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굽의 그늘에 피함이 치욕이 될 것이다(이사야30:3)
지난 주일에 함께 ‘서울의 봄’을 보았는데 어떠셨는지요. 그 이야기 좀 써볼까 합니다. 비행기 일등석보다 더 넓고 안락한 좌석에 앉아 두 다리 쭉 뻗고 보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사건 전개가 빠르고 긴장감이 넘쳐서 저도 모르게 다리가 들썩들썩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편안한 좌석이 불편할 정도였습니다.
2시간도 더 넘는 상영시간이 금방 지나갈 정도로 몰입했는데, 그중에 아주 짧은 한 장면이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12.12쿠데타가 발생하자 당시 국방부 장관이 허둥지둥 갈피를 잡지 못하다가 미대사관 분실로 피신하는 장면입니다. 미대사관 관계자들은 이미 전두환 일당의 반란계획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인데 채 1분도 되지 않는 그 장면이 저한테는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실제로 당시 미국 카터 행정부는 쿠데타 세력이 명분이 전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절대적으로 친미 성향이고 자신들의 안보나 경제적 이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감안하고 ‘강 건너 불구경’(영어로 하면 wait and see)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런 ‘불구경’은 5.18 광주 민주화 항쟁까지 그대로 이어진 것이고, 2년 후인 부산 미문화원 방화사건까지 터지게 된 것이지요. 그러고 보니 저도 그때는 대학생이었고 최류탄 꽤나 마셨습니다.
40년 전 이 땅에서 일어난 일인데 지금이라고 미국의 그런 정책이 변했겠습니까? 미국의 안보와 국익에 반하지 않으면 그냥 둔다는 그 정책 말입니다. 뒤집어 말하면 그냥 두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봄’이라는 것은 계절을 말하기도 하지만 ‘본다’는 뜻도 있는 것 아니겠어요? 미국을 다시 보았다는 것입니다.
지난 주 안골편지부터 제목을 성경말씀에서 옯겨왔습니다. 대림절이어서 그렇고 성탄절까지 그렇게 하려고 합니다. 지난 주에 대림절은 이사야를 묵상하는 계절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래서 이 말씀을 드립니다. “바로의 세력 안에서 강하게 되려고 하지 말라 그 세력이 도리어 수치가 될 것이다 애굽의 도움은 헛되고 무익하다”(이사야30장)라고 2800년 전 이사야는 외쳤습니다. 그러면서 하나님은 정의의 하나님이시고 기다리는 자마다 복이 있을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하나님의 도움을 구해야 한다는 말씀 아니겠습니까. 대림절은 아기 예수로 오시는 하나님께 소망을 두고 기다리는 계절이어서 이렇게 짧은 설교 같은 편지를 씁니다. 마라나타!