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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평군 엑스포공원에 가면 금빛 찬란한 황금박쥐가 있다. 24k 순금으로 제작된 황금박쥐는 무게만도 무려 126kg이다. 1999년 고산봉(高山峰·359.1m) 용성리에서 처음 발견된 황금박쥐 126마리를 상징한 무게다. 2005년 매입당시 금 시세는 1돈 (3.75g)에 6만3,000원 하던 것으로 지금은 금 표준거래소 기준가 17만1,000원을 넘나든다. 총 제작비 포함 30억 원짜리가 시세에 따라 70~80억 원 가까이 호가하는 귀하신 몸이다.
고산봉은 대동면(大洞面)에 위치한 비교적 낮은 산이지만 2002년 5월 생태·경관 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붉은 박쥐의 서식지 보전’이란 사유다. 전 세계 황금박쥐의 3분의 1이 이곳에 서식한다.
‘고산마을삼거리’ 이정표에서부터는 20여 분 꾸준히 올라간다. ‘붉은박쥐 경관보전지역’ 안내판에서 우측 암봉을 우회하여 올라서면 정상이다. 20여 명이 앉을 수 있는 평상이 있고 망원경이 2개 설치되어 있다. 사방에 막힘이 없어 망원경을 통하면 서해바다, 무등산, 월출산, 태청산, 불갑산, 함평읍이 손앞에 잡힌다. 정상석에는 ‘봉우리가 붓끝처럼 솟았기에 필봉(筆峰)이라는 해설도 곁들여 있다.
정상에서 600여 m를 10분 정도 내려가면 꽤 넓은 공터 있다. 고산사지(高山寺址)삼거리다. 고산사지와 마애불은 삼거리에서 북쪽으로 160m 숲속에 자리한다. 내력 있는 절터답게 우측 언덕에는 야생녹차가 대규모 군락을 이루고 있다. 주변에는 와편이 다수 보이고 암벽에 마애여래좌상이 있다. 오랜 세월 마모되었지만 온화하게 미소 띤 얼굴이다. 조형미가 뛰어나지는 않지만 고려 초에 조성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고산사지 삼거리로 되돌아와서 대동면사무소 방향을 잡는다. 소나무와 굴참나무가 울창하다. 중형 포클레인 1대가 지나간 흔적이 있을 정도로 넓은 길이다. 파고라 쉼터에서 15분 정도면 상강삼거리다. 상강마을로 10분 정도면 하산이 가능하다. ‘한국전쟁이 부른 아픔의 길’ 안내도 지나면서부터 은근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된다.
이덕일 장군의 항일지
향교저수지가 있는 고산골삼거리까지는 정상에서 2.5km, 약 1시간 20분 정도면 충분하다. 하산지점에 ‘고산골 전승지’라는 이정표가 눈에 띈다. 이곳 대동면 향교리 출신 칠실(漆室) 이덕일(李德一·1561~1622) 장군이 의병을 조직해 고산골과 동막골에서 전투한 전적지로 정유재란 때 왜적 7,000명을 격파했다고 되어 있으나 다소 과장된 듯하다.
왼쪽으로 100m 내려가면 향교저수지 입구에서 이정표를 만난다. 필자가 답사한 9월은 제방 보수공사를 하고 있으므로 국도를 따라 함평향교를 거쳐 면사무소까지 걸어갔다. 원래는 둑방 끝에서 부터 산허리를 1km 정도 감고 돌면 면사무소까지 숲길이 연결된다.
산행길잡이
■기념탑~면사무소~석산봉삼거리~석산봉~석산봉삼거리~고산봉~고산지삼거리~마애불~향교저수지~ 함평향교~대동면사무소 <약 9.9km, 4시간 10분 소요>
■면사무소~석산봉삼거리~고산봉~고산지삼거리~마애불~함평향교~면사무소 <약 7.8km, 3시간 10분 소요>
교통 (지역번호 061)
용산역에서 함평역까지 하루 8회(07:15, 10:45, 11:45, 12:50, 15:45, 17:10, 18:37, 23:10) 기차가 운행한다. 약 4시간 30분, 요금 2만4,400~3만6,300원. 서울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는 함평공용버스터미널까지 하루 3회(08:35, 14:30, 16:40) 고속버스가 오간다. 요금 우등 2만1,800원, 일반 1만9,500원. 4시간 소요.
함평공영터미널(322-0660)에서 대동면사무소까지 군민버스로 10분 이내 거리다. 공영터미널에서 대동면사무소까지 택시는 기본요금 수준이다.
고산봉~정창 2.7km
숙식 (지역번호 061)
함평 5일장은 2·7일 우시장도 함께 열린다. 시장골목에는 오랜 세월 미식가들의 입맛을 평정한 소박한 함평 3대 식당이 있다. 대흥식당(322-3953), 화랑식당(323-6677), 목포식당(322-2764)이다. 한우생고기와 생고기 비빔밥은 독특한 양념과 싱싱한 육질이 자랑이다. 검증된 최상급 명품한우를 맛보려면 ‘함평천지한우프라자(324-3367)’에 가면 틀림없다. 함평축협에서 조성한 대형 식당이며 가격도 저렴하다.
볼거리
연인들의 데이트코스와 도심 근교의 쉼터로 자리 잡은 함평 엑스포공원은 사계절 볼거리가 가득하다. 다육식물원, 민물고기전시관, 나비곤충관, 화석전시관, 물놀이장 등 다양하며, 살아 있는 나비와 곤충을 소재로 한 축제가 매년 열린다. 5월에는 나비축제, 10월에는 국향대전이 열린다. 특히 황금박쥐 생태관에서는 순금 황금박쥐를 만날 수 있다.
9월 추석 전후에는 함평 용천사와 영광 불갑사는 붉은 양탄자 같은 꽃무릇이 장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