 영화화할 것을 염두에 두고 소설을 썼다고 한다.
미국문학의 거장인 극작가 아서 밀러와 사진가 잉 모래스의 딸이자 대배우 대니얼 데이 루이스의 부인인 레베카 밀러는 대학에서 회화와 조소를 전공하고 할리우드에서 배우로 활동한 다채로운 이력의 소유자이다. 그녀는 1995년 『안젤라』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네 편의 소설을 발표하고 모두 영화화하며 소설가로, 영화감독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2001년에 발표한 두번째 영화 <퍼스널 벨로시티>(원작소설 문학동네 근간)로는 2001년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해 미국 독립영화계의 스타로 등극하기도 했다. 미국의 문학과 예술 커뮤니티에서 나고 자란 레베카 밀러는 소설가로서, 영화감독으로서 재능을 인정받으며 두 분야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다양한 연령, 계층의 여성들을 꾸준히 그려온 레베카 밀러의 최근작 『피파 리의 특별한 로맨스』는 작가가 뼛속깊이 잘 아는 세계, 즉 미국 문인들의 커뮤니티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더욱 흥미롭다. 미국 출판계의 전설적인 편집자의 아내 피파 리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이 작품에는 독립 출판사를 운영하며 위대한 미국소설의 전통을 잇는 편집자, 살아생전 미국문학의 고전이 된 작품들을 발표했지만 삶의 격류를 직접 살아가기보다는 관찰자에 머물며 그것을 자양분 삼아 작품을 쓰는 ‘드라큘라’ 같은 존재인 소설가가 등장한다. 또한 전세계를 누비는 보도사진가, 자의식 넘치는 젊은 미술가들, 미모와 재력을 겸비한 미술계의 막강한 후원자에 이르는 다양한 인물군상이 전시된다.
“그녀를 움직이는 건 야망이나 탐욕, 혹은 주위의 관심을 끌고 싶어 안달하는 아둔함이 아니에요. 삶을 온전히 경험하고 주위 사람들의 인생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주려는 열망이 그녀의 내면을 가득 채우고 있지요.”
여든의 나이가 무색하게 여전히 정력적으로 활동하는 편집자 남편과, 장성하여 법률가와 보도사진가로 장래가 촉망되는 쌍둥이 남매를 둔 피파 리는 하나의 아이콘과도 같은 존재다. 평온하면서도 활기가 넘치고 지적이고 아름다운데다 요리까지 잘하는 아내.
얼마 전 실버타운인 메리골드 빌리지로 이사한 피파는 언젠가부터 몽유병에 시달린다. 삼십 년간 완벽한 주부로 살아온 그녀는 어느 날 아침부터 엉망진창이 된 부엌이나 바닥에 담배꽁초가 수북한 자가용을 발견하게 되면서 혼란과 당혹감을 느낀다. 그녀가 무의식 상태에서 벌인 파괴적인 일탈행동은 평온하고 안락한 생활에 균열을 가져오고, 굳게 걸어 잠갔던 과거의 기억이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한다.
피파는 열성적인 목사이지만 가족에게는 무신경한 아버지 데스, 각성제 복용으로 늘 쾌활하고 과민한 엄마 수키의 다섯 남매 중 막내딸로 태어났다. 유별나게 딸을 아꼈던 엄마 때문에 피파 모녀는 엄마와 딸이라기보다는 친구이자 연인 같은 관계를 유지한다. 하지만 그런 비정상적으로 밀착된 모녀관계도 피파가 엄마의 각성제 복용 사실을 알게 되면서 서로 상처 주고 입는 애증의 관계로 돌변한다.
거칠고 반항적인 소녀로 자란 피파는 옆 학교의 유부남 선생님에게 연정을 느끼고, 둘의 관계는 세간에 용인될 수 없는 수준으로 발전한다. 그러나 둘의 사랑은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세상에 드러나고, 견딜 수 없게 된 피파는 집을 떠나 뉴욕에 사는 트리시 고모에게로 간다. 엄마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나 약간이나마 해방감을 느끼던 피파는 레즈비언인 고모의 애인이 쓰는 포르노 소설에 들어갈 삽화 사진을 찍게 된다. 그러다 현장이 발각되어 고모네 집에서도 나오게 되고, 고모의 또다른 친구인 짐의 집에서 지내면서 각종 마약의 세계로 빠져든다. 이후 불완전하고 파편적인 기억만 남겨준 방탕과 혼란의 시간을 보내던 그녀는 젊은 미술가 그룹과 어울리며 그들의 섹스 파트너로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을 따라 미술계의 막강한 후원자인 지지 리의 별장에 초대된 피파는 그곳에서 지지의 남편인 허브를 만나게 된다. 서른 살 연상이지만 자신을 있는 그대로 알아봐준 허브와 그녀는 사랑에 빠진다. 둘은 소울메이트를 만난 듯 서로에게 깊은 사랑을 느끼고, 허브는 막대한 부와 안락한 생활을 버리고 피파를 선택한다. 그러나 뜻밖에도 남편에게 집착하며 이혼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하던 지지가 충격적인 자살로 삶을 마감하고, 피파는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타인의 고통 위에 행복을 쌓아올리게 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리고 결심한다. 결코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엄마처럼 가족을 수렁으로 밀어넣지 않겠다고. 그렇게 피파는 자신의 과거에 작별을 고한다.
