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신은 기껏 부귀영화를 꿈꾼 구운몽(九雲夢)을 모르는가?
조선 중기 한글로 쓴 김만중의 “판타지 소설(fantasy fiction)” 구운몽(九雲夢)이 있다.
제목의 “구(九)”는 아홉 명의 사람을 의미한다. “운(雲)”은 구름을 뜻한다. “몽(夢)”은 꿈을 뜻한다.
“구운몽(九雲夢)”은 “중세(中世) 한국문학의 기념비적 작품”이라는 평가와 함께 지금도 널리 읽히는 고전소절이다.
조선 중기 문신인 김만중(金萬重)이 정치적인 이유로 유배를 갔을 때 어머니의 근심을 덜어주기 위해서 유배지에서 썼다고 한다. 효심이 지극한 김만중은 어머니가 읽으실 수 있도록 한글로 썼다.
소설속의 주인공 성진(性眞)은 절에서 수행하는 젊은 스님이었다. 스승인 육관대사(六觀大師)의 심부름을 다녀오던 성진은 돌다리 위에서 봄 경치를 즐기던 여덟 선녀와 마주친다.
성진(性眞)은 복숭아 가지를 던져 구슬로 바꾸는 묘기를 보여주며 선녀들의 호감을 사고 놀다가 헤어져 절로 돌아왔다. 육관대사(六觀大師)는 수행 중이 여인들과 장난을 친 것은 있을 수 없는 짓이라며 성진을 꾸짖고 벌로 지옥으로 쫓아 보낸다.
여덟 선녀도 지옥으로 보내진다. 지옥의 염라대왕은 성진(性眞)과 여덟 선녀를 다시 인간 세상으로 보낸다.
인간 세상에 온 성진(性眞)은 양소유(楊小游)라는 이름의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다. 공부에 매진한 양소유(楊小游)는 이른 나이에 과거에 급제하고 승승장구(乘勝長驅)한다.
어느 때 지방의 토호(土豪)들이 반란을 일으킨다 양소유(楊小游) 성진(性眞)은 반란을 평정하는 무공을 세운다.
공로로 국무총리인 승상(丞相) 벼슬에 올랐다. 임금은 양소유(楊小游)를 끔직히 신임하여 부마(駙馬임금의 사위)로 삼았다. 양소유(楊小游)는 인간 세상에서 얻을 수 있는 부귀영화를 모두 누렸다.
장면이 바뀌어 양소유(楊小游)는 여덟 명 여성 모두의 마음을 얻고 가정을 꾸렸다. 그리고 성공하여 인생의 온갖 즐거움을 다 누리며 살았다.
양소유도 나이가 들었다 여덟 명의 미인들과 산 양소유는 행복했을까 어느날 양소유는 옛날 이름을 날린 영웅들의 황폐한 무덤을 보게 된다
인생의 부귀영화를 다 누린 자신도 결국은 저 무덤안으로 들어가게 됨을 알게 된다. 나도 저들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에 인생의 허무함을 느낀다. 그때 큰 호통소리에 잠을 깬다 모든 것이 꿈이었다. 꿈에서 깨는데 바로 육관 대사 앞이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문학에 등장하는 “꿈(夢)”은 현실에서는 겪을 수 없는 환상(幻想)의 공간이면서 그 꿈으로 인하여 사람의 삶을 바꾸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도 한다. “구운몽(九雲夢)”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자신이 꿈을 꾸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성진은 꿈 내용을 스승인 육관대사에게 말한다. 성진의 꿈 이야기를 들은 육관대사는 “장자(莊子)”에 나오는 “호접지몽(胡蝶之夢)”의 예를 들어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수행하는 성진을 꾸짖었다.
“너는 아직도 꿈을 깨닫지 못하고 있구나” 장자(莊子)는 꿈에 자신이 나비가 되었다가 나비가 또 변하여 장자가 된다. 어느 것이 거짓이고 어느 것이 진짜인지 분별하지 못하였다. 너가 지금 현실과 꿈을 구별하지 못하는 구나 !
구운몽은 “현실-꿈-현실”의 구조 속에서 삶의 덧없음을 깨닫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나이 80십이 넘으면 다 안다. 구운몽의 특징은 조선이라는 시대적 한계를 뛰어넘는 판타지 스토리와 치밀한 묘사가 흥미를 증가시키는 고전 중 고전이라 할 수 있다.
김만중이 힘든 귀양생활 중에 쓴 구운몽은 당시에 삶에 지친 그 시대의 민중들에게 위로가 되었다. 영조(英祖)임금도 정치가 힘들 때 구운몽을 즐겨 읽었다고 전한다.
20세기 초 “미국의 석유왕”이라 불리며 미국 최대 부호 중 한사람인 록펠러는 55세 때 암에 걸려 일 년도 채 못 산다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다. 그는 암 진단을 계기로 평생을 바쳐 이룩한 부(富)와 명예(名譽)가 삶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록펠러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장학재단을 설립하였다. 곳곳에 재산을 기부하며 소외된 사람들과 미국 사회를 위해 선행을 펼쳤다.
이후 건강을 회복한 그는 98세까지 장수하였다. 자서전에 이런 말을 남겼다. I spent the first 55 years of my life being chased, I lived happily for the last 43 years of my life. “인생 전반기 55년은 쫓기며 살았고, 후반기 43년은 행복하게 살았다.”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데 부(富)와 명예(名譽)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행복의 수단이 되어야지 행복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430년전의 소설 구운몽(九雲夢)은 성진(性眞)의 꿈을 통해 부귀영화의 덧없음과 더불어 지나친 욕망을 경계하라는 교훈을 준다. 이 세상에 태어난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삶은 무엇인가”를 잠깐이라도 생각하게 한다.
선거 투표일이 가까울수록 이 나라를 이끌어 나갈 정치인들 입에서 구역질나는 소리를 들으니 “참 부질없는 짓인데”하는 생각이 들어 이 글을 쓴다.
농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