“내 안에서 낯선 이야기가 날갯짓을 시작하는 것을 느낀다. 그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나는 모른다. 나는 두려움과 행복으로 가득 차 있다.”
삼십 년이 흐르고, 피파 리는 이상적 아내이자 어머니로서 사랑받는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억눌린 내면의 가녀린 소리가 차츰 들려오기 시작한다.
그즈음 실버타운에서 친구로 지내게 된 도트의 집에 그녀의 아들 크리스가 이사 와 얹혀살게 된다. 크리스는 삼십대 중반이지만 변변한 직업도 없고 아내와도 헤어진, 어딘가 ‘설익은’ 어른이다. 어린 시절 감전 사고를 통해 종교적 희열을 체험한 그는 신의 존재를 확신하게 되지만 제도권 종교를 받아들이기를 거부한 채 극단적 고행의 삶을 살며 전국을 떠돌았다. 편의점에서 야간 근무를 하는 크리스는 몽유병 상태에서 편의점까지 온 피파에게 도움을 손길을 빌려주게 되고, 그렇게 크리스는 피파가 자신의 혼란스러운 상태를 털어놓는 유일한 상대가 된다.
격렬했던 젊은 시절에 안녕을 고하고, 인생의 무대에서 주변으로 물러나고 중심에 가족을 놓고 살아온 피파는 몽유병이라는 신체적 변화와 크리스와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삶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게 된다. 과거의 삶에 대한 반작용과 죄의식 때문에 새로운 삶을 선택하고 이를 지키려고 노력해왔건만 어느새 자기 자신을 잃었을 뿐 아니라 애초의 뜻과는 엇나간 결과를 초래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굳게 걸어 잠갔던 과거를 떠올리는 과정은 새로운 미래를 향한 발걸음으로 이어진다.
“오해와 용서의 사슬. 딸들은 어머니의 결핍을 메우려 애쓰다가 결국 정반대의 길에서 그르치고 만다. 어떤 집안에는 그런 저주가 존재하는 것이다.”
여성들의 다양한 삶을 그려왔던 레베카 밀러는 『피파 리의 특별한 로맨스』에서도 뒤틀리고 왜곡된 모녀관계의 악순환을 그리고 있다. 누구보다 가깝지만 애증으로 얼룩진 관계는 외할머니 샐리와 엄마 수키, 피파, 그리고 그녀의 딸 그레이스로 대를 이어 반복된다. 거구에 느릿느릿한 외할머니에 대한 반발로 다이어트 약으로 각성제를 복용한 엄마 수키는 끝내 마약중독자로 생을 마감하고, 엄마에 대한 반대말로 살려고 노력을 기울인 피파는 자기 본연의 모습을 잃고, 딸인 그레이스만큼은 여자라는 성역할에서 벗어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지만 그 부작용으로 그레이스는 엄마를 집안에 갇힌 인생의 실패자이자 노예로 간주한다. 자신과 같은 삶을 살지 않게 하겠다는 엄마들의 결심은 애초의 의도와 달리 뒤틀린 모녀관계를 빚어내고 이러한 집안 여자들에게 대를 이어 내려온 예속의 사슬은 피파의 개인적 각성과 더불어 비로소 끊어지게 된다.
이 책에 쏟아진 찬사
이 책을 읽고 나면 누구나 행복해진다. 가디언
누구나 친구로 삼고 싶은 여자, 피파 리! 굿 하우스키핑
안락하지만 감정적으로는 타협한 삶을 선택한 여자의 예기치 못한 이야기를 아름다고 영민한 뉘앙스로 파헤친다. 데일리 메일
피파 리의 은밀하고 다층적인 삶을 발견하는 것, 그것은 마치 마트로시카를 열어보는 것과 같다. 옵서버
레베카 밀러가 들려주는 나이 들어감과 사랑, 신의에 대한 매혹적인 이야기. 사이콜로지스 매거진
<위기의 주부들>이 가지고 있는 위트와 속도감을 전부 갖춘 소설. 이브 